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란?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15일
예방교육 대응책 마련 시급
정부 피해근로자 상담 지원
구성원간 존중하는 노력 필요

국가인권위가 2017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은 회사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가 2017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은 회사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회식 때면 대표가 폭음을 강요했다. 남녀 가릴 것 없이 냉면사발에 폭탄주를 마시게 하고, 거절하면 회사생활을 힘들게 하며 보복했다.” “회식 때 상사가 소주병을 거꾸로 잡고 휘두르면서 때리려고 하고 위협했다. 동료들이 모인 자리에서 종이를 던지며 모욕을 주고, 차렷 자세를 반복적으로 시키기도 했다.” “대표가 직원 5명에게 전직원 앞에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말하라고 지시, 다른 직원들에게는 쪽지를 나눠주고 권고사직, 감봉, 무죄 등을 적절한 처분을 적게 했다. 그 결과를 단체채팅방에 공유해 모욕을 줬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직장 내 괴롭힘 사례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7월16일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관행적 ‘직장 갑질’ 문화에 경종이 울렸다. 법 시행과 함께 직장문화 개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직장 내 괴롭힘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근로기준법> 6장의 2에 신설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다른 근로자에게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세 가지 요건을 두고 판단하는데 첫째는 괴롭힘 행위자가 사용자 또는 근로자인지 여부다. 여기서 말하는 사용자는 사업주 외에 대표이사, 등기이사, 근로자 채용이나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노무업무 관련 임원,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 등이다.

둘째는 행위요건으로, ①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②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③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3개 요소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우위는 피해자가 괴롭힘 행위에도 저항이나 거절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개인과 집단, 정규직과 비정규직, 직접적인 지휘명령 관계는 아니더라도 직위 직급체계상 상위에 있다면 우위성이 인정된다. 적정범위는 사회통념상 업무상 필요한 일이 아니어야 하는데, 개인적인 일을 반복적으로 지시하고 업무상 따돌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폭행, 폭언, 협박의 경우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유발하는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사실 확인만 되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

셋째는 행위 장소다. 사무실이 아니더라도 외근이나 출장지, 회식장소나 사적인 공간, 사내 메신저나 SNS와 같은 온라인도 모두 포함된다.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보면, 의사에 관계없이 음주, 흡연, 회식참여를 강요하고, 개인 일상생활과 관련된 사적 심부름을 시키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정당한 이유 없이 부서이동 또는 사퇴를 강요하고, 개인사에 대한 뒷담화나 소문을 퍼트리거나 휴가나 병가 각종 복지혜택을 쓰지 못하게 압력을 행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업무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하고,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일을 주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한 괴롭힘을 당했거나 목격했다면 사측에 알려 적극적인 해결을 요청하자. 법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목격자 등 제 3자도 신고할 수 있다. 사내 예방 대응업무 담당자에게 신고하면 되는데, 사업주가 괴롭힘 행위자일 경우 관할 노동청으로 신고하면 된다. 신고를 접수받은 사용자나 기업은 피해자나 신고자 상담 후 조사를 진행한다. 괴롭힘 사실이 확인됐을 경우에는 피해자와 행위자에 대해 적절히 조치하고, 재발되지 않는지 모니터링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혹시나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면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은 자신의 잘못이라 자책하지 말고,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 상의하는 것이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다면 병원진료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또 괴롭힘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괴롭힘 당한 내용과 시간을 기록하고, 녹음을 하거나 직장 동료들의 증언을 확보한다. 회사에 관련 취업규칙이 마련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회사나 노동청에 괴롭힘 사실을 신고한다. 필요하다면 유급휴가를 신청하고 근무장소 변경을 요구하는 등 당당하게 대처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고용노동부가 예시로 든 직장 내 괴롭힘 사례. 사진=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고용노동부가 예시로 든 직장 내 괴롭힘 사례. 사진=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는 근로자들을 위한 상담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으니 활용하자. 정부는 상시근로자 300명 미만인 중소기업 소속 근로자들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AP)을 제공한다. 근로복지넷(www.workdream.net)에 접속해 회원가입 후 EAP 상담서비스에서 직장 내 괴롭힘(심리상담)을 선택하고 상담사도 선택할 수 있다. 상담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여건에 맞게 신청하면 된다.

법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해야 하는 사측의 의무를 강조한다. 괴롭힘이 확인됐다면 지체 없이 조사해야 하며, 피해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을 조치해야 하며, 신고한 근로자나 피해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다.

직장 내 괴롭힘의 책임은 결국 사용자와 사측에게 돌아간다. 노동관계법 위반이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겪을 수도 있고, 근로자 생산성 저하와 이미지 손실로 이어진다. 때문에 사측에서는 취업규칙을 마련해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사건처리절차와 재발방지 대책 등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담은 취업규칙을 제(개)정해 관할 노동지청으로 신고하지 않은 사업장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했다. 괴롭힘이 발생했는지 확인 조사하는 기간 동안 피해근로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사용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이 처해진다.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1주일간 오픈채팅방과 이메일을 통해 565건을 제보 받았다고 한다. 이는 법 시행 전에 비해 70% 늘어난 수치다. 제보가 늘어난 건, 직장 내 괴롭힘이 갑자기 늘어났다는 의미보다 법으로 금지되면서 잠재돼 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불교계도 남의 일이 아니다. 다수의 종무원이 근무하는 사찰이나 불교계가 운영하는 각종 사회복지시설 및 법인의 숫자를 떠올려보면, 바람직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불교계가 앞장서야 할 때다.
 

직장 내 괴롭힘 대처 방안

내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과 상의한다.

병원 진료나 상담을 받는다.

갑질 내용과 시간을 기록한다.

녹음, 동료 증언 등 증거를 남긴다.

직장 괴롭힘이 취업규칙에 있는지 확인한다.

회사나 노동청에 신고한다.

유급휴가, 근무장소 변경을 요구한다.

보복 갑질에 대비한다.

노조 등 집단적인 대응방안을 찾는다.

출처=직장갑질 119

[불교신문 3508호/2019년7월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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