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음의 어둠에 깊이 덮이어 생사의 험한 길에 떨어지고, 
큰 사견(邪見)의 그물에 들어 세상의 우리 속에 갇히네. 
- <십주경> 중에서

 


인생을 안다는 건 세상을 향해 겸허한 자세를 가진다는 것이리라. 세상이 눈부시게 아름다워 서럽게 다가온다는 것이리라. 잘난 맛에 사는 것도 젊은 한때의 치기요, 세상모르는 철부지 시절의 행태다. 세상의 온갖 풍파와 다양한 문화 경험을 거친 황혼에 이른 나이가 되면, 특별히 잘난 사람도 없고 특별히 못난 사람도 없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가진 게 있든 없든 인생을 얼마나 보람되고 의미 있게 살았느냐가 한 세상 후회 없이 산 척도가 아닐까 생각하였다. 

넓은 합천호에 바람 쐬러 나갔다가 낙조를 바라보며 느낀 소회다. 낮때의 산은 짙푸르고 물은 쪽빛이었는데, 저녁에 이르자 사금파리를 뿌려놓은 듯한 황금빛 물결로 일렁였다. 그 석양에 물든 산천 앞에 서 본 사람은 알리라. 우리네 인생이 얼마나 부질없고, 나란 존재는 얼마나 비루하기 짝이 없는지.

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세상에서 왜 아웅다웅 상처 주며 사는지. 이때는 삶이 서럽다. 그러나 다시 서러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세상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미처 아름다운 줄도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에 대한 연민으로. 

[불교신문3504호/2019년7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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