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교장 박영동 교법사
오는 8월 나란히 정년퇴임
“학교 떠나도 미래세대 포교 앞장”

교법사 출신으로 교육현장을 종횡무진하며 학교 발전을 위해 힘써온 김형중 동대부여고 교장과 3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교법사로 한길을 걸으며 청소년들에게 불교의 소중한 가르침을 전해온 박영동 수석교법사가 오는 8월 정년퇴임한다. 사진은 지난 10일 동대부여고 정각원에서 학생들과 함께 한 기념사진.
교법사 출신으로 교육현장을 종횡무진하며 학교 발전을 위해 힘써온 김형중 동대부여고 교장과 3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교법사로 한길을 걸으며 청소년들에게 불교의 소중한 가르침을 전해온 박영동 수석교법사가 오는 8월 정년퇴임한다. 사진은 지난 10일 동대부여고 정각원에서 제자들과 함께 한 기념사진. 사진=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지난 7월10일 동대부여고 법당 정각원은 평일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박영동 학교법인 동국대 수석교법사의 퇴임 기념법회로 북적였다. 34년여 동안 청소년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전해온 박 법사가 이제 곧 교법사로의 소임을 내려놓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이날 법회에 함께한 김형중 교장도 “만해 한용운스님께서 조선불교유신론을 통해 포교사의 3대 자질로 열정과 인욕, 자애를 꼽았는데, 우리 법사님은 이를 두루 갖추신 분”이라고 격려하며,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교법사 출신 교장’으로 학교 발전에 기여해온 김형중 교장 또한 곧 40년 가까이 근무했던 정든 학교를 떠난다.

오는 8월 정년퇴임하는 김 교장과 박 법사는 1982년, 1985년에 각각 첫 발령을 받은 이후, 각자의 자리에서 40년 가까이 불교의 소중한 가치관이 청소년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힘써왔다.

교직에서는 떠나지만, 두 사람 모두 부처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교육과 전법에 대한 원력은 변함이 없다. 퇴임이후에도 미래세대 포교를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원력을 내놓았다.

동국대 산하 학교를 두루 거치며 교법사와 교감, 교장으로 교육현장을 누빈 김 교장은 “그동안의 포교 전법 노하우를 집약한 포교방법론이나 전법학, 포교학에 대한 저술에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 법사도 “언제 어디서나 청소년들이 부처님 말씀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청소년 불교성전을 만드는 일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후배 교법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전해달라는 요청에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한 표정을 짓는가 싶더니, 진심 어린 당부가 이어졌다. 두 사람 모두 “교법사는 학교에서 교사 신분이면서도 성직자 위치에 있기 때문에 말과 행동에서 모범을 보여야하고, 특정 포교분야에서 만큼은 전문가 수준이 되어 존경받는 교법사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교법사 출신으로 교육현장을 종횡무진하며 학교 발전을 위해 힘써온 김형중 동대부여고 교장과 3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교법사로 한길을 걸으며 청소년들에게 불교의 소중한 가르침을 전해온 박영동 수석교법사가 오는 8월 정년퇴임한다. 사진은 지난 10일 동대부여고 정각원에서 학생들과 함께 한 기념사진.

■ 김형중 동대부여고 교장

“학교는 삶의 의지처이자 귀의처였습니다. 부처님께 귀의하듯 출근을 하고, 자나 깨나 학교와 학생들을 생각한 시간이었습니다. 불교를 배워 불법을 실현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부처님처럼 여겼습니다. 이제 곧 떠난다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오는 8월 정년퇴직을 앞둔 김형중 동대부여고 교장은 지난 10일 이같은 소회를 밝혔다.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한 직후인 1982년 명성여중(현 동대부여중)에서 교법사로 첫 발을 내딛은 김 교장은 동국대 산하 학교를 두루 거치며 40여 년을 봉직했다. 교법사로 30년, 교감·교장으로 7년이다.

교법사 출신 학교장은 동국학원에서 김 교장이 거의 유일하다. 80년대엔 사례가 있었지만 90년대 들어선 배출되지 않았다. 평범한 교법사에서 학교 관리직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김 교장은 그간 부단한 노력으로 학교 발전을 이끌어 냈다.

‘불교정신을 바탕으로 학술과 인격을 연마하고 지혜와 자비를 충만케 해 서로 공경하는 이상세계를 구현한다’는 건학이념과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역사와 전통을 계승한 명문, 행복한 인성교육을 실현하는 학교, 특성 있는 학교로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교육현장에 있으면서도, 교계 안팎의 다양한 분야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김 교장이다. 교과서에 기술된 불교 내용 가운데 잘못된 부분을 지적한 책을 내고 오류를 바로잡았다. 책을 낸지 10여 년이 흘렀지만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은 변함이 없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불교환경운동에도 앞장서는 등 시민운동에도 애정으로 참여했다. 지금도 청정국토만들기운동본부를 통해 환경 운동을 펼치고 있다. 선시 평론가로도 활동 중이다.

