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 사람은 왜… ‘고유정 프로파일링’
[특별기고] 이 사람은 왜… ‘고유정 프로파일링’
  • 선업스님  불교상담개발원장
  • 승인 2019.07.18 08: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 위해 과거 단절하려는 집착욕구가 분노로 표출”

감각적 욕망에서 벗어나
분노와 악의없음의 사유
해코지 않는 사유 필요해

불교 통한 프로파일링은
깊은 고통의 원인 찾는
최상의 탐지기 될 수 있어
선업스님

요즘 고유정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전 남편과 현 남편의 아이를 살해한 것으로 의심되는 희대의 엽기 사건은 그 원인을 두고 설왕설래를 거듭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건이 발생하면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학적 분석을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대책을 세우기 마련인데 이번 사건은 현재까지 ‘조심스런 진단’에 방점이 찍힌 상태이다. 그녀의 평온한 얼굴과 잔인한 범행수법 간 간극이 너무 큰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쉽사리 ‘이거다’라고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에 반해 부처님은 <두 가지 사유경>에서 “감각적 욕망과 관련된 사유와 악의와 관련된 사유와 해코지와 관련된 사유”는 거듭해서 일으키고 고찰을 거듭하다보면 그대로 마음의 성향이 되고, “나 자신을 고통에 빠뜨리고 다른 사람을 고통에 빠트리고 둘 다를 고통에 빠트린다”고 심리적 원인에 대한 진단을 명확하게 내리고 있다. 특정 대상에 대한 ‘해코지’라는 행위는 ‘화를 동반한 악의’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그 저변에는 감각적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그 심리현상에 묶여 있게 되면 가시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어떤 개인의 심리적, 행동적 특성을 분석함으로써 특정 상황이나 영역에서의 행동을 예상하고 설명하는 것을 심리분석가에 의한 프로파일링이라고 한다. 

먼저, 프로파일(profile)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살펴보면 첫째는 옆얼굴의 윤곽 또는 얼굴의 옆모습을 뜻하고, 둘째는 개요나 개요서를 의미하며, 셋째는 인지도 또는 대중의 관심을 뜻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프로필’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무엇인가의 윤곽(특히 사람의 형체)을 말하는데, 이러한 근원적인 단어인 profile에 ‘하는 것’ 형태의 변형인 ?ing가 붙게 되면서, 초기에는 ‘개요의 작성을 위한 자료나 정보수집’의 의미로 시작하여 ‘범죄자의 개략적인 성질이나 형질에 대한 자료와 정보 수집을 통한 분석’으로 확장이 되었다.

마음을 다루는 불교 또한 나름의 프로파일링(Profiling) 방법을 가지고 있는데, 성격·심리·발달 및 관계 등의 유형을 파악하여 종합적으로 진단한다. 

먼저 성격유형의 경우는 욕망형·싫음형·어리석음형·맹신형·지성형·사변형으로 나누고 있다. 고유정의 경우는 쉽게 화를 내고, 성격이 급하고, 이유 없이 짜증을 부리는 싫음형의 전형적인 경우이다. 고유정과 전 남편 강씨를 잘 아는 복수의 지인 인터뷰 중에 “평소 엉뚱한 이유를 대며 순간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하는 등 잦은 분노조절 의심 증세를 보였다”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는 점이, 대상을 적대시하고 밀어내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싦음형 성격 유형과 맞닿아 있다. 

다음으로 심리적인 집착요인의 경우는 현재성 결여·욕구 집착성·시각 고정성·과거 중심성·미래 중심성·상황경직성 등으로 나누고 있다. 집착(執着, Clinging)의 정의는 취(取) 즉 “마음에 두는, 또는 움켜잡는 등의 의미가 있으며, 애착보다 더 지속력이 강한 강력한 의도 중의 하나이며, 자세히 생각해 보지도 않고 옳지 않은 생각을 고집하는 것”이다. 
 

삽화=손정은
삽화=손정은

집착의 주요 요인 중에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참을 수 없고, 하려는 대로 되지 않으면 참을 수 없고, 무슨 일이든 바라는 대로 진행되어야 하며, 바라는 대로 일이 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욕구 집착성’에서 고유정은 높은 일치도를 보인다. 전문가들이 보는 고유정 범행 동기를 보면, ‘피해자가 소송으로 면접교섭권을 얻어내자 평소 참아주던 피해자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분노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런 점이 욕구 집착성의 대표적인 경우이다. 

