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석 만해연구소장 기조강연
독립정신 세계평화 확인
“기꺼이 방외인 삶 선택”
8월, 9월 ‘만해로드’ 진행

“선승이자 시인이며 혁명가이기 전에 세계적 동시성을 추구했던 근대인이자 세계인이었던 만해스님의 독립정신과 세계평화사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재석 동국대 만해연구소장(국어교육과 교수)은 한일 양국의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열리는 만해 한용운 스님 조명 학술행사의 의미를 이같이 강조했다.

동국대 만해연구소는 그동안 만해스님 자취가 깃든 일본 시모노세키와 고마자와대학,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일대를 비롯해 중국 요녕성과 길림성 일대의 독립운동 유적지를 답사했다. 고재석 교수는 “만해스님이 보여준 국제인의 면모를 살펴보고 독립의지를 확인했다”면서 “만해로드대장정을 통해 지역의 역사적 배경과 정신사적 의미를 살피고 체험학습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국대 만해연구소(소장 고재석)는 8월10일 오후 2시 만해축전의 일환으로 강원도 인제 만해마을에서 ‘만해로드대장정의 역사적 배경과 정신사적 의미’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일본 유학승 만해의 자부와 우수’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을 하는 고재석 교수는 “만해스님은 불교계의 선지식이었고 시대의 풍운아였다”면서 “스님의 활동이 러시아, 일본, 중국, 한반도 전역에 이루어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부터 만해연구소가 해외의 만해스님 발자취를 찾아 만해로드대장정을 진행한 것도 이같은 취지의 연장선상에 있다. 고재석 교수는 “국내 지식인으로 한정하고 하나의 문화기억으로 만들 수 있는 선양사업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의욕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고재석 교수는 이번 기조강연에서 만해스님이 일본 유학 당시 발표한 한시를 소개하고 내면의 시대적 상황도 분석한다. 1907년 명진학교(현 동국대) 단기과정을 마친 만해스님은 1908년 일본으로 건너가 조동종(曹洞宗)대학(현 고마자와대)에서 반년 정도 머물며 신학문을 익혔다. 고재석 교수는 일본 잡지 <화융지(和融紙)> 제12권 제6호부터 제9호까지 발표한 12수의 한시(漢詩)에 주목했다. 그 가운데 ‘생각 많은 밤에 빗소리 들으며(思夜聽雨,사야청우)’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東京八月雁書稀(동경팔월안서희) 秋思杳茫無處期(추사묘망무처기) 孤燈小雨雨聲冷(고등소우우성냉) 太似去年臥病時(태사거년와병시)” 한글 풀이는 이렇다. “동경은 8월인데 편지는 드문드문, 가을 심사 아득하여 기약할 곳 없네. 외로운 등불 아래 빗소리 차가우니, 앓아 누웠던 지난번과 똑같네 그려.”

만해스님의 일본 유학 시절 한시에 대해 고재석 교수는 “움직이는 세계와 고요한 세계를 넘나들며 자신을 찾았던 진흙으로 빚은 소, 그의 운명의 형식은 이 무렵을 전후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면서 “만해스님은 기꺼이 방외인(方外人)의 삶을 선택했던 것”이라고 평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전한성 인천대 교수는 ‘민족지조의 상징적 공간, 심우장’이란 주제로 1933년부터 1944년 입적할 때까지 만해스님이 머문 서울 성북동 심우장이 지닌 의미를 발표한다. 전한성 교수는 “민중계몽을 위한 교양 이념의 실천공간이자, 불굴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주체성 회복을 위한 실존(existence)의 장소였다”고 심우장이 교양 이념의 실천공간이자 주체성 회복의 장소라고 강조한다. 이어 “심우장은 전성기를 지난 인물이 쓸쓸한 노후를 보낸 초막이 아니라 무르익은 만해의 삶이 회향되는 공간을 대표한다”면서 “그의 모든 삶의 열매들은 출출세간(出出世間)으로 회향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심우장으로 대표되는 출출세간은 꼭 성북동 심우장이라는 장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사상과 자비가 회향되는 모든 삶과 공간을 의미한다.”

이밖에도 △세계만유의 첫 출발, 시베리아와 독립운동가들(홍웅호, 동국대 대외교류연구원) △만해 한용운의 독립운동 모색과 1910년대 만주(서민교, 동국대 대외교류연구원) 등의 연구결과도 선보인다.

동국대 만해연구소는 8월29일부터 이틀간 서울 성북구, 서대문구, 경기도 광주, 충남 홍성 등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 2019 만해독립로드 대장정’을 실시하고, 9월28일부터 29일까지는 ‘만해선사 옛길 답사-만해로드 대장정’을 진행한다.

고재석 만해연구소장은 “평생 조국독립과 겨레사랑을 실천하며 살다 가신 만해 한용운 선사의 자유 평등 평화사상을 인종 종교 국가를 초월해 널리 선양하기 위해 세미나와 대장정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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