문학에 조예가 깊은 김 교장은 이날 학교 구성원들과 뜻 모아 신동엽 선생 시비를 건립한 것을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신동엽 시인은 생전 이곳에서 국어교사로 재직하며 문예지 ‘별밭’을 지도하고, ‘껍데기는 가라’와 ‘금강’을 집필하는 등 문학 사랑을 실천했다. 8년 동안 학교에 봉직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 김 교장은 시인의 정신이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시비를 세웠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명문 학교로의 발판도 다졌다. 올해 대학입시 분야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거둔 것. 학교 자료에 따르면 2019학년도 331명의 졸업생 가운데 223명(67.3%)이 진학에 성공했다. 광진구 평균 4년제 대학 진학률이 42.2%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졸업생들의 건승을 기원한 김 교장은 “어느 곳에 있든 동국 가족들은 빛날 것”이라면서 “대학 진학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가 소중한 동대부여고인들”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 누구보다 열과 성을 다해 현장을 누빈 김 교장은 퇴직 이후에도 불교와 미래 세대들을 위해 활동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부처님 가르침을 어떻게 회향할 것이냐는 질문에 교법사 출신다운 답을 내놓는다. 그동안의 포교 전법 노하우를 집약한 포교방법론이나 전법학, 포교학에 대한 저술에 집중하고 싶단다.

후배 교법사들을 위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자신만의 전문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자가 되어야 한다는 당부였다. 김 교장은 “참선, 교학, 설법, 문화재 등 어느 한 분야만큼은 최고가 되도록 해야 한다. 훌륭한 교법사님들이 많기 때문에 관리자가 앞으로도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 박영동 학교법인 동국대 수석교법사

“우리 사람들은 아름다운 꽃잎을 간직한 꽃씨와 같은 것, 불을 붙이면 주위를 밝게 할 양초와 같은 것을 갖고 있구나. 그러나 그 꽃씨와 양초 자체가 꽃이 될 수 없고, 밝음이 아니라고 말해 주고 싶다. 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너의 소중한 꽃씨를 키울 영양분이 되고, 양초에 불을 붙여 줄 소중한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든다(박영동 수석교법사의 오수부루나 중).”

박영동 학교법인 동국대 수석교법사가 지난 10일 동대부여고 정각원에서 정년퇴임을 기념해 펴낸 설법모음집 오수부루나를 부처님 전에 봉정했다. 이날 박 법사는 “돌아보면 군법사로 4년, 교법사로 34년 6개월, 총 38년 6개월을 과분한 대접을 받고 살았다. 책으로 배우는 것은 한계가 있어 잠시 출가도 했었다”며 “목정배 선생님의 포교 열정을 습득하려고 노력했고, 박완일 법사님을 통해 설법 배우며 많은 힘을 얻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늘 팔정도 수행법을 강조해 왔다”면서 “말과 생각, 행동의 일치가 인격완성의 길인만큼 평생을 정진, 정진하며 살 것”을 다짐했다.

박 법사가 교법사로 처음 발을 들인 때는 1985년. 불교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 때다. 수학여행의 마지막 날, 운명처럼 불교를 만났다. 서울 종로에서 친구를 따라 조계사 새벽예불을 함께 한 것. 예불을 하며 ‘불교란 무엇인가’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광주로 돌아오자마자 관음사 불교학생회에 가입했다. 6개월 후, 광주불교학생회의 창립 주축이 되었다.

동국대 불교학과로 진학한 박 교법사는 불교학생회장을 역임했고 졸업 후 공군 군법사로 자원해 군포교에도 앞장섰다. 제대 후 명성여고(현 동대부여고) 교법사로 시작해 지금까지 한길을 걸어왔다.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불교뿐만 아니라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을 전공하고 1급 청소년지도사 과정도 수료했다.

부처님 법을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교법사로 근무하며 평생 잊지 못할 추억도 많이 쌓았다. 파라미타가 처음 만들어진 1996년, 무주구천동에서 열린 제1회 파라미타 연합캠프에서 200여 명의 학생들과 밥을 직접 지어먹고, 야외 운동장이나 산자락에서 108배를 했던 것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깊은 산내 암자에서 하계수련 기간 중 1080배를 하다 한 학생이 갑자기 쓰러져 칠흑같이 어두운 밤 병원에 갔던 일, 파라미타 학생회 활동을 하던 제자들이 동국대 불교학과에 한꺼번에 6명이 입학한 일 등 돌아보면 행복한 기억뿐이다.

교법사가 좋은 이유도 셀 수 없이 많단다. 무엇보다 불교가 학생들 인성교육에 좋은 영향을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학교 폭력이 없는 학교로 평판이 자자할 때, 불교가 뭔지도 모르던 아이들이 법당에 와서 향냄새가 좋다며 자유롭게 신행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도 큰 보람을 느꼈다.

동대부고, 동대부여고, 영석고에 법당을 짓는 대작 불사에도 앞장섰다. 퇴임 이후에도 간화선 화두를 아이들 수준에 맞게 풀어쓴 책을 보급하고, ‘청소년 불교성전’을 만드는 일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원력이다.

끝으로 박 법사는 후배 교법사들을 위해 “특정 포교분야에서 만큼은 전문가 수준이 되어 인정받는 법사가 되어야 한다”며 “교사 신분이면서도 성직자 위치에 있기 때문에 말과 행동에 모범을 보여 존경받을 수 있도록 정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불교신문3505호/2019년7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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