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0주년 맞이 특별기획’
불교는 ‘초고령화 사회’ 어떻게 준비하는가
② 사회현안 떠오른 노인 일자리 창출…불교는?
대한민국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 인구로 구분되는 65세 이상 노인이 해마다 48만 명씩 늘 것이란 분석이다. 2025년엔 전체인구의 노인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를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에선 이를 대비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그렇다면 불교는 얼마나 노년층을 배려하고 어떤 현실적인 대안을 준비하고 있는지 총 5회에 거쳐 짚어본다.
지난 22일 서울 시내 한 거리에서 만난 한 모씨(73·남)의 하루 일상은 매일 아침 6시30분에 일어나 작은 리어카를 끌고 동네 이곳저곳을 도는 일이다. 퇴행성 고관절염으로 걸음이 불편하지만 일을 멈출 수 없다. 점심시간까지 쉴 새 없이 일해 리어카엔 폐지가 꽤 채워졌지만 그가 받는 돈은 5000원 남짓. 최근 폐지 가격이 1㎏당 40~50원으로 책정돼 리어카에 폐지를 가득 채워도 손에 쥐는 돈은 얼마 없다. “이 마저도 늦게 움직이면 벌지 못한다”는 한 씨는 “나이 들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수입원”이라고 토로했다.
자기 몸 하나 가누기 힘들어 보이는 노인들이 리어카에 폐지 등을 싣고 돌아다니는 모습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거리의 풍경이 됐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발표한 ‘폐지수집 노인 실태에 관한 기초연구’에 따르면 폐지를 줍는 65세 이상 노인은 2017년 기준 약 6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노인 인구 100명당 1명이 최저임금의 4분의 1 정도인 저임금의 폐지 수집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셈이다. 일명 100세 시대를 맞아 사람들의 기대 수명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이처럼 노년시기까지 돈을 벌어야 하는 노인들의 경제활동은 또 다른 사회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어느 곳이나 쉽게 볼 수 있는 거리에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모습은 이 같은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 맞이하며
노인일자리 현안 떠올라
정부·지자체 힘 쏟지만
아직 효과 미비한 상황
신도 대부분 어르신인
불교, 앞장서 관심 가져야
2025년, 전체인구의 노인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에게 ‘노인 일자리’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미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는 노인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올 한 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총 1조6487억 원을 투입해 6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지자체에서도 막대한 예산과 지역사회 협업 등을 통해 ‘노인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있다. 다만 쏟는 정성과 예산에 비해 체감 효과는 미비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평가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노인 일자리가 1월 11만개에서 5월 58만6000여 개까지 뛰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이 실버 택배나 휴지 줍기 등 월 평균 25만원 미만을 받는 ‘저임금-단시간’ 일자리거나 한 사람이 하던 일을 여러 개로 쪼개 발생한 ‘통계 착시’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일자리 숫자가 증가했다 하더라도, 고학력 또는 경력이 있는 노인들이 제대로 일할 곳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양적·질적으로 모두 부족하다는 결론이다.
이런 사회 흐름 속에서 불교계도 사찰을 중심으로 노인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찰에서 대부분의 신도 층을 구성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65세 이상 노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각 사찰에서는 신심을 바탕으로 봉사를 하고 있는 소위 ‘보살님’ ‘처사님’ 이외엔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노인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사찰과 스님들이 인식이 크지 않은 탓이다.
이처럼 부족한 인식과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불교계에서 위탁·운영 중인 사회복지관의 다채로운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은 중요한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이미 불교계 복지관에서는 노인들의 제2의 인생설계를 돕기 위한 ‘일자리 만들기’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불교계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들은 경비나 청소 등 단순 노무형 일자리를 넘어 자기개발과 장기적 고용이 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일선 현장에서 노인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는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장 정관스님은 “스님과 사찰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제대로 된 인식 변화 없이는 노인 일자리 창출과 같은 노인 배려 활동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정관스님은 “그간 불교발전을 위해 헌신한 분들이 지금 실버세대라고 불리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이라며 “단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그 분들을 홀대하기 보다는 어떻게 적절한 대우 해줄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관스님은 “사찰은 어르신들의 직업교육 훈련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인프라를 갖고 있다”며 “현재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의 ‘종로&장금이 사업(어르신들 직접 메주로 장을 만들고 만든 장을 지역민 분양하거나 판매하는 노인 일자리 창출사업)’을 일반 사찰에서 시행한다면 큰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관스님은 “사찰 주지 스님들의 관심과 지원만 있다면 정부와 지자체가 매진하고 있는 양질의 노인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불교가 충분히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사찰에서 활용할 수 있는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은?
불교계가 위탁·운영 중인 복지관에서 노인 일자리와 관련된 활동은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 ‘취업을 위한 직업 훈련’ 등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의 경우는 바리스타 교육과정을 개설해 자격증을 취득한 어르신들을 카페에 취업시키고 있다. 우리사회 커피소비가 늘어나면서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 맞춘 것이다.
종로구청과 연계해 고령자 기업 ‘플러스 카페’를 1호점부터 3호점까지 운영 중이며, 총 51명의 실버 바리스타들이 일을 하고 있다. 어르신 고용창출에 선진 모델로 꼽힌다. 최근 많은 사찰에서 경내에 카페와 전통 찻집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사례를 활용한다면 불교계 노인 일자리 창출에 있어 충분한 효과를 거두리란 전망이다.
단순한 취업 연계를 넘어서 노인들의 직업 훈련과 일자리 지원 역시 중요한 사업 방향이다.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지난 2004년 센터 부설 서울시어르신 취업훈련센터를 개소해 노인들의 취업 훈련을 돕고 있다. 내일행복학교와 시니어직업능력학교를 통해 연간 2000여 명의 취업훈련 수료생을 배출하고 있다.
특히 미술관 및 박물관에서 일반 관람객에게 전시 안내와 간단한 전시물 및 작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도슨트 교육과정은 내일행복학교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일반인에게 아름다운 가람과 불교 문화재 등을 설명해주는 ‘불교문화 해설사 양성’ 과정이 몇몇 사찰에서 개설돼 있는 만큼 이와 연계해 활용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각종 법회 이후 일정시간을 할애해 어르신 신도들을 대상으로 직업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도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활동으로 고려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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