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제 : 대승불교의 종교성(불보살신앙)은 초기불교 자력수행(무아열반)의 가르침과 어떻게 조화되는가?①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스님)은 지난 6월22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3급 승가고시 우수논술자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는 승납 10년 이상으로 올해 3급 승가고시에 합격한 젊은 스님들이 한국불교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였다. 좌담회에 참석한 보일, 원산, 서담, 도관, 탄공스님은 초기와 대승의 갈등, 출가자의 자리이타행, 승가공동체 등 한국불교가 직면해 있는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사회는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일감스님이 맡았으며, 교육부장 진광스님, 불학연구소장 정운스님, 교육국장 응관스님, 연수국장 무일스님도 함께 했다. 좌담회를 지상 중계한다. 

3급 승가고시 논술 주제

1주제: 대승불교의 종교성(불보살신앙)은 초기불교 자력수행(무아열반)의 가르침과 어떻게 조화되는가?

2주제 : 깨달음을 얻으면 자비심과 이타심은 당연히 발현되는가, 아니면 추가적으로 노력을 통해서 형성해야 하는가.

3주제 : 출가승려는 역사적으로 사찰을 근거로 공동체 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종단은 다양한 이유로 승려의 공동체 생활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대에 관계없이 승려의 공동체 생활은 필수적인가.

▲ 사회

일감스님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 발제

원산스님 동국대 인도철학과 박사과정
2008년 정행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송광사 승가대학과 선운사초기불전승가대학을 졸업했다.

서담스님 동국대 한국불교융합학과 석사과정
2007년 수진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해인사승가대학, 동국대를 졸업하고 동화사 한문불전승가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탄공스님 동화사 율학승가대학원 연구과정
2010년 유진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동국대 경주캠퍼스와 동화사 율학승가대학원을 졸업했다.

도관스님 제주 천은사 주지
2007년 성공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동국대 경주캠퍼스를 졸업, 제주 약천사 템플스테이 지도법사로 활동했다.

보일스님 해인사 승가대학 학감
2005년 현응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해인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대만에서 유학했다. 현재 서울대 철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교육원이 지난 6월22일 개최한 3급 승가고시 우수 논술자 좌담회에는 탄공, 서담, 원산스님과 사회자 일감스님, 도관스님, 보일스님이 참석했다.(왼쪽부터 시계방향)
교육원이 지난 6월22일 개최한 3급 승가고시 우수 논술자 좌담회에는 탄공, 서담, 원산스님과 사회자 일감스님, 도관스님, 보일스님이 참석했다.(왼쪽부터 시계방향)

 

"역사에서 진화하는 부처님 사상"

진광스님  1급부터 5급까지 시행하는 조계종 승가고시는 스님들의 논술과 설법능력을 함양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오늘 이 자리는 3급 승가고시 응시자 스님들이 제출한 논술답안을 보고, 젊은 스님들이 한국불교가 오늘날 직면한 문제를 공론화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모아져 마련됐다. 

일감스님  먼저 스님들 소개를 부탁한다. 

원산스님  송광사 승가대학을 마치고 선운사 초기불전불학승가대학원에서 초기불교와 빠알리어를 공부했다. 현재 동국대 인도철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다. 초기불교를 좋아하고 빠알리어 해석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대승불교가 없다면 초기불교로 갈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불보살 사상이 없었다면 제가 스님이 됐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이성적인 부분보다 감성적인 생각을 많이 했지만 이 주제에 대해 많이 고민했었다. 이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싶어 공부하고 있다.

