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0주년 맞이 특별기획
‘상구보리 하화중생’ 현장⑥
인천불교회관 노보살모임 ‘일심회’ 봉사 현장


막내가 78세, 맏언니는 89세
인천불교회관 연화사 ‘일심회’
평균연령 80대 훌쩍 넘지만
붓다봉사회와 매주 반찬봉사

공양미담기와 다라니접기 등
사중 곳곳에서 봉사 활발발
봉사활동 틈틈이 기도올리는
신행활동 모범인 ‘큰언니들’

7월5일 인천불교회관 연화사 1층 공양간에서 관내 저소득세대를 위해 반찬나눔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붓다봉사회와 일심회 회원들.

 

과학과 의학이 발전하고 사회복지제도가 정착함으로써 국민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노년층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100세시대가 눈앞으로 성큼 다가오면서 60대 나이는 노인 축에도 못 낄 정도다. “~~~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유행가 내 나이가 어때서가사가 희망사항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구하다는 것을 입증이나 하듯 노년층도 변화하고 있다. ‘노노족(NO老族)’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NO)와 노()를 합성한 것으로 젊게 사는 노인을 일컫는 신조어다.

인천불교회관 연화사 노보살모임인 일심회도 노노족 못지않게 노년을 즐기며 젊게 살고 있다. 매일같이 부처님 도량에서 기도하고 봉사하면서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인천불교회관에서 만난 일심회 회원들은 관내 저소득세대를 위해 반찬을 만들고 공양미 포장, 다라니 종이접기 등 사중 내 일손이 필요한 곳에는 어김없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다.

지난 5일 오전9시가 다가오자 인천불교회관 1층 공양간에서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연이어 연출됐다. 매일 얼굴을 보다시피 하는 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주일만에 다시 만난 반가운 도반이기 때문이다. 4층 법당에 들러 부처님께 인사를 올린 뒤 1층으로 내려온 이들은 서로 안부를 물으면서도 몸은 자연스레 앞치마를 두르고 위생모자를 써는 등 봉사활동 준비에 들어갔다.

미리 농산물도매시장에 들러 이날 만들 음식들의 재료를 사온 김광식 붓다봉사회 회장이 이날 메뉴를 설명하면서 봉사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오늘 메뉴는 짜장과 가지볶음, 김치입니다. 들어가야 할 음식 재료가 많으니 일심회 보살님들은 재료 다듬는 일을 서둘러주세요.” “후딱 감자 깎고, 가지 다듬고 할게요. 걱정일랑 붙들어 매놓으세요.” “오늘도 보살님들만 믿겠습니다.”

인천불교회관 붓다봉사회는 매주 금요일마다 관내 저소득 지역민을 위해 반찬나눔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5일 반찬나눔 봉사활동이 벌써 664회째 맞는 봉사일 만큼 짧지 않은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붓다봉사회는 지난 20079월 당시 인천불교대학 부학장을 맡고 있던 김광식 붓다봉사회장이 재학생과 졸업생을 규합해 만든 인천나눔회에서 기원한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다 반찬나눔으로 자원봉사 활동분야를 변경한 뒤 반찬을 준비할 공간 확보가 여의치 않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자 인천불교회관 연화사가 흔쾌히 공양간을 내줌으로써 반찬나눔 봉사활동이 계속 이어질 수 있게 됐다.

20171월 단체이름을 변경한 붓다봉사회는 10여 명의 회원이 50~60명의 정기후원자의 지원을 받아 매주 금요일마다 3가지 반찬을 만들어 관내 독거노인과 장애인, 차상위계층 등 21세대에 공양하고 있다.

특히 인천불교회관 노보살 친목모임인 일심회1년 전부터 붓다봉사회의 반찬나눔 봉사활동에 본격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붓다봉사회가 맞벌이와 개인사정 등으로 봉사자 수가 들쑥날쑥하자 일심회에서 파라도 다듬겠다며 반찬나눔 봉사활동에 동참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하면서 시작됐다.

일심회는 40년 전 불자친목모임으로 출범한 뒤 인천과 안산 등지를 무대로 봉사하면서 신행활동을 이어오다 14년 전 인천불교회관에 정착했다. 65세 이상 노보살 친목모임이긴 하지만 현재 회원 9명 가운데 막내가 78, 최고령자는 89세에 이른다.

