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자다 중간에 깬다
따지자면 일생 동안 두 순간에 이가 갈리고 그리고 두 순간을 물었다
혼자 자다 깨어나는 중간과
함께 자다 깨어나는 중간에 홀린 듯,

중간을 시리게 쓸어안는 잠과 잠 사이
문득 부르는 내 이름은 마치 네 머리맡에 물 대접처럼 놓인 적 있는 말투다

-황학주 시 ‘잠과 잠 사이’에서
 


잠을 자다가 혹은 잠을 자며 꿈을 꾸다가 잠과 꿈에서 벗어나는 때가 있다. 그때에는 내가 잠의 세계와 잠의 세계 사이에 홀로 놓인 것만 같고, 두 절벽 사이에 서 있는 것만 같고, 하나의 의문과 또 다른 의문 사이에 놓인 것만 같다. 또 때때로 낯선 세상에 문득 와 있는 것 같다고 느낄 때도 있다. 

삶은 하나의 꿈이라고 했던가. 이 시는 우리의 존재가 누군가의 잠 혹은 꿈과 곧 다시 이어질 잠 혹은 꿈 사이에 놓여있는 하나의 물그릇과도 같다고 말한다. 잠을 자는 사람의 머리맡에 밤새 놓여 있는 물 대접 같은 것이 사랑의 감정이라고 말한다.    

[불교신문3505호/2019년7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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