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사서 8월1~4일 ‘붓다의 향기’
20대~40대 청년들 '삶의 답' 찾아
낙엽이 쌓여 눅눅한 숲길을 따라 묵묵히 오르길 30여 분, 등줄기로 땀이 흐른다. 그늘진 길 위에 앉아 땀을 식히며 호흡에 집중하자 순식간에 고요가 찾아온다. 한여름을 알리는 매미소리와 새소리, 계곡 따라 흐르는 물소리만 가득하다.
지난 8월4일 제25교구본사 봉선사 ‘붓다의 향기-청년희망캠프’ 참가자들은 연수국장 혜아스님, 덕재스님의 안내를 받아 광릉숲길에 향했다. 세조와 정희왕후 능림(陵林)인 이곳은 540여 년 동안 보존이 잘 돼 있어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출입이 제한돼 있어 스님의 안내가 아니면 찾아올 수 없는 광릉숲길 명상은 오직 봉선사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봉선사가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개최한 4회 ‘붓다의 향기’는 템플스테이를 하며 부처님 가르침과 인연을 맺는 시간이다. 올해는 특별히 20대부터 40대까지 청년 20명이 함께 했다. 뿐만 아니라 불교계를 대표하는 스님들이 강사진으로 참여했다. 혜민스님을 비롯해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스님, BBS 진행자로 유명한 원영스님, 제따와나선원장 일묵스님, 카이스트 출신으로 잘 알려진 도연스님 등이 참석했다. 스님들은 20대의 학업과 사랑, 30대의 일과 사랑 등 다양한 주제로 참가자들과 교감했다.
참가자들은 봉선사에서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혜아스님은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희망을 얘기하는 자리였다”며 “참가자들이 내 안의 내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귀를 기울이고, 삶을 헤쳐 나가는 용기를 얻었으면 했는데 실제로 반응도 뜨거웠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에 살면서 모처럼 찾아온 할아버지로부터 불교와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속아서 왔지만 잘 속은 것 같다는 19세 최연소 참가자. 기독교 신자지만 템플스테이 덕분에 자신의 신앙생활도 돌아봤다는 40대 참가자. 세 가지 고민을 안고 참가했는데 봉선사에서 머무는 동안 모든 문제가 잘 해결됐다는 30대 참가자 등 하나 같이 특별한 기억을 안고 돌아갔다.
4기 회장을 맡은 이경도 씨는 “평소 좋아하는 스님들이 강사로 참여한다는 소식을 듣고 참여해 많은 강의를 들었는데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며 “잘 풀릴 때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라는 가르침을 늘 떠올리며 일상에서 베풂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회향식에 참석해 참가자들에게 일일이 수료증을 나눠준 봉선사 주지 일관스님은 “여태껏 가보지 않은 길인 ‘붓다의 향기’라는 새로운 변화에 도전한 여러분의 용기를 높이 평가한다”며 찬사를 보냈다. 또 스님은 “미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때론 넘어지기도 하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딛고 일어나 죽는 그 순간까지 행복을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봉선사=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 3509호/2019년8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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