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향해 도는 별을
태양은 버리지 않고

그 별을 향해 도는
작은 별도 버리지 않는

그만한 거리 있어야
끝이 없는 그리움

-유자효 시 ‘거리’에서
 


태양의 주위를 도는 별이 하나 있고, 또 그 별의 주위를 도는 작은 별이 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궤도를 항상 돌고 있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다만 그리워하는 듯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너무 빠르거나 느리지도 않게. 그리하여 아름다운 관계를 창조하듯이. 

이 시는 우주의 질서를 통해 인간 사회의 관계를 사유한다. 즉 인간 사회의 관계를 우주의 질서처럼 원대하게 담대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리하여 하나의 개인은 우주적 자아로 거듭난다. 유자효 시인은 “시 한 줄에 우주를 담을 수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시가 시인이 갖고 있는 지론의 범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는 제27회 공초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불교신문3507호/2019년7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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