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속에서 동화 같은 부처님을 만나다

유치원 교사 출신 늦깎이화가
한국화서 ‘일러스트’로 전향

10·27법난미술전서 특선 수상
깊은 산속 법당 안 불상 아닌
버스와 학교 등 일상생활서
만나는 친숙한 ‘부처님’ 표현

8월8일 만난 김백설 작가는 8월1일부터 15일까지 서울 비로자나국제선원 1층 카페 까루나에서 첫 일러스트 개인전 ‘불성자유구역’을 열고 있다.
8월8일 만난 김백설 작가는 8월1일부터 15일까지 서울 비로자나국제선원 1층 카페 까루나에서 첫 일러스트 개인전 ‘불성자유구역’을 열고 있다.

대중교통과 학교 등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만나는 부처님을 주로 그려요. 번뇌에 가려 있어 마주 치기 힘든 것 같지만 우리 모두가 불성(佛性)을 갖고 있으며 부처님께서도 늘 우리 곁을 지켜주고 계시지요. 부처님과 만나는 찰나의 환희심을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1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서울 비로자나국제선원 1층 카페 까루나에서 첫 개인전 불성자유구역을 열고 있는 김백설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김 작가는 부처님과의 마주침을 대주제로 잡고 작품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산사의 법당 안에 존재하는 불상이 아닌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늘 존재하며 중생들을 자비와 지혜로 제도하는 부처님을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다. 특히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김 작가의 작품을 보면 어릴 적 기억속의 동화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제가 어릴 때, 어머니는 불교 동요 테이프를 자주 틀어주셨어요. 그때 받은 신비하고 환상적인 불교적 영감이 현재 제 작품세계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지요. 따뜻하고 동화 같은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제 작품을 본 상당수의 관객들은 꿈 속에 와 있는 듯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김 작가는 유아교육을 전공한 뒤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로도 활동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육대학원에 다니다가 작품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불교미술학과 학생들을 보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화가의 꿈을 되살렸다. 어릴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화가의 길로 뛰어들지 못하고 그나마 그림을 자주 접할 수 있는 유아교육과로 진로를 정했던 것이다.

뒤늦게 화가의 길에 뛰어들어 불교미술학과를 졸업한 뒤 불교문화대학원에서 불교미술과 석사과정까지 수료한 김 작가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입시미술을 공부했던 학우들과 전통불교미술분야에서 경쟁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를 찾다가 탱화가 아닌 창작 한국화를 선택했다. 더 나아가 보다 많은 이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편안함을 선사할 수 있는 방편을 모색하다가 일러스트분야에 뛰어들었다.

“2016년부터 해마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 붓다아트페스티벌에 출품하고 있는데 출판사와 기획사 관계자들이 한국화의 느낌이 좋은데 컴퓨터로 작업한 거 없느냐고 묻더군요. 장지(壯紙)에 한국화 물감을 사용해 그렸었는데 이제는 주로 컴퓨터로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불교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불서를 읽으면서 궁금한 게 있으면 불교학 박사인 친언니에게 수시로 물어본다. 게다가 격주로 김해와 서울을 오가며 불교TV 프로그램에 패널로 참가하기도 했다. 오후 10시경 녹화방송이 늦게 끝난 뒤 김해로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환희심에 넘쳤던 작가 자신의 모습을 담은 게 바로 더 없이 좋은 밤작품이다. “이런 밤엔 부엉이처럼 깨어 있으라. 깨달음을 얻기에 더없이 좋은 밤인 때문이다라는 <장로게경>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김 작가가 서울의 빌딩숲 위에 떠있는 보름달 가운데 부처님이 온화한 미소로 내려다보고 있는 찰나를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륜(輪)’ 작품
‘륜(輪)’ 작품

작품 ()’은 윤회의 굴레 속에서 살고 있는 사바세계를 놀이공원의 대관람차로 묘사했다. 깨달음을 통해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난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난 불자들은 지혜를 얻고 자비심을 증장시켜 나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작품 담 너머에는 끝없이 윤회하는 회전목마 위의 구름에서 싯다르타 태자가 백마를 타고 있는 장면을 담고 있다. 부처님 생애를 그린 팔상도 중 유성출가상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김 작가가 재해석해 선보인 작품이다.

이처럼 총17개의 작품 모두가 누구나 불교를 쉽게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도록 담아냈다. 김 작가는 지난 2015년에는 10·27법난 미술전에서 묶이지 않는 불심작품으로 특선을 차지하기도 했다.

김 작가는 자신만의 색채를 잃지 않고 작품활동에 매진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신심 깊은 불자는 물론 친불교 성향의 일반인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불교적 인연을 더 깊게 하며 자신의 작품을 더욱 더 단련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지난 7월 일반 박람회인‘K-핸드메이드 일러스트 페어에도 작품을 선보였는데 좋아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 좋았어요. 왜 부처님을 그렸냐고 짜증내는 분도 있었지만 일반 박람회에 참가한 많은 분들이, 특히 친불교적 성향의 시민들이 제 작품을 관심 갖고 봐주시는데 큰 힘이 됐습니다. 불교를 쉽고 편하게 전할 수 있도록 정진 또 정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그린라이트' 작품
'그린라이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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