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산방 뜨락에 피어있는 모란
붉은 마음 한 자락을 만나는 일

흰 나비 한 마리로 돌아오신
님의 말씀을 보는 일

늙은 소나무에 피어난 송화를 바라보며
마음 속에 고운 눈썹을 심어보는 일

나비 한 마리,
머물러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한이나 시 ‘봉산산방’에서

 


봉산산방에 모란이 피고, 모란 곁에 나비가 날아오고, 송화가 멀리 가까이 날린다. 시인은 접시 같은 잎을 펼쳐 풍염하게 개화한 모란과 계절을 맞아 돌아온 나비를 보고서는 자신에게 본래 있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들은 갖추어져 있던 성품이라고 해도 좋고, 인연과 시간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또 늙은 소나무 가지에 송화가 피어있는 것을 보고서는 자신의 마음을 맑게 할 일을 생각한다. 밝게 웃는 안색과 송화가 보여주는 신생의 기운과 그 향기를 닮을 일을 생각한다. 실로 우리의 바깥 경치 어디에도 말씀 없는 곳이 없다.

한이나 시인은 시 ‘산국차를 마시며’에서 “마른 입술에서 태어나는// 노란 향기// 시린 뼛속까지 환해지는 그윽한 향기의 소리// 별의 물소리”라고 쓰기도 했다. 바깥 풍경은 “님의 말씀”처럼 우리 마음의 상태에 깊게 관여한다.

[불교신문3509호/2019년8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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