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서커스

허정주 지음 광대와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는 인간의 오랜 질문이다. 독보적인 사고능력에 초점을 맞추어 ‘호모 사피엔스’라고 보는 견해가 가장 보편적이다. 이밖에도 정치적 능력을 강조한 ‘호모 폴리티쿠스’부터 도구 사용의 측면에서 ‘호모 파베르’,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호모 로퀜스’ 등 인간을 규정하는 학명은 다양하다.

<호모 서커스-곡예사와 21세기 인류문화>는 인간사회를 ‘서커스’의 관점에서 조명한 책이다. 전통적인 의미의 서커스(Circus)는 커다란 천막 안에서 얼굴에 연지곤지를 찍은 곡예사가 화려한 공중제비를 도는 연희(演戱)를 떠올린다. 그러나 저자는 서커스를 과거의 곡마단에 한정하지 않는다.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 극한에 도전하고 또한 그 극한에 열광하는 우리 모두는 여전히 서커스의 인간들이다.

“우리가 과학이라고 부르는 문화의 최첨단 범주에서도 서커스는 매우 다양하고 폭넓게 추구되고 실현되고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비행기 조종사나 지구 밖으로까지 나아가 무중력 상태에서 인간 신체의 시공간적 자유를 구가하는 우주인까지.

온갖 시련과 비방을 견뎌내면서 기어이 자신의 정치적 비전과 이상을 실현해내는 정치인들도 전형적인 ‘서커시안’이다. 프로야구의 9회말 투아웃 역전 만루홈런만한 서커스도 없을 것이다. 책은 각종 스포츠 오락 게임 정보 군사 우주항공 등 문화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서커스적인 문화현상에 대해 참신한 시각에서 설명하고 있다.

1차적 의미의 서커스가 가진 역사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원시시대부터 삼국시대를 거쳐 한반도의 곡예사들이 걸어온 흥망성쇠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 옛날 곡마단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 서커스는 결국 신(神)에 대한 도전이고 인간에 대한 극기다. 최고의 ‘극한성’을 추구하며 자신을 끝없이 사랑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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