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철

최근 남북을 비롯하여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주요 국가들 사이의 정상회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주로 정상간 대화로 이루어지는 회담은 실무자들의 다양한 물밑 협상을 토대로 전개된다. 그런데 최근 한일간 정상회담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일본이 경제보복까지 들고 나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앙굿따라니까야>에서 부처님은 “대화상대로 적합한지 적합하지 않은지는 대화를 이끌어 가는 방식에서 알 수 있다”고 설하였다. 질문을 받았을 때 옳고 그름, 취지, 알려진 발언, 절차 등에 입각(立脚)하지 못하는 사람은 대화상대로 적합하지 않다. 또한 질문과 다른 것을 답변하거나 밖으로 화제를 돌리고, 화내고 성내고 실망을 드러내면 대화상대로 부적합하다. 그리고 질문을 받고는 질문자를 공격하고 유린하고 조롱하고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지면 대화상대가 될 수 없다. 

양자가 대화를 하려면 상대방의 말과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갖고 서로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국가를 대표하는 정상들이 대화를 한다는 것은 해결하려는 양국 간의 문제, 공동의 관심사에 대하여 전쟁 없이 해결책을 찾기 위함이다. 국가간 대화가 단절된다는 것은 상대방을 정상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속셈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대화의 부재가 결국 적대국 사이에서나 일어나는 경제보복이라는 극단적 상황에 이르게 했다. 

미국과 중국은 관세전쟁, 환율전쟁, 기술전쟁, 패권전쟁의 와중에도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면서 지혜의 대결을 벌인다. 전쟁 중에도 서로 사신을 교류하고 대화를 하는 것이 상례이다.

하물며 전쟁 상황이 아님에도 정상간의 대화가 없다는 것은 의지가 없거나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거나 아니면 대화의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간 문제가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한시바삐 잘 해결돼 미래지향적 관계를 형성해 나가기를 바란다.

[불교신문3504호/2019년7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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