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승은 가난…삶의 동력은 무한긍정과 불교”

한국 대표 물류기업 키워내, 6월에는 석탑산업훈장 수훈
‘된다 된다, 더 잘 된다’ 초긍정…“즐겁게 일하면 넘어지지 않아”

탁구협회장으로 3대 대회 유치 “꿈을 꾸면 반드시 이뤄낸다”
부산불교신도회 수석부회장 “빛나게 살면 불교도 잘 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종합물류기업인 은산해운항공 양재생 대표이사를 지난 7월3일 회사 대표실에서 만났다. 초긍정이라는 철학으로 30년도 안 된 기업을 반석에 올린 기업인이지만 겸손하고 솔직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종합물류기업인 은산해운항공 양재생 대표이사를 지난 7월3일 회사 대표실에서 만났다. 초긍정이라는 철학으로 30년도 안 된 회사를 반석에 올린 기업인이지만 겸손하고 솔직했다.

지난 6월17일 해양수산부에서 열린 ‘바다의 날’ 유공자 시상식에는 부산에서 올라온 한 기업인도 자리하고 있었다. 기업체 혹은 기업인에게 수여하는 정부 포상 가운데 가장 높다는 산업훈장을 받은 주인공은 바로 양재생(61) 은산해운항공 대표이사. 이날 ‘석탑산업훈장’을 수훈한 양재생 대표는 부산 불교를 대표하는 재가불자여서 더욱 그 의미가 남달랐다. 

부산 중앙동에 위치한 은산해운항공은 종합물류기업이다. 1993년 창립한 은산해운항공은 기업을 상대로 항공, 선박, 철도 등 다양한 운송수단으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우리 인체로 비유하면 ‘동맥’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대기업을 빼면 중소기업으로서 물류를 본업으로 하는 우리나라 기업체 중에 최고라는 자부심이 크다. 실제로 은산해운항공의 2018년 매출액이 3000억원에 육박했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직원만 35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부산 향토기업이자 건실한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크게 잘한 것도 없는데 왜 주셨는지….” 석탑산업훈장 수훈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양재생 대표는 오히려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의 기업인으로서의 행적을 보면 산업훈장 수훈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진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사회에 뛰어들어 30대 중반에 한 기업의 대표이사로 우뚝 선 데 이어, 26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에 회사를 동종업계 최고 수준으로 키워놓았으니 하는 말이다.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으로 키우지 못한 것이 오히려 안타까울 뿐….” 26년만에 기업을 반석에 올렸다고 하자 양 대표에게 되돌아온 답변이다. “강산이 3번이나 바뀐 시간입니다. 더 많은 것을 이루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역사가 길다고 더 많은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훈장 받은 소감과는 사뭇 다른 양 대표의 말에는 기업가로서의 열정과 자부심이 넘쳐났다.

양 대표는 자신이 가난했고 고등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이라는 사실을 스스럼없이 말했다. 14살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소년 가장으로서 한 집안을 이끌어가야 했던 과거를 그는 자랑스러워했다. “가난은 내게 가장 훌륭한 스승이자 ‘백(back)’입니다. 내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줬으니까요.”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양분으로 삼은 양 대표는 ‘초긍정’의 인생철학을 갖게 됐고, 현재와 같은 모습에 이르게 됐다. 

‘된다, 된다, 잘 된다, 더 잘 된다.’ 양 대표의 캐치프레이즈이자 은산해운항공을 상징하는 슬로건이다. 이 문구는 평소 양 대표가 공석 사석 가리지 않고 자주 사용한다. “초긍정의 에너지로 무장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면 넘어지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든 즐기는 사람에게는 그 누구도 대적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일까. 은산해운항공에는 사가(社歌)가 있다. “…된다 된다 더 잘 된다 새 역사의 주인 된다….” 기업이 추구하는 것이 물질적인 이윤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혼을 담은 올바른 가치관을 가져야 ‘100년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양 대표의 생각이다. ‘사가’에는 은산해운항공이 갖추고자 하는 가치관이 담겼다. 

