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삼계(三界)는 황홀하기가
달이 물 위에 어리는 것 같으니
비유하면 그것은 신기루와 같아
파초처럼 견고하지 못하네. 

- <가섭결경> 중에서
 


태풍 지난 하늘에 뭉게구름이 꿈결처럼 어여쁘고 억수 비를 쏟은 탓인지 모처럼 청명도 하였다. 

사람들은 인생이 꿈같다는 말들을 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인생은 꿈같은 게 아니라 인생 자체가 한바탕 꿈이다. 기억 못하는 전생의 일들이 한바탕 꿈이었고, 불과 10년 전의 일들이 한바탕 꿈이었고, 지금의 일들도 꿈과 다름없으니 아침 안개요, 풀잎의 이슬이요, 한 여름 고목나무에 떼지은 매미 울음소리다. 사람살이가 꿈인 줄 알고 살면 슬픔도 괴로움도 달콤하거니와 기쁨과 행복은 또 얼마나 소중할 것인가.

온갖 인연에 얽힌 생활과 마음은 흰 구름처럼 가볍고 집착은 물안개처럼 흩어진다. 해변 파도소리를 생각해보면 맞아떨어진다. 부서지고 또 부서지는 파도는 흔적이 없다. 지난 밤 폭풍우 속의 요란한 천둥소리와 거친 파도조차 바람이 자면 물결도 잔다. 그저 꿈 속 세상 오온(五蘊)이 공하거니와 나란 인식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와 같으니 사람살이 무엇을 애달아하리. 

[불교신문3510호/2019년8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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