더불어 “일단 싫어진 사람은 시간이 지나도 좋아지지 않으며, 미운 사람은 어떤 행동을 해도 계속 밉게 보이고, 한 번 실망한 사람에겐 시간이 흘러도 호감이 생기지 않아서” 계속 미워하게 되는 ‘시각 고정성’도 매우 높은 편이다. 고유정 사건을 맡은 제주 동부경찰서장의 브리핑을 보면, 고유정이 전 남편을 살해한 이유는 ‘전 남편이 없어져야 현재 남편과 원만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고 있는데, 어떤 생각에 한 번 사로잡히면 헤어나오지 못하고 사건화로 드러내는 전형을 보인다. 

또한 “돌이킬 수 없는 과거 기억 때문에 괴롭고, 과거의 고통스러운 경험이 자꾸 생각나 지금까지도 괴롭힌다”고 여기는 ‘과거 중심성’과 “앞날에 대한 걱정 때문에 불안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떠나지 않는” ‘미래 중심성’도 고유정 심리의 한 축으로 보인다. 고유정의 살해 동기로 지적된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미래를 담보로 과거를 죽이는 과정’에 연결된 사람들은 모두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어서 발달에 관여한 주요한 타자와의 관계는 부모·선생·배우자·친구·정신적 스승·아랫사람 등으로 나누어진다. 발달(發達)은 ‘출생에서 사망까지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측면 등 전인적 측면에서 전 생애에 걸쳐서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변화의 양상과 과정’을 의미하며 성장과 변화가 주요 핵심이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 나가는 개인 생애의 일정한 단계별 과정’을 의미하는 발달주기를 갖는다.

발달주기는 생애 주기에 따라 개인 자신의 요구와 기대, 역할이 달라지므로, 단계별 변화 내용을 올바르게 인식해야 현재 필요한 과업을 획득하고 현재 상황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에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발달과업은 발달주기별 주요한 타자와의 관계 형성 정도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발달 단계별 주요한 타자와의 관계 점검이 필요하다. 

<육방예경>에서 부처님은 배우자의 역할을 “믿음직한 성실함을 보이고, 믿음직한 충실함을 보이는” 상호 신뢰의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고유정 부부의 경우는 ‘5년 정도 연애하고 결혼한 후 겉으로는 금슬 좋은 잉꼬부부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화가 나면 변하는 아내의 폭력에 일방적으로 당하는 남편’이라는 훼손된 관계가 지속된 경우이다. 부모를 포함하여 점검해야 할 주요한 타자와의 관계는 더 많지만 현재 고유정과 발달주기별 주요한 타자와의 관계에 대한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다. 앞으로 심리분석을 위해 요망되는 수집 요인이다. 

위에 언급한 불교적 프로파일링을 통해 고유정의 프로필을 정리하면, 심리적으로 고정된 시각으로 미래를 위해 과거를 단절하려는 집착된 욕구가 분노 중심의 성격으로 전환되어 대상을 극단적으로 해코지한 경우이다. 

부처님은 다양한 경전을 통해 바른 사유에 해당하는 세 가지 유익한 사유인 감각적 욕망에서 벗어난 사유, 분노와 악의 없음에 대한 사유, 해코지 않음에 대한 사유를 하도록 권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바른 사유를 하면 “이것은 참으로 나 자신을 고통에 빠트리지 않고, 다른 사람을 고통에 빠트리지 않고, 둘 다를 고통에 빠트리지 않는다. 이것은 통찰지를 증장시키고 곤혹스럽게 하지 않고 열반에 이바지한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잔혹한 범죄들이 많아지면서 범죄의 원인을 파악하여 대책을 마련하려는 노력도 다양한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불교적 원인 파악과 부처님의 가르침에 기반한 심리 분석과 프로파일링 또한 중요한 기제로 쓰여야 하지 않을까 한다. 고통의 뿌리를 제거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불교의 프로파일링은 깊은 고통의 원인을 찾아내는 최상의 탐지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교신문3504호/2019년7월17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