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문화 보편성 보여주는 ‘라라리’ ‘라리련’

불교구음, 불 법 승 대법 열반경 ‘실담장’에서 전승
한국 중국 일본 스님들의 선시 어록에도 자주 등장

한국 전통연희연구에 전념하면서, 최근에는 한국과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전통연희를 비교 연구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전경욱 고려대 교수를 지난 1일 고려대 박물관에서 만났다. 신재호 기자
한국 전통연희연구에 전념하면서, 최근에는 한국과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전통연희를 비교 연구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전경욱 고려대 교수를 지난 1일 고려대 박물관에서 만났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동아시아 3국의 스님들이 즐겨 노래했던 ‘라라리(囉囉哩)’ ‘라리련(囉哩嗹)’은 원래 <열반경> ‘실담장(悉曇章)’에 보면 ‘로류로루(魯流盧樓)’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 뜻은 불(佛),법(法), 승(僧), 대법((對法) 입니다.”

최근 <아라리의 기원을 찾아서 - 불교 구음(口音) 라라리와 라리련의 한국적 전승양상>을 고려대출판문화원에서 펴낸 전경욱 고려대 박물관장(국어교육과 교수)은 “한중일 승려들이 많이 노래한 이 구음은 민간에도 퍼져 민요, 연극, 인형극 등 동아시아 문화에 수백 년 동안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강조했다. ‘실담장’은 산스크리트어의 자음과 모음을 일정한 차례로 적어 놓은 일종의 표이다.

지난 1일 서울 고려대 박물관장실에서 만난 전경욱 교수는 “‘라라리’와 ‘라리련’이란 불교 구음이 동아시아 문화의 보편성과 한국적 독자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면서 “고려와 조선시대 대부분 사람들이 이 구음을 알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개화기를 지나면서 잊혀졌다”고 말했다. 대중에게는 낯선 ‘라라리’와 ‘라리련’에 대한 전경욱 교수의 고찰로 구음 연구의 새로운 연구 분야가 개척되고, 한국문학예술사에서 중요한 문제를 규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우선 고려 속요의 구음들과 ‘정선아리랑’과 ‘아리랑’의 구음 유래가 불교 구음 ‘라라리’와 ‘라리련’으로부터 유래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스님들의 선시와 어록에서도 ‘라라리’의 구음이 자주 사용된 실상을 규명한 것이다.

전경욱 교수는 “아라리, 아리랑, 사라리, 사리랑, 사르랑, 쓰리, 쓰리랑은 불교 구음 ‘라라리’의 지배적인 영향아래 <불설명당경(佛說明堂經)> 등 불교적 진언의 영향도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각 지방 아리랑의 구음 중 '쓰리 쓰리' '쓰리랑'도 한국적 독자성을 띤 구음으로 이미 <불설명당경>과 <아리랑가라>에서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전 교수는 “<금강경오가해(金剛經五家解)>, <선문염송(禪門염頌)> 등 고려 조선시대의 불교서적과 스님들의 시와 어록 등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라라리’와 ‘라리련’ 관련 구음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전경욱 고려대 박물관장이 저술한 ‘아라리의 기원을 찾아서’ 표지. 고려대 출판문화원에서 출간했다.
전경욱 고려대 박물관장이 저술한 ‘아라리의 기원을 찾아서’ 표지. 고려대 출판문화원에서 출간했다.

<열반경> ‘실담장’에 나오는 ‘로류로루’ 네 글자가 후세에 복잡한 변화를 거치며 중국 당송대에는 계승된 ‘라라리’ ‘리라라’가 한국과 일본 스님들의 선시와 어록에도 자주 등장했다는 것이다. 고려 중기 진각국사(眞覺國師, 1178~1234)의 ‘시지강상좌(示至剛上座)’가 대표적인 경우로 일부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 목석같은 남자도 박수치며 라라리를 부르고, 돌계집도 머리를 흔들며 리라라를 부르네”

이후에도 보우(普愚, 1301~1382)스님 ‘산중자락가(山中自樂歌)’, 나옹(懶翁, 1320~1376)스님 ‘무여(無餘)’, 법장(法藏, 1330~1428)스님 ‘보제존자삼종가(普濟尊者三種歌)’, 휴정(休靜, 1520~1604)스님 ‘환향(還鄕曲)’, 현변(懸辯, 1616~1684)스님 ‘태평곡(太平曲)’, 자수(子秀, 1664~1737)스님 ‘무경실(無竟室)’, 법종(法宗, 1670~1733)스님 ‘임종게(臨終偈)에도 꾸준히 등장한다. 근대에 들어서는 경허(鏡虛, 1846~1912)스님의 ‘토굴가(土窟歌)’와 보정(寶鼎, 1861~1930)스님의 ‘팔월전가악(八月田家樂)’에도 ‘라라리’ 구음이 사용되고 있다.

고려부터 조선말까지 노래
경허스님 이후에는 사려져
‘민간 문화’에도 영향 미쳐
불교계 관심갖고 애용해야

전경욱 교수는 “고려 중기 진각국사부터 조선 말기 경허스님까지 지속적으로 선시에서 노래한 불교구음이 불교계에서 잊혀진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 앞으로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염송 하듯이 불, 법, 승, 대법을 의미하는 불교 구음인 ‘라라리’ ‘리라라’를 많이 애용하고 활용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1992년 만난 남사당패 예능보유자 박계순 선생 아들 남기문 씨가 꼭두각시놀음과 박첨지놀이에 등장하는 구음의 뜻이 궁금하다는 질문이 계기가 되어 연구를 하게 됐다. 이후 중국 복건성 천주 등을 답사하며 동아시아 불교구음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전경욱 교수는 “이 책을 내면서 거의 25년 묵은 숙제를 해결하는 기분”이라면서 “중국과 일본의 인형극 전승지를 답사하는 등 충실한 연구를 진행하게 해준 한국연구재단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전경욱 교수는…


고려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국어국문)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인디애나대 민속학연구소 방문교수, 중국 운남성 운남민족박물관 외국전문학자, 한국민속학회장,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춘향전의 사설형성원리> <한국의 전통연희> <한국의 가면극> <한국 가면극과 그 주변문화> <한국전통연희사전> <동아시아 가면극의 역사와 전승양상> <韓國假面劇> <Korean Mask Dance Dramas> <Traditional Performing Arts of Korea> <韓國的傳統戱劇> 등이 있다. 학술연구지원사업 우수성과 교육부장관 표창과 문화유산보호 학술 부문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현재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와 고려대 박물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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