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종무원 조합 위원장 인터뷰

신학녀 조계종 종무원 조합 위원장이 지난 7월5일부터 8월2일까지 매일 아침 중앙종무기관이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108배를 올렸다. 지난달 열린 종무원 조합 임시 총회 때 조계종 노조와 관련한 입장문을 두고 종무원 간 의견 차를 확인한 신 위원장은
신학녀 조계종 종무원 조합 위원장이 지난 7월5일부터 8월2일까지 21일 동안 중앙종무기관이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108배를 올렸다. 지난달 열린 종무원 조합 임시 총회 때 조계종 노조 등과 관련 종무원 간 의견 차를 확인한 신 위원장은 "나부터 먼저 참회하는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다"고 했다.

서로 자기 생각이 옳다고만 하면 대화의 여지를 찾기 힘들어요. 다른 사람 말이 들리지 않거든요. 나를 낮추고 상대를 이해하려 하지 않으면 계속 평행선을 긋는 것 밖에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내 잘못이 크다’ ‘나부터 참회하자그런 마음가짐이라야 뭐든 된다고 생각했어요. 남에게 뭔가 강요하고 싶은 마음도, 내가 뭔가를 해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종무원들 간 입장 차를 확인한 날(74일 임시총회), 잠이 오지 않더라구요.”

신학녀 조계종 종무원 조합 위원장은 총무원에서 잔뼈가 굵다. 조계사에서 근무하며 1994년 종단 개혁을 지켜봤고 그 다음해인 1995년에는 총무원 입사 수순을 밟았다. 중앙종무기관 종무원 생활만 25년째. 그간 종단의 고비고비를 지켜보면서도 조용히 종무행정을 봐오던 그녀가 지난 75일부터 홀로 21108배에 들어갔다. 전현직 총무원장 스님을 사회법에 제소하고 피켓 시위로 종단을 비방하던 조계종 노조에 대해 함께 가자는 종무원 조합 입장 발표가 있은 지 하루가 지난 시점이었다. 오늘(82) 21일 기도를 회향한 신학녀 위원장을 만났다.

노조원과 비노조원을 떠나서 종무원들이 노조 문제에 대해 마음 터놓고 이야기 한 것이 그 때가 처음이었어요. 조합 집행부를 어렵게 꾸리고 우여곡절 끝에 열게 된 첫 임시 총회이기도 했지만 모처럼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할 수 있어 내심 고마운 마음도 들었죠. 그간 우리가 너무 반목만 반복해 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컸으니까요. 총회가 끝나면 후련할 줄 알았는데, 다 마치고 나니 이상하게 밤에 잠이 오질 않는 거에요. 위원장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종무원으로, 사람의 불자로, '대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신학녀 종무원 조합 위원장이 지난 7월5일부터 8월2일까지 매일 아침 중앙종무기관이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108배를 올렸다. 지난달 열린 종무원 조합 임시 총회 때 조계종 노조와 관련한 입장문을 두고 종무원 간 의견 차를 확인한 신 위원장은
신학녀 종무원 조합 위원장이 8월2일 21일 108배 참회 기도를 회향했다. 회향을 맞아 종무원 조합 강문정 여성부장, 신유철 연대사업부장이 함께 108배에 참여했다.
신학녀 종무원 조합 위원장이 지난 7월5일부터 8월2일까지 매일 아침 중앙종무기관이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108배를 올렸다. 지난달 열린 종무원 조합 임시 총회 때 조계종 노조와 관련한 입장문을 두고 종무원 간 의견 차를 확인한 신 위원장은
108배 하는 종무원 조합 집행부.

뜬 눈으로 지샌 다음날부터 총무원 1층 로비에 좌복을 깔았다. 매일 아침 820, 출근도장을 찍고 나면 옷부터 갈아 입었다. 사람들이 몰리기 전 끝내려면 서둘려 시작해야 했다. 마음이 급해도 삼귀의와 마무리 기도는 잊지 않고 했다. 한 배 한 배 올릴 때마다 광명진언을 욌고 절을 마치고 나서는 참회문을 읊었다. “나부터 참회하겠습니다.”

회향날을 제외하고 21일 기도는 모두 혼자 했다. 번거롭고 성가신 일을 어렵게 맡아준 조합 집행부에 부담주기 싫었다. 같이 하자는 조합원도 있었지만 고민 없이 거절했다. 스님과 종무원들이 1층 로비를 지날 때마다 출근길에 괜스레 불편을 주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하루도 빠짐 없이 한 달이란 시간을 채웠다. 미안함 보다 부끄러운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삼보를 호지하고, 근로 조건을 향상하며, 권익을 실현하고, 신행활동을 증진하는 것. 종무원 조합 규약에 명시된 역할인데, 지금까지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부족했던 만큼 곪았던 문제들이 터져 나온 거겠죠. 무엇보다 지난 일들과 상관없는 어린 후배들에게 더 이상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어요여긴 일하는 직장이기도 하지만 종무원으로 또 다른 역할을 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 있거든요. 각자 자기 부서에서 맡은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동하는 종무원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내내 신학녀 위원장은 노사협의회 구성과 집행부 사업에 대해 정성껏 답변했지만 노조원과 비노조원 간 갈등, 종무원 사회 균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해당 사안이나 조합 운영에 대해선 모두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하며 풀어가겠다고만 답했다. 문자 메시지, 전화 통화, 게시판에 올리는 글들 말고 상대가 누구든 눈빛과 표정을 보며 소통하겠다는 것이다.

종무원 조합원 240여 명 중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던 위원장직을 맡은 일, 서운함을 토로하던 노조 집행부에 기꺼이 먼저 식사 자리를 제안한 일, 선배들 경책과 후배들 격려를 한번에 들으며 상처도 위안도 받은 일. 지난 21일 동안 매일 빠짐없이 읊었던 신 위원장의 나부터 참회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신학녀 종무원 조합 위원장
지난 7월25일 출근하는 종무원들 사이로 108배를 하고 있는 신학녀 종무원 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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