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은 지혜와 바른 생각을 갖추고 번뇌로 하여금 도반을 삼을지니, 악한 친구라도 역시 그러하라(菩薩智慧正念具足 故以煩惱而爲道伴 惡友及業亦復如是).
- <우바사계경> 중에서

 


시골마을 자그마한 사찰 선연사 밑에 집에는 교회 할머니가 산다. 새벽 4시면 일어나 스님은 목탁을 치고 교회 할머니는 소리 높여 통성기도를 한다. 전날 사중행사에 고된 스님이 깜박 늦잠을 잘 때도 교회 할머니의 찬송가는 절 마당까지 올라왔다 내려간다. 그러면 스님은 화들짝 놀라 가사 장삼을 챙겨서 부처님 모신 법당으로 달려간다. 작은 시골에서 이보다 좋은 도반이 따로 없었다.

그러다 할머니는 그만 병이 든 모양이었다. 아들네가 와서는 할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셔갔다. 한 달 만에 다시 오셨는데, 사람이 변했다. 할머니는 그간 얼마나 억척스러웠던지 남의 밭에 씨를 뿌리고 내 밭처럼 사용하더니, 요양원에 갔다 온 후 절에 오는 보살님이 할머니 밭에서 농작물 몇 가지를 따다 먹어도 말을 안 하신다.

“이제 죽을 날이 가까웠는데, 욕심 부려서 뭐 하겠노”하시며, 더 가져가라고 하신다. 집에 온지 보름 만에 다시 요양원으로 가신 할머니는 석달째 소식이 없다. 그래서 “할머니가 빨리 건강해지셔서 다시 오셔야 할 텐데…”하며, 주지 스님은 걱정이 한 보따리다. 

[불교신문3508호/2019년7월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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