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도 꽃을 피운다
비꽃이다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혔을 때,
문득 손등에 떨어졌을 때
거기 맺히는 물의 꽃잎들
무채색 비꽃을 보는 눈은 탄성으로 물든다
비꽃이 우리에게 건네주는
꽃 한 송이
오늘, 이 꽃을 누구에게 건네줄까?
상상하는 순간의
이 번짐을

김신용 시 ‘비꽃-적(滴)8’에서


적(滴)은 물방울을 뜻한다. 김신용 시인은 적(滴) 연작을 쓴 후 “물방울은 언제나 떨어짐을 예비하고 있다. 떨어짐이 날개인 물방울들. 그래서 물방울의 얼굴은 빛난다. 추락이 비상인 생들”이라고 썼다. 이 시에서 시인은 유리창에, 손등에 떨어진 물방울을 ‘비꽃’이라고 부른다. 무채색의, 한 송이의 꽃이라고 말한다.

물방울로부터 꽃을 볼 줄 아는 안목은 탄성이 가슴에 가득하기 때문일 것이다. 경이와 감격의 시선으로 이 세계를 바라보면 꽃 아닌 것이 없다. 절정 아닌 것이 없다. 빛나지 않는 것이 없다. 푸른 옥 아닌 것이 없다. 

[불교신문3503호/2019년7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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