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이라 쓰고 고향이라고 읽었다
정선이라 쓰고 고향이라고 읽었다
  • 여태동 기자
  • 승인 2019.07.19 0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선

<strong>전윤호 지음 / 달아실</strong><br>
전윤호 지음 / 달아실

춘천에 은거하며 왕성한 시작활동을 하고 있는 전윤호 불자시인이 9번째 시집 <정선>(달아실)을 출간했다. 강원도 정선 출신인 그는 삶에 대한 관조의 시선을 얹어 고향에 대한 주옥같은 시어를 구사하고 있다.

전 시인은 시집을 출간하며 “이제 고향은 내 기억 속에 있다. 보고 싶은 사람은 떠나고 할 말은 많아도 운을 떼지 못하는 아버지 무덤이 있는 동네, 늘 빚진 마음을 조금이나마 갚는 심정으로 이 시들을 썼다. 나를 기억해주는 고향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썼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본지에 ‘여시아문’ 필자로 활동했던 전 시인은 방황시인이자 방랑시인이다. 고양시가 집이지만 안산에 몇 년 칩거하다가 지난해는 ‘호반의 도시’ 춘천에 둥지를 틀고 오로지 시작에 열중하더니 이번에 9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시에 대한 강의도 하고 하는 전 시인은 SNS에 ‘우무룩한 변태곰’이란 이름을 달고 습작한 시들로 세상과 소통하기도 한다. 희귀한 병마와 공생하고 있는 그는 최근 단식정진으로 홀쭉한 몸매를 만들어 “이 또한 더 좋은 시를 쓰기 위함”이라고 밝힌다.

불자시인답게 고향사찰 ‘정암사’도 썼다.

“사랑을 잃은 사람들 / 제 가슴 한 조각씩 얹은 탑이 있는 곳 / 당신은 모르네 그 절접 / 아무나 갈 수 없지 / 검은 물 가로막은 저승을 지나 / 가슴 저미는 안개 넘어야 하는 곳 / 행여 운이 좋아 그 앞에 들어선들 / 목숨마저 던지는 슬픔 모른다면 / 눈물로 세운 산문(山門)을 찾지 못하니 / 엉뚱한 계곡에서 멀리 보이는 / 폐광 건물처럼 / 그저 인연이 없었다 생각하고 / 열목어처럼 울다 가시실”

최준 시인은 발문을 통해 이번 시집에 대해 이렇게 평한다.

“정선으로 시작해 정선으로 끝나는 이 시집은 이별과 서러움과 같은 전통적인 정한(情恨)의 정서가 전편을 누비지만, 들풀처럼 무성한 그의 고향 사랑이 행간들마다 절절하게 녹아들어 있다. 그에게 정선은 문명의 외지에서 체험한 자연의 풍경으로 오버랩해 각인된 산수화가 아니다. 현재를 살아 숨 쉬고 있는 생물이다. (중략) 그는 자신의 고향 정선을 ‘도화원(桃花園)’으로 여긴다. 신선이 산다는 이상향. 세상으로부터 지워지는 꿈의 장소. 정선은 그에게 여전히 속세와는 다른 탈속의 세계다.”

한 자아에게 깃들어 있는 그리움과 슬픔은 한 몸통이 아닐까. 전 시인의 <정선> 시집에 들어 있는 60편의 시를 읽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시집에는 전 시인이 자란 정선이 연대기적 시간대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동국대 사학과를 졸업한 전윤호 시인은 1991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늦은 인사> <봄날의 서재> 등 시집을 출간했다. 한국시인협회 젊은 시인상과 시와시학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