[수미산정] 대장경 친견하러 일본 갈 뻔한 역사 잊었나
[수미산정] 대장경 친견하러 일본 갈 뻔한 역사 잊었나
  • 묘장스님 논설위원·더프라미스 상임이사
  • 승인 2019.08.14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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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대장경 왜에 넘기려 했던 왕과 신하
조선시대는 과도한 세금과 노역으로 억압
지금 정부 수많은 법으로 불교 자율 침해

스님들 덕분에 숲 보호돼 국립공원 지정돼
불교에 감사와 존중 커녕 이기주의로 매도
묘장스님

산에 들어갈 때 입구 근처 공덕비나 송덕비를 만나면 아주 반갑다. 그래서 감사한 마음을 담아 합장 축원한다. 공덕비는 어지간히 큰 공덕을 짓지 않고서는 세우지 않는다. 

봉은사 일주문을 지나 올라가다 보면 오른편 비림에 공덕비 한 기가 있다. 1925년, 을축년 한강에 홍수가 나 현재 송파구 잠실 일대가 완전히 물에 잠겨 수많은 사람들이 지붕과 큰 나무 위에서 구조를 요청했지만 누구도 쉽게 나설 상황이 아니었다.

그때 봉은사 주지 청호스님이 뱃사람을 수소문하여 “사람을 구해 오면 후한 상금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직접 사공과 함께 배를 타고 현장으로 가서 노약자와 어린이부터 차례로 배로 옮겨 총 708명을 구해서 봉은사로 돌아왔다. 그때 구조된 사람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나청호대선사 수해구제 공덕비(羅晴湖大禪師水害救濟功德碑)’를 세웠다.

스님들은 일상 속에서 늘 감사의 수행을 한다. 매일 예불 후 하는 축원에서 수행에 감사하며 여러 원력이 이루어지길 축원한다. 관음시식 중 장엄염불 할 때마다 오종대은명심불망을 외며 국가와 스승 부모신도 도반 등 다섯 가지 은혜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는다. 

불교계는 현재 몇 가지 불교관계법 개정을 놓고 정부와 씨름 중이다. 건축법 적용 대상에서 전통사찰 내 건축물을 제외하는 건축법 개정안, 전통사찰농지보전부담금에 대한 감면기간을 연장하는 농지법 개정안, 문화재 범죄 공소시효를 상향 조정하는 문화재보호법 개정안 등이 핵심이다. 모두 불교를 차별하고 중복 규제하는 악법이다. 

‘방함록’에 산을 지키고 숲을 보호하는 산감 소임이 있다. 약탈과 전쟁의 상처 속에서도 숲이 보존되어 지금의 국립공원이 만들어 지게 된 데는 전통사찰의 산감스님들이 대대로 숲을 보호하고 지켜왔기 때문이다. 그분들에 대한 감사는 아무리 반복해서 이야기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이런 역사를 무시하고 정부는 온갖 법으로 이중 삼중 불교를 옥죄고 차별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문화재를 지키고 보호하며 발전시키고자 하는 불교의 노력들이 감사와 존중을 받지 못하고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폄훼되며 비난받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직지사가 나라에 내야하는 세금인 책지와 정비를 마련 못해 스님들이 흩어지자 암행어사가 세금 면하기를 청하고 고종이 이를 면하게 한 내용이 나온다. 조선시대의 억불은 책지와 정비, 노역 등의 세금으로 이루어 졌다면, 지금은 과도한 중복규제와 법이 그 역할을 한다.

조선 태종14년 7월11일 왜에서 대장경을 자주 요구하자 태종은 “경판을 주면 더 달라하지 않을 것이 아닌가?”라며 신하들에게 묻자 신하들은 “조선에는 경판이 많으니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고 했다. 다만 정탁이 “일본이 구할 것을 모두 얻으면 굳이 조선으로 오지 않을 것입니다”라며 외교관계가 약화될 것을 우려해 반대한다.

만일 전통불교문화를 존중하지 않았던 조선의 국정책임자인 태종과 여러 신하들이 대장경을 왜에 줬다면, 한국은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보러 해인사가 아닌 일본에 가야 했을 것이다. 

한국의 불교는 이 나라를 만들고 지켜온 주요한 근간이다. 문화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점을 늘 기억하고 정책을 펴야 한다. 불교관련 정책을 다종교사회의 여러 종교 중 하나로만 인식하는 왜곡된 시각은 대장경을 흔한 물품으로 이해했던 조선의 임금과 관료 유생들과 같다. 이는 후세사람들로부터 ‘대한민국 정부의 문화인식 수준은 조선의 관료와 다를 바 없었다’라는 평가를 면치 못할 것이다. 

모든 일상이 감사하는 생활이지만 정부의 문화관련 정책에는 감사한 생각이 들지 않는 요즘이다.

[불교신문3510호/2019년8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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