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부산 해운대에 ‘하얀 연꽃’을 뜻하는 다소 생소한 이름 ‘쿠무다(kumuda)’가 생겼을 때만해도 사람들은 이 복합문화공간의 수명을 예측하지 못했다. ‘불교와 문화가 합일하여 생겨나는 에너지를 이 세상과 공유하겠다’는 쿠무다의 개원 취지를 듣고도 얼마나 가겠는가 싶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쿠무다에 마련된 북카페와 작은 갤러리에서는 주기적으로 스타 스님들의 북콘서트와 유명 작가들의 공연 전시 강좌가 줄을 이었다. 누구나 들어와 책 한 권 꺼내들고 마음 편하게 커피 한 잔 음미할 수 있는 쿠무다는 개원 6년만에 부산불교문화의 중심으로 우뚝 섰고, 불자는 물론 부산을 찾는 많은 관광객과 외국인들까지도 선호하는 문화명소가 됐다. 기도와 정진, 경전강좌 등 수행도량으로서 역할은 물론이다. 

최근 ‘제2의 도약’을 내걸고 시작된 ‘쿠무다의 찾아가는 음악회’는 복지관과 요양원, 병원 경찰서 등을 직접 찾아가서 클래식 공연, 재즈와 창극까지 사람들 입맛에 맞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사하는 문화포교의 한 방편이다. 지난 7월 중순 부산 해운대경찰서에서 열린 일곱번째 음악회는 경찰서장은 물론 경찰관과 가족들까지 200여명이 한데 모여 유명가수들의 노래와 춤을 만끽하며 무더위와 피로를 날렸다.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법회를 여는 대신, 이날 해운대경찰서에선 웃음과 박수, 함성소리로 마음을 나누고 행복을 더하는 뜻깊은 시간이 펼쳐졌다. 부산 대표 관광지에서 민생치안을 책임지느라 불철주야 고생하는 경찰관들을 위해 쿠무다 회원들은 맛있는 음식을 정성껏 장만했다. 경찰서장은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냈으니 이제 주민들 위한 치안에 더욱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쿠무다가 불교를 표방한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간 배후에는 한 비구니 스님의 원력이 있다. 쿠무다 대표 주석스님이다. 대학에서 불교학과 영문학을 전공한 주석스님은 “현대인 취향에 걸맞는 문화포교에 도전해야 할 때”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멀리 내다봐야 한다. 시간에 사람에 문화에 투자할 수 있는 넓고 깊은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 쿠무다가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해운대 인근에 지하 2층 지상 8층 규모의 여법한 복합문화도량으로 다시 세워질 전망이다. 부산불교의 작은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났던 쿠무다가 이젠 큼지막한 반야용선이 되어 전법문화공간으로 태어나는 셈이다. 

명상센터와 바다법당, 수변휴게시설, 프렌치레스토랑, 힐링빌리지 등 내년이면 쿠무다에서 만나게 될 이름들만으로도 기대가 앞선다. 지난 7월30일 열린 쿠무다 신축기공식 기념음악회에서 “쿠무다는 불교의 미래 100년을 지금 당겨서 사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전 조계종 교육원장 무비스님의 축하인사처럼 쿠무다는 미래불교의 모델이자 지향점이다. 

출가자가 줄어들고 불자들이 사라진다는 걱정보다, 내실있게 커가는 부산의 복합문화공간 쿠무다와 쿠무다를 이끌고 있는 주석스님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불교신문3509호/2019년8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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