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을 맞이하는 송구영신 법회가 얼마 전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덧 1년의 반이 지나, 칠월 무더위를 맞았다. 새삼스레 굉장히 빠르게 지나간 것 같은 느낌에 아쉬움이 남는다. 군에서의 7월은 이제 갓 임관하고, 자대를 배정받은 초급 간부들로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군종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6월28일 육군종합행정학교에서 교육을 마친, 군승 52기(군종 77기) 10명의 법사님들의 임관식과 고불식이 여법하게 봉행되었다. 육군 7명, 해군 1명, 공군 2명으로 분류된 군승 52기 법사님들은 고불식을 통해 전법의 원력과 의지를 부처님 전에 간절히 발원하며 부지런히 수행 정진할 것을 다짐했다.
 

육군종합행정학교 호국 남성사에서 군종 77기의 고불식 행사를 지원하다가 불과 몇 년 전, 같은 자리에서 전법선언을 읽었던 때가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다. 

나 역시도 2015년 4월21일 충북 괴산에 위치한 육군학생군사학교(이하 학군교)로 입대하여 군사 교육을 받았다. 영동의 육군종합행정학교(이하 종행교)에서 군종장교 직무 교육을 이수했으며, 7월1일 군종 73기로 임관을 하였다.

군종법사를 선택할 당시, 나는 군대가 어떤 곳인지, 장교가 어떤 사람인지, 군에서 법사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 군인과 스님이라는 두 신분 사이에서 어떤 마음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군법사를 지원하였다. 

생각해보면 안정적이지만 좁은 우물 안을 떠나, 낯설지만 넓은 우물 밖에서 수행자의 삶을 살아보고팠던 갈증과 간절함으로 다다른 길이였다. 그때의 나는 17살 출가한 이후, 3년의 행자 생활과 본사 소임으로 4년을 보내고, 역사와 전통의 동학사 강원과 동국대 학사 과정을 마친 뒤인지라, 나름 절집 생활에 대한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더군다나 ‘군대 그까짓 것, 그냥 하면 되겠지’하는 안일함과 어리석음으로, ‘자신만만하게 행동하지 말라’ 경계하신 노스님의 당부를 잊고 무척 당돌하게 거들먹거리며 군에 발을 들였다. 그렇게 무지(無智) 속에 입대하여, 학군교와 종행교에서 군인으로서의 기초 군사 교육과 군종으로서의 직무 수행을 위한 신분화 교육을 받으려니, 부족한 체력과 지식, 인내심이 순식간에 바닥이 났다.

임관을 하고 나서도 하는 일마다 실수투성이었고, 부대 적응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주위에서 응원해 주시던 어른 스님들이 계셨고, 꼼꼼히 지도해주신 선배 법사님들이 계셨다. 믿고 따라와 주는 가족들과 장병들이 있었고, 절차탁마하는 동기와 도반들이 늘 곁에 있었기에 지난 5년간 군종법사의 임무를 잘 해낼 수 있었다. 

군종 77기로 임관하신 군종법사님들도 나만큼은 아니겠지만, 생각지 못했던 여러 어려움들을 직면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다양한 군종법사의 낯선 업무들로 많은 고민과 고비가 있겠지만, 그 또한 좋은 추억이 되어주고, 좋은 씨앗이 되리라 믿는다.

모쪼록 힘든 훈련 과정을 마치고, 멋지게 임관하신 군종 77기 법사님들을 다시금 환영하며, 법사님들의 큰 원력으로 힘들고 지친 군장병들에게 훌륭한 스승이 되어주시고, 불교 군종사에 한 획이 되어주시길 간절하게 두 손 모은다. 

[불교신문3505호/2019년7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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