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계 원로이자 불자 작가
맹난자 문학에 대한 평론집
“수필문학 가치 한 단계 올려"

보다 느끼다 쓰다

홍혜랑 유한근 신재기 허만욱 우응순 송마나 지혜경 김은중 지음 / 북인

“무아(無我)를 공부하며 이어진 50년 탐구는 무(無)자와의 대결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나[我]도 없고 영혼도 없다. 내세도 없고 윤회도 없다. 그 없다는 것을 알기 위해 걸렸던 시간이었다. ‘오온이 공하다는 것을 알아야 일체의 고액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반야심경>의 이 한마디를 끌로 파듯 가슴에 새기던 때가 있었다. …(중략)… 어떠한 삶도 인생에는 가능하며 인간에게 일어나는 일은 어느 것이라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수용하게 했다(맹난자, ‘벽화 한 장’).”  

수필계 원로이자 불자 작가인 맹난자 수필가의 문학 여정에 대한 평론집이다. <보다 느끼다 쓰다>는 작가의 문필 인생 55년을 기념해 그의 후배들이 뜻을 모아 펴낸 책이다.

‘문필 55년’의 기준은 맹 씨가 한국 근현대불교의 고승 경봉스님을 통도사 극락암에서 친견하고 쓴 기행문 ‘극락지일야(極樂之一夜)’를 불교신문의 전신인 ‘대한불교’에 게재한 1964년이다. 수필문단의 관습적인 편견에서 벗어나 죽음이라는 초월적 세계를 향해 용기 있게 전진했다는 게 후한 평가의 요지다. 

총 8명의 학자들과 문학평론가들이 저작에 참여했다. 문학평론가인 유한근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교수는 맹난자 작가의 수필과 관련해 뛰어난 독자성을 강조한다.

“영성수필, 불교수필, 동양사상수필, 평설수필, 통합수필, 멀티수필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지칭했지만 어디까지나 맹난자가 쓰는 수필은 ‘맹난자수필’로 지칭되어야 한다”며 “맹난자 작가가 쓴 작품에 영향을 받은 작가들이 쓰는 수필도 ‘맹난자수필’이기 때문”이라고 존경을 표하고 있다.

신재기 ‘수필미학’ 주간 역시 “수필가 맹난자는 1990년대 후반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수필계의 한복판에 거취를 두면서 고정된 창작방법을 깨고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자 노력했다”며 “그는 자기만의 개성적인 수필쓰기에 대한 강한 자의식을 보여주었던 몇 안 되는 수필가”라고 높이 평가했다.

인간의 영원한 화두인 죽음에 대한 글쓰기에서 일가견을 이뤘다는 목소리도 보인다. 허만욱 남서울대학교 교수는 “맹난자는 죽음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를 기피하던 수필문단의 관습적인 편견에서 벗어나 죽음이라는 초월의 세계를 인식론적 차원에서 재조명했다”며 “죽음을 통해 인간 삶의 성찰과 의미화를 구현하고 있는 맹난자의 수필작업은 수필문학의 소재적 편향을 극복한 창작정신의 실현”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홍혜랑 수필가, 김은중 연세대 인문학연구원 전문연구원, 지혜경 연세대 철학연구소 연구원, 우응순 전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송마나 수필가 등도 각자의 지평에서 맹 씨의 작품세계를 논하고 있다.

발간추진위원장인 이혜연 수필가는 발간사에서 “맹난자의 수필은 사유가 어떻게 수련되는가를 보여주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며 책을 펴낸 동기를 설명하고 있다. “그에게 찬사를 보내고자 함이 아니라, 인문학이 그의 수필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어떻게 접목되었으며, 그의 수필이 수필이라는 장르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인식시켰는지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며 “저서들을 출간 순서대로 조명해보았다”고 출간의 이유를 밝혔다.

맹난자 작가는 수필가들의 어른이다. 1942년 서울에서 태어나 숙명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국문과에서 공부했다. 1969년부터 10년 동안 월간 ‘신행불교’ 편집장을 맡으며 불교계와 인연을 맺었다. 저서로는 <본래 그 자리>, <빈 배에 가득한 달빛>, <사유의 뜰>, <라데팡스의 불빛>, <나 이대로 좋다>, <시간의 강가에서> 등 다수가 있다.

현대수필문학상, 남촌문학상, 정경문학상, 신곡문학 대상, 조경희수필문학 대상, 현대수필문학 대상을 수상했다. 수필 전문지인 ‘에세이문학’ 발행인과 한국수필문학진흥회 회장, 지하철 게시판 ‘풍경소리’ 편집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수필문학진흥회 고문, ‘에세이스트’ 편집고문, 한국문인협회 상벌제도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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