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나라의 프린스

김민정 지음 이갑규 그림 거북이북스

주인공의 이름은 ‘이로운,’ 세상에 이로운 사람이 되라고 부모가 지어줬다. 그들에겐 늦게 얻은 귀한 자식이어서, 아들이 사달라는 건 다 사주고 해달라는 건 다 해줬다. 결국 아들은 욕심과 생떼만 늘면서 이름과는 딴판으로 ‘해로운’ 인간으로만 커간다.

어느 날 멋진 슈퍼카 광고를 보게 된 로운이는 여느 때처럼 사 달라고 조르기 시작한다. 금지옥엽이 바라는 모든 걸 묵묵히 들어주던 엄마 아빠도 이번엔 끝내 단호히 거절하고 만다. 심통이 난 로운이는 산 지 얼마 안 된 제트카 ‘프린스’를 집 앞 쓰레기통에 버리며 보복을 한다.

순간 로운이는 그 장난감 자동차로 변신하게 되고 이런저런 버려진 물건들이 모여 있는 ‘쓸모없는 나라’로 내던져진다. “으아악! 여긴 어디지? 왜 내 몸에 바퀴가 달려있는 거야?”

글쓴이는 “우연히 동네 쓰레기장에서 ‘망태 할아버지’를 맞닥뜨린 후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옛날 옛적 엄마 말을 안 듣고 거짓말하는 아이들을 잡아간다는 그 무서운 망태 할아버지. 커다란 바구니를 어깨에 짊어진 어르신의 한마디에 묘한 각성이 일었다. “세상이 이 거대한 망태 속처럼 쓰레기 천지로 변해가잖아. 아이들한테 꼭 망태 이야기를 전해줘. 이 거대한 망태 안에 갇혀서 살고 싶지 않다면.”

싫증이 나면 반려동물까지 폐기해버리는 세상이다. 책은 버려진 것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며 버려진 것들을 옹호하고 있다. 버려진 물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주인에게 버림받고 슬퍼하고 있진 않을까? 시간을 내어 방 한구석에 두었던 물건들을 꺼내어 정리해 보라고도 권한다. 우리의 손길만 기다리고 있는 새것 같은 물건들이 잔뜩 쌓여 있을지도 모를 테니.

‘세상에 쓸모없는 물건은 없다’는 교훈이 결론이다. 아무튼 쓸모없는 것들과 힘을 합쳐 마침내 현실세계로 돌아온 로운이는 이후 근검절약의 달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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