도관스님  제주 약천사에서 5년간 템플스테이 지도법사를 하다가 지금은 제주 천은사에서 주지 소임을 맡고 있다. 혼자 살다보니 공양주부터 부전까지 도맡아 한다. 약천사에 있을 때 세계 각국에서 오는 외국인들을 만나 진지하고 가치 있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할 때는 불자 외에 이슬람 신도들, 유럽과 미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왔다. 약천사 인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국제회의가 끝나면 참가자들이 꼭 템플스테이를 하러 왔다. 권위 있는 박사들과 해외 유수 학자들이 찾아오는 덕분에 어느 땐 최첨단 회의 결과를 가장 먼저 접할 때도 있다. 5년 동안 정신적으로 정말 성장하는 시간을 가졌다. 해외 포교나 한국불교 세계화에 기여하고 싶다.

보일스님  해인사승가대학 학감으로 학인 스님들과 같이 공부하고 강의하고 있다. 해인사승가대학은 지금 3년 째 해오고 있는 토론대회 1라운드가 시작되고 있다. 주제선정하고 공고하고 참고문헌 리서치해서 공지하면서 숨 가쁘게 진행 중이다. 학장 스님 오신 후로 지난 4년 동안 해인사 승가대학 나름의 토론대회, 호스피스 병동 자원봉사 활동, 성지순례 활동 등 해오고 있다. 사실상 결산하는 과정으로 백서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탄공스님  박사논문 준비 중인데 겨울 학위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는 선학만 전공하다가 율학승가대학원에 가서 세상이 밝아지고 눈이 더 커지는 것을 경험했다. 현재 재학 중인 동화사 율학승가대학원은 전국에서 유일한 통학과정이다. 대중이 많으니 자정효과가 크다. 스님으로서 출가본분을 지키는 것도 있고 다양한 이득이 많다. 바깥에서 보는 시각은 통학하는 율학승가대학원이 무슨 율학승가대학원인가 하기도 한다. 군대로 치면 현역과 방위 차이인데, 현역이라고 해서 꼭 나라를 열심히 지키고, 방위라고 해서 열심히 안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스님이 대중을 이뤄 공부하는 것은 자정효과도 있고, 가치관도 바로잡고,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서담스님  해인사 승가대학 졸업 후 공군 군종병으로 복무했다. 낯선 환경에서 출가자의 신분을 바꿔 군생활 하는 게 힘들었다. 포교를 일선에서 한 것은 아니지만, 법사님과 지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전역 후에는 동국대학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지금 석사과정에 있다. 많은 문헌을 접하면서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일감스님  첫 주제인 대승불교 종교성은 초기불교 자력수행의 가르침과 어떻게 조화되는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겠다. 논술에 쓴 내용 외에도 한국불교에 하고 싶은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들려주길 바란다.

불보살 믿고 기도하는 불자
교리 모르지만 얼굴은 편안
초기불교 공부하면 교리 밝아
일부는 논리와 이론에 빠져
신심 잃는 것처럼 보이기도

원산스님  전공은 초기불교이지만, 대승불교는 내가 출가한 곳이자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그래서 대승불교의 불보살 사상과 초기불교의 자력 수행이 어떻게 조화되는 지에 대해서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초기경전도 그렇지만, 대승경전들도 너무 방대해서 연구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불교, 대승불교에 실망해서 초기불교를 공부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서 자료를 더 많이 준비해야만 한다.

불보살 사상을 믿고 단순히 기도만 하는 불자들은 교리는 모르지만 편안해 보일 때가 많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불보살은 실제로 존재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믿고 의지만 하면 되니까 편안하다. 하지만 가끔 사도에 빠질 때가 있다. 초기불교나 남방불교의 교리를 공부하는 불자들은 비교적 초기불교나 남방불교 교리에 밝다. 그러나 그들 중 일부는 논리와 이론에 빠져서, 신심과 종교성을 잃어가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더 나아가 대승불교에 대한 역사적 이해 없이 겉모습만 보고 비판하는 경우도 많다.

