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은스님의 지금 행복하기] 근심걱정 없는 곳
[동은스님의 지금 행복하기] 근심걱정 없는 곳
  • 동은스님 삼척 천은사 주지
  • 승인 2019.07.2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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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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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은 이렇게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사니까 아무 근심걱정도 없지요? 스님들은 참 좋겠다.” 문화강좌 다니는 분들이 사찰 참배 오셔서 안내를 해드리고 나니 어느 보살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하하, 그렇게 보이세요? 바깥세상 보다야 덜하겠지만,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 나름대로의 힘든 것도 있답니다. 그리 좋아 보이면 여기 와서 한 번 살아 보실래요?” “아뇨, 전 새벽에 일어나질 못해요” 하며 웃으셨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억만장자들이 은퇴 후에 모여서 사는 ‘썬 밸리’(Sun Valley)라는 곳이 있다. 하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치매 발병률이 훨씬 더 높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충격적인 사실에 우리나라 유명한 박사가 그 이유를 조사하고자 그곳을 가보니 정말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고 한다. 모든 편의시설과 최신 의료시설에 최고의 실력을 지닌 의사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치매에 더 많이 걸린 이유는 뭘까?

행복한 삶은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사는 것보다 오히려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겪으면서 그것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 있다. ‘인생낙원’은 다름 아닌 바로 내가 가장 고민하고 걱정하며 다투고 화내며 살고 있는 이곳이다.

썬밸리의 많은 사람들이 다시 시끄러운 마을로 돌아가는 이유는, 일상적으로 겪는 ‘스트레스’와 생활고에 대한 ‘걱정’, 그리고 일상생활의 ‘변화’가 오히려 더 건강하게 해준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너무 안락하고 편한 것이 오히려 병을 유발한다는 것이었다.

부처님께서 편안한 왕궁생활에 젖어 평생을 사셨다면 일찍 돌아가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성을 나와 6년의 고행 끝에 깨달음을 얻으시고, 평생을 수행자들과 함께 불편한 공동체생활을 하셨기 때문에 건강하고 행복하게 장수를 하셨을 수도 있다.

삶이 너무 편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나태해진다. 온실 속의 화초보다 비바람 눈서리를 맞고 자라는 들꽃의 향기가 더 진하고 생명력도 강하다. ‘고생苦生’이란 ‘苦는 生한다’는 뜻이다.

[불교신문3501호/2019년7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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