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항도 섬마을 부처님 보며 노래한 소년

트로트와 염불 테이프 들으며
외딴섬에서 노래하면서 성장
10세 때 출연한 SBS ‘스타킹’
3연승으로 ‘트로트 신동’ 등극

최근 KBS 아침마당서 5연승
수덕사 홍보대사 역임하고
‘卍’자 목걸이 한 불자가수

8월5일 서울 조계사에서 만난 가수 조기흠 씨는 ‘트로트 신동’ ‘스타킹’ ‘아침마당’ 등 다양한 수식어 가운데 ‘효자’라는 수식어가 제일 좋다고 말했다.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모황도는 전남 완도군에 위치한 면적 0.13k의 작은 외딴섬이다. 한때 7세대까지 살았지만 모두 떠나고 한 가족만 살고 있다. 부산에서 23년간 살다 바다낚시를 위해 찾았던 모황도의 풍광에 반해 정착한 조양배, 김숙자 부부가 이 섬의 유일한 주민이다.

조 씨 부부가 섬으로 온 지 몇 해가 지난 뒤 늦둥이 셋째 아들인 기흠이를 얻는다. 조 씨 부부가 48, 47세가 되던 해다. 모황도에 또래 친구가 없었던 기흠 군은 모황도의 산과 들은 물론 바다 전체가 놀이터로 삼고 뛰어다니며 놀았다.

특히 어릴 때부터 노래를 곧 잘 불렀다. 바다낚시꾼들이 듣다가 놓고 간 트로트 테이프와 더불어 한때 출가수행자의 삶을 꿈꾸기도 한 아버지가 즐겨 듣던 염불테이프를 매일같이 들으며 성장했다. 한글도 못 배운 어린 나이의 기흠 군에게 노래는 곧 한글 교사가 됐다.

들리는 대로 노래를 외움으로써 글자를 자연스럽게 익혔을 뿐만 아니라 기흠이네 가족이 섬의 유일한 주민이다보니 이웃간 소음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노래방기기의 마이크에 대고 목청껏 노래부르며 노래실력을 쌓아갔다.
 

가수 조기흠 씨가 2010년 수덕사 홍보대사 시절 수덕사를 찾아 공연하는 모습.

아버지를 따라 배에 타서도 뱃머리에 앉아 어린이답지 않게 구성진 트로트 노래를 불러 낚시꾼들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했다. 한번은 기자와 시인, 교수 일행이 바다낚시를 왔다가 그 일행 중 한명이 기흠 군을 눈여겨 본 뒤 방송국에 트로트 신동이 있다고 제보를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KBS ‘오천만의 일급비밀에 첫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초등학교 3학년 때는 암에 걸린 어머니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섬마을 늦둥이팀으로 KBS ‘아침마당토요노래자랑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특히 초등학교 3학년 때인 SBS ‘스타킹에 출연하면서 조기흠이라는 이름 석자를 전국에 알렸다. 외딴 섬에서 올라온 순진무구한 섬소년인 10살 기흠 군은 나훈아의 트로트 노래 어매를 가슴 절절한 구성진 창법으로 불러 101회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103회까지 내리 3연승을 차지했다.

방송 중에 “3연승 우승상금 500만원을 어디에 쓰고 싶냐는 질문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위한 집수리비에 보태고 싶다고 대답해 함께 한 연예인은 물론 방청객들의 심금을 또 다시 올렸다. 스타킹 출연을 통해 트로트 신동’ ‘늦둥이 트로트 신동’ ‘효자 트로트 신동’ ‘스타킹’ ‘트로트 섬소년’ ‘모황도가 키워낸 가수등 다양한 수식어가 기흠 군의 수식어로 자리매김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한국연예예술인협회에 회원으로 가입함으로써 정식 가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중학생 때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각종 행사 무대에 올랐다. 멸치잡이 등 어업에 종사하면서도 아버지는 매니저와 운전기사, 안무가를, 유방암에 이어 대장암까지 모두 이겨낸 어머니는 분장과 코디네이터 역할을 도맡아 막내아들을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했다. 특히 아버지는 기흠 군이 유치원생 때부터 10년 넘게 매일같이 배로 등·하교를 시켜 감동을 자아냈다.

진도국악고로 진학하면서 트로트에서 판소리로 전향했지만 각종 국악대회에서 상을 휩쓸다시피 하며 판소리 실력을 인정받았다. 대학 진학을 앞둔 시점에서 트로트음악과 국악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하다가 힘들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트로트를 부르는 자신을 재발견하면서 또 다시 트로트음악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7월 KBS 아침마당 ‘도전 꿈의 무대’서 공연하는 장면. 사진 출처=KBS

우리 나이로 21세인 조기흠 씨는 한국예술사관실용전문학교 실용음악전공 2학년에 재학중이다. 특히 지난 7KBS ‘아침마당도전 꿈의 무대에서 5연승을 차지하며 날로 상승하는 노래 실력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조기흠 씨는 불교와 떼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어왔다. 이름도 스님이 지어준데다가 모황도 산꼭대기 부근에 자리잡은 작은 불상 앞에서 뛰놀며 노래도 즐겨 불렀다. 지난 2010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덕숭총림 수덕사에서 공연한 것을 계기로 수덕사 홍보대사를 맡기도 했다.

조 씨는 당시 수덕사 주지 옹산스님이 목걸이를 마련하라고 건넨 돈으로 장만한 ()’자 목걸이를 늘 착용하고 있다. 어린이에서 성인으로 성장한 만큼 목걸이 줄만 늘였을 뿐이다.

아침마당 도전 꿈의 무대에서 5연승한 뒤 조 씨는 지난 712일 부모와 함께 수덕사를 찾아 옹산스님에게 문안 인사를 올리는 등 틈나는 대로 수덕사를 찾고 있으며, 공연에 있어서도 사찰 공연을 우선시두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조계사에서 만난 조 씨는 제 이름 앞에 효자라는 수식어가 붙는 게 제일 듣기 좋다며 아버지, 어머니를 초청한 가운데 자신의 이름을 단 대형 콘서트를 여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어머니에 대한 가슴절절한 사연을 담은 가수 태진아의 사모곡이 조 씨의 애창곡으로, 무대에 오를 때마다 사모곡은 꼭 부르는 노래로 손꼽히고 있다.

이같은 목표를 위해 오는 연말이나 내년초 첫 정식 앨범 발매를 추진하고 있으며 TV조선 미스 트롯의 흥행에 이어 올해 하반기에 열릴 예정인 미스터 트롯에도 도전하려고 하는 등 꿈과 희망을 실현시켜 나가기 위해 부단히 정진중이다.

조 씨는 그동안 트로트 가수로서 빨리 뜨는 게 제일 큰 목표였지만 이제는 부모님을 초청한 가운데 가수 조기흠 이름을 단 대형 콘서트에서 제 노래를 직접 불러 드리는 게 꿈이라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테니 효자 조기흠을 늘 격려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기흠 씨 가족이 7월12일 수덕사를 찾아 선덕 옹산스님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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