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두

옛날 얘기다. 시골 마을에서 먹기대회가 열렸다. 누가 빨리 먹는가를 가리는 자리였다. 먹을거리로 내놓은 건 두부였다. 두부 한 모를 빨리 먹기였다. 동네 사람들은 1등을 할 사람은 정해졌다고 생각했다. 먹보라는 별명을 가진 청년이 그 사람이었다. 그는 덩치가 크고 먹성도 좋은 사람이었기에 누구나 그를 1등감으로 여겼다. 

그런데 시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어? 하면서 저게 아닌데 하는 표정들이었다. 먹보청년은 두부 한 쪽을 덥석 물어 입에 넣고 양 볼을 우물거리더니 캑캑 하면서 입에 든 두부를 뱉어내는 게 아닌가. 결과는 ‘먹보청년이 시합에서 떨어졌다’ 였다.

사람들은 믿기지 않아 먹보청년에게 물었다. 왜 그래? 뭐가 잘못됐어? 먹보청년의 대답에 사람들은 또 한 번 어? 했다. 먹보가 한 말이다. “이상하네요. 조금 전 시합에 들어가기 전에 연습 삼아 한 모를 먹을 때는 술술 잘 넘어갔는데….” 사람들은 어이 없는 눈길로 먹보청년을 안타깝다는 듯 바라 보았다. 

포장마차에서 우동을 파는 할배가 있었다. 그 할배의 우동 판매 전략은 남달랐다. 다섯 그릇을 5분 안에 먹는 사람에게는 다섯 그릇 값을 내준다는 희한한 제의를 했다. 우동국물은 먹든 말든 먹는 사람이 알아서 하라는 제의도 덧붙였다. 말하자면 비빔우동이든 물우동이든 상관없이 다섯 그릇을 5분 안에 먹기만 하면 다섯 그릇 값은 안내고 도로 다섯 그릇 값을 먹는 사람이 받아가는 그런 방식이었다. 

할배는 세로로 자른 종이에 ‘아무개 4분28초’ ‘아무개 4분37초’ 등으로 써서 줄줄이 늘어뜨려 놓았다. 먹은 사람들의 기록을 자랑했다.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할배 포장마차에 늘어섰다. 우동을 먹겠다고 달려든 사람들은 거의 가 우동값을 내고 웃으며 돌아섰다. 할배가 번번이 이긴 것이다.

줄줄이 늘어뜨려 놓은 기록들은 뭐냐고? 그건 말할 것도 없지. 할배의 꼼수지. 우리 곁의 먹보청년, 우동할배 참 고맙다. 짜증나는 장마철에 우리를 웃게 해주고 있으니까.

[불교신문3505호/2019년7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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