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고의 공동체가 보여주는 정진과 화합
인류 최고의 공동체가 보여주는 정진과 화합
  • 장영섭 기자
  • 승인 2019.07.12 14: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암사 승가대학 출신
스님들의 담백한 글모음
공동체 정신 지키며
정진하는 모습 ‘귀감’

청암사 승가대학 비구니 스님들의 좌충우돌 수행 이야기  

청암사 승가대학 편집실 엮음 민족사

자은스님은 모국인 캐나다에서 살 때 고집 센 완벽주의자였다. 청암사 승가대학에서 소임을 살면서, 일을 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고 토로한다. 그 대신 그만큼 성장했다.

“나는 거의 아는 것이 없다. 내가 안다고 생각할 때조차도 나는 자주 틀린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것도 괜찮아’라고 말할 수도 있다. 정말로,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렇게 느끼고 있지 않을까? 단지 생각을 멈추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하며 약간의 웃음도 필요하다는 것을. 또한 거기 실수가 있을 것이며 우리가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한번 혹은 여러 번 우리 모두에게 도전해 올 것임을. 그리고 우리에게는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냐, 화를 낼 것이냐, 아니면 각자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모든 상황에서 가능한 배움에 고마워할 것이냐의 선택권이 있다는 것을(98쪽).”

경북 김천에 있는 청암사 승가대학은 조계종 비구니 스님들의 교육기관이다. 올해는 청암사 승가대학이 설립된 지 32주년, 청암사에서 발행하는 사보 ‘청암’지(誌)가 100호를 맞이하는 해다. <청암사 승가대학 비구니 스님들의 좌충우돌 수행 이야기>는 1994년 1호부터 100호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여기에 게재된 학인 스님들의 글을 가려 뽑아 만든 것이다.

예비승인 사미니 스님들은 승가대학에서 4년간 공부해야만 비로소 정식 스님이 비구니가 될 수 있다. 책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스님들이 승가대학에서 좌충우돌 4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여법(如法)한 수행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가감 없이 진솔하게 담았다. 스님들의 티 없이 맑고 순수한 모습에 독자들은 미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다.
 

'청암사 승가대학 비구니 스님들의 좌충우돌 수행 이야기'는 오롯한 정진과 화합으로 우리 사회의 귀감이 되는 비구니 스님들이 주인공이다. 사진은 서로 합심하며 윷놀이를 즐기고 있는 청암사 학인 스님들의 모습.
'청암사 승가대학 비구니 스님들의 좌충우돌 수행 이야기'는 오롯한 정진과 화합으로 우리 사회의 귀감이 되는 비구니 스님들이 주인공이다. 사진은 서로 합심하며 윷놀이를 즐기고 있는 청암사 학인 스님들의 모습.

청암사 승가대학은 1987년 천년고찰 청암사에 율원장 지형스님과 주지 상덕스님이 인재불사의 원력으로 설립한 교육기관이다.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의 교훈 아래 전통 강원과 현대식 교육을 겸비한 수행체제로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배출한 비구니 스님들은 700여 명에 이른다.

책은 청암사 승가대학에서 발간하는 계간지 ‘청암’에 실린 선후배들의 마음들을 모아 꾸몄다. 올곧은 수행자로 거듭나기 위해 겪어내야 했던 시간의 눈물과 웃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화려하거나 세련되지 않지만 진리를 향한 담박한 여정이 단아하고 믿음직스럽다. 스님들의 부지런하고 아름다운 정진과 화합에서, 출가란 세상을 등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한걸음 더 들어가기 위한 몸짓임을 알 수 있다.

청암사 스님들의 삶은 3년 전 지상파를 타면서 화제가 됐다. 2016년 3월 KBS 2TV ‘다큐 3일’에서 방영한 ‘떠남과 만남-김천 청암사 승가대학 비구니스님들의 72시간.’ 스님들의 고결한 사연은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으로 일으켰다. 인류의 공동체 생활 중에서 으뜸으로 손꼽히는 것이 승가대학이다.

커다란 방에서 같이 잠을 자고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함께 공부하고 수행하는 승가대학의 일과는 개인주의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장벽이다. 그래서 최고의 수행이기도 하다. ‘다큐 3일’에서처럼 스님들의 생활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책이 지닌 또 다른 묘미다.

산사에서의 하루하루는 고요하고 단조롭다. 스님들의 글쓰기는 산사를 닮아간다. 작고 사소한 경험에서도 큰 깨달음을 남길 줄 안다. 그만큼 비구니 스님들 특유의 섬세한 감성은 소박하지만 거룩하다.

“아침부터 나와 저녁 늦도록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 종일 벌어도 몇 천원 되지 않을 이분들의 시주는 천근만근의 무게로 쥐고 있는 발우를 눌러왔다. 눈 주위가 벌겋게 달아오르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중략) 가사 한 벌, 발우 한 벌로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 다니시며 교화하셨던 거룩하신 부처님과 무겁고 무거운 시은을 베푸신 그분들의 경건한 마음을 한 순간도 잊지 않고 쉼 없이 정진해야 하리라(27쪽).”

총 7장으로 편집된 책은 청암사 승가대학의 일상을 마치 눈앞에서 얘기해 주듯 한다. 스님들의 사계절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생동감을 더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