평균 연령 또한 80세를 훌쩍 뛰어넘는다. 한때 24명에 이르렀던 회원수는 현재 9명으로 줄어들었지만 회원 서로가 수시로 연락해 건강 등 안부를 물으며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이날 반찬나눔 봉사활동에 동참한 13명의 자원봉사자 가운데 김광식 회장은 유일한 청일점이다. 짧게는 20여 년, 길게는 60년 넘게 요리를 해온 베테랑 주부인 만큼 일사천리로 음식을 만들어 나갔다. 이날 노보살모임인 일심회 회원 6명은 파와 가지를 다듬고 감자를 깎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붓다봉사회 회원 7명은 일심회 회원들이 다듬어 놓은 음식재료를 갖고 와 칼질하며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재료 준비가 마무리되자 큰 솥에다가 온갖 재료를 넣어가며 맛있는 음식으로 승화시켰다. 특히 붓다봉사회와 일심회 모두 불교단체인 만큼 반찬속에 부처님의 따뜻한 자비심도 함께 듬뿍 배어들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요리 실력을 발휘했다.

1층 공양간 한쪽 벽면에는 재미있는 붓다봉사회 봉사수칙이 붙여져 있다. ‘빠삐따또, ‘빠지지 말고, 삐지지 말고, 따지지 말고, 또 만나요!’ 반찬나눔 봉사활동이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의 손길과 마음이 모여져야만 가능함을 강조한 문구다.

이날 오전 11시가 넘어서자 짜장과 가지볶음, 김치가 모두 완성됐다. 붓다봉사회와 일심회는 공양간 바로 옆 도서실에서 함께 한 점심공양을 통해 담소를 나누면서 서로 격려하고 화합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양 후에는 일심회와 붓다봉사회 회원 모두가 이날 만든 음식을 반찬통으로 나눠 담았다.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한 저소득세대인 만큼 1주일 동안 먹을 수 있을 만큼 반찬을 듬뿍듬뿍 담기 시작했다. 일부는 반찬통에, 일부는 비닐봉지에 담겼다. 설거지조차 힘들 만큼 몸이 불편한 이들은 반찬통에 담겨져 있는 것보다 비닐봉지에 담겨져 있는 반찬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주방 정리가 회향할 때 즈음인 이날 오후1230분께 김광식 회장 등 붓다봉사회 회원들은 차량 2대를 이용해 서둘러 반찬 배달에 나서면서 일심회 회원들의 반찬나눔 봉사활동도 마무리됐다. 김광식 회장은 젊은 분들은 맞벌이나 아르바이트, 개인 일정 등이 많아 주중에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기가 어려운데 매주 어르신들이 일손을 거들어줘 큰 도움이 된다며 감사인사를 건넸다.
 

일심회 회원들이 다라니 종이를 접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반찬나눔 봉사활동을 마친 일심회 회원들은 커피 한잔을 마신 뒤 도서실 한 켠에 모여 앉아 백중 기도에 사용하는 다라니 종이를 접기 시작했다. 회원 대부분이 이틀에 한번 꼴로 절에 올 만큼 자주 만나고 있지만 이날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움을 이어나갔다. 앉았다 일어설 때마다 관절이 아파 아이고 아이고라는 말을 달고 사는 만큼 건강이야기부터 자녀 이야기, 스님이 전한 부처님의 가르침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일심회 회원들은 인천불교회관에서 없어서는 안될 만큼 다양한 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든든한 큰언니들이다. 공양미를 나눠 담거나 불단에 올릴 과일을 담는 등 큰 힘이 들어가지 않는 일이라면 언제든지 일손을 내민다.

이에 인천불교회관 연화사 주지 일지스님은 회관 3층에 일심회 전용 휴식공간을 제공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일지스님은 노보살님들이 건강하게 절에 다니시는 것만 해도 좋은데 봉사까지 하셔서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다면서 오랫동안 건강하시길 늘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옥실(89) 일심회 회장은 남을 돕는다는 것보다는 부처님 도량에서 같이 일손을 거들고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정말 좋다면서 특히 일손을 거들다가 예불에 동참하고 기도도 올릴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인천불교회관 정식 신행단체인 관음회 회장이지만 일심회에서는 막내인 성심행(78) 일심회 총무는 공항철도 등 대중교통을 타고 1시간이 걸려 여기로 오지만 고령자가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하는 만큼 우리 사회에 다시 되돌려준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면서 즐겁게 노년을 보내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일심회 회원들이 반찬나눔 봉사활동 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인천=박인탁 기자 parkintak@ibulgyo.com

[불교신문3505호/2019년7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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