탄공스님  스님들 가운데에는 남방불교를 고향처럼 그리워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데 오늘 원산스님 얘기를 듣고 공감이 많이 된다. 선학 전공인 제 생각에는 대승불교와 선학을 심도 있게 공부하면 그 뿌리에 초기불교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몇몇 스님들은 간화선 수행법은 두루뭉술하고, 위빠사나 사마타 수행법이 오히려 와 닿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대승불교와 선학의 경우 세부적으로 보면 사마타 위빠사나 수행법이 깔려 있다. 제대로 깊이 있게 보면 미얀마나 스리랑카까지 가서 고생하지 않아도 우리나라에서 얼마든지 공부하고 소양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남방불교에 가서 스님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 깨달음을 얻었는지 묻고 싶다. 그렇다면 왜 가는 걸까. 파랑새를 찾으러 다니다가 결국 집에서 발견한 것처럼, 우리 것이라 그런지 한국불교를 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대승불교와 선학의 뿌리에
초기불교 교리, 수행법 있어

보일스님  저도 전반적으로 원산스님 말씀에 동의한다. 초기불교나 대승불교 전공자들은 자신이 전공한 분야의 분석틀로 전체 불교를 보려고 애를 쓰는 경향이 있다. 부처님 사상은 2600년 역사 속에서 나름의 이유와 목적을 갖고 진화했다. 고립적인 하나의 불교 사상과 전통으로 이해한 나머지, 초기불교 틀에서 어떻게든 선을 규정하고, 대승불교를 전공했다고 초기불교를 폄하하려는 걸 보면 안타깝다. 문헌학적 연구 속에서 보면 경전이 쓰인 맥락은 사상적 필요성과 사회변화에 따르는 몸부림이었다고 본다. 알고 보면 지금 우리가 말하는 선도 사상적 진화 과정에서 나온 산물이고 현재 2019년 한국불교 간화선의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일선 교육현장에서 이런 문제점이 잘 드러난다. 승가교육 커리큘럼을 보면, 승가대학 2학년 때 학인 스님들이 대승기신론을 배우고 4학년 때 화엄을 배우는데, 4학년이 되면 앞서 배운 대승기신론을 통째로 잊어버린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다른 반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이런 현상이 왜 벌어질까. 초기불교 강의할 때 다르고 화엄, 대승기신론 배울 때 초기불교를 모두 잊어버릴까. 사상과 사상사이의 연결고리가 되는 불교사상사에 대한 강의나 중요성이 부각되지 않아 각각의 과목이 따로 노는 것 같다. 초기불교 특정 사상이나 핵심 가르침이 어떻게 대승불교를 거쳐 선에 이르는지 그 전개 과정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다. 

경전 사회변화에 따른 산물
불교사상사 이해 부족으로
텍스트에 매몰된 건 아닌가

탄공스님  보일스님이 사상의 연결고리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대해 평상시 저도 사유를 많이 했다. 논리나 사상이 변화하는 것이 진리다. 우리가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도 좋지만, 사상이 늘 변한다는 점을 간과한다. 대중 의식은 변화한다. 그 변화에 맞춰 부처님 말씀도 뿌리는 같지만 잎의 모양을 달리하는 것 아닌가. 이런 문제는 스님들이 사유를 해야만 얻을 수 있다. 지대방에서 보면 스님들 중 자기가 전공한 부분만 고집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그것도 변화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무상’을 전제로, 내가 말하는 게 무상을 기준해 맞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내가 복고를 주장했을 때 이는 무상과 맞지 않다. 이런 걸 진단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도관스님  원산스님이 대승불교가 초기불교로 돌아가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말씀하셨다. 남방불교에 가보면 초기불교 모습이 너무 권위적이다. 부처님 당시 모습을 떠나 학문적으로 권위적으로 변해, 초기로 돌아가자는 취지에서 대승불교가 생겼다고 본다. 대승불교에서도 대승 자체가 너무 어렵고 보통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우니 초기불교로 돌아가자고 한다. 사람들 마음은 다 똑같다. 너무 권위적으로 변하면 그걸 깨고 새로운 것을 원한다. 그래서 또 다른 모습의 불교가 나온다.

정리=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불교신문 3503호/2019년7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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