양재생 대표를 기업인, 경영인으로만 부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수많은 별개의 직함이 또 다른 그이다. 양 대표의 매력에 빠진 주변 사람들이 사회 단체에 그의 이름을 올리기를 바랐고,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양 대표도 그 제안을 선뜻 거절하기 어려워 생긴 결과다. 하지만 양 대표에게 그 자리는 그냥 자리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부산광역시탁구협회장으로서의 자리다. 부산출신 탁구인 유남규, 현정화 씨가 양재생 대표를 직접 찾아와 부탁한 것이 계기가 돼서 협회장으로 취임한 것이 2011년. 잔여임기만 채우면 될 요량으로 수락했지만 벌써 4대 연속 회장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2013년 아시아탁수선수권대회를 부산에서 처음으로 치른데 이어, 올해는 역시 부산에서 처음으로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를 열게 했다. 이와 함께 내년에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역시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된다. 이 모든 것이 양 대표가 탁구협회장으로서 노력한 결과다. “기업인이라면 최고를 만들어야 합니다. 무슨 일이든 맡은 이상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꿈을 꾸면 반드시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철칙입니다.” 부산시민과 탁구인들의 꿈을 양 대표는 이뤄냈다.

양재생 대표에게 자랑할 만한 것이 또 있다. 자신이 불자라는 사실이다. 양 대표의 불교 인연은 자연스런 것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를 따라 절에 다니며 불교를 자신의 종교로 받아들이는데 스스럼이 없었고, 결혼 후에도 처가 집안이 독실한 불자여서 그의 종교로서의 불교는 더욱 공고해졌다. 그럼에도 여타의 우바새(남성재가불자)들처럼 심정적인 불자였을 뿐, 자주 절을 찾아 신행활동에 매진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러다 25년 전 당시 통도사 부산포교원 주지였던 심산스님과 만나면서 본격적인 불자의 길에 들어섰다. 그렇게 양 대표의 불자로서의 삶은 홍법사 신도회장, 조계종부산연합회 신도회장을 거쳐 부산불교총연합신도회 수석부회장에까지 이르게 됐다. 불교라는 종교는 그를 자비심으로 가득 채우게 했다.

빠듯한 봉급쟁이 시절에도 월급의 3분의 1 정도를 기부할 정도로 나눔을 꾸준히 실천해왔던 양 대표는 지난해 ‘은산장학회’를 설립하면서 자비실현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에게 회원 자격이 주어지는 ‘아너 소사이어티’에는 이미 10년 전에 가입됐다. 

양 대표에게 불교는 어떤 의미일까. “종교는 사람을 순수하게 만듭니다. 기업을 운영함에 있어 여러 덕목이 필요하지만, 순수와 정직, 혹은 열정과 지혜를 발휘해야 할 순간이 많은데 저는 이를 불교에서 배웠습니다. 많은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채우기보다 비우라는 불교의 가르침을 통해 마음을 정화할 수 있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불퇴전의 지혜도 불교에서 배운, 삶과 기업운영의 노하우입니다.” 

양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경전 경구는 <금강경>의 ‘심상사성(心想事成)’이다.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진다’는 가르침은 양 대표가 기업을 경영하며 품은 철학과 맞닿아 있다. 초긍정과 심상사성. 소리는 다르지만 뜻은 같은 이음동의어(異音同義語)일 뿐이다. 

양재생 대표의 법명은 혜각(慧覺). 양 대표는 불자로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불교를 믿는 분들은 말과 행동이 일치합니다. 언행이 일치해 가족과 이웃, 사회에서 신뢰 받고 존중 받을 수 있으면 불교 홍포는 자연스레 됩니다. 누가 보지 않더라도 귀감이 되는 삶으로 빛나는 불자가 되길 바랍니다.” 포교가 소중한 시대. 양 대표의 조언은 그 울림이 적지 않다. 
 

지난 6월17일 해양수산부로부터 석탑산업훈장을 받은 양재생 대표(사진 가운데). 사진 왼쪽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오른쪽은 양 대표의 부인 이승희 씨.
지난 6월17일 해양수산부로부터 석탑산업훈장을 받은 양재생 대표(사진 가운데). 사진 왼쪽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오른쪽은 양 대표의 부인 이승희 씨.

양재생 대표는…
1957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난 양재생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열여덟 살부터 사회 현장에 발을 내딛었다. 가난 때문에 선택한 길이었지만 학업에 대한 꿈은 버리지 않았다. 30대 중반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은산해운항공 대표로 취임한 이후에도 만학도로서 대학원에서 수학하며 박사학위를 취득하기에 이르렀다.

양 대표는 직함이 많다. 기업인이자 경영인으로서 경제관련 단체들에 이름을 올린 것은 차치하고라도, 한국청소년복지회 이사, KBS 시청자 네트워크 부산 상임대표, 부산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등 직책도 광범위하다. 그만큼 양 대표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는 의미.

특히 부산시탁구협회 회장으로서 내년 세계선수권대회를 부산 최초로 유치했다는 점은 양 대표의 직책에 대한 진정성을 말해주는 사례 중 하나다. 그래서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건설교통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를 망라해 받은 상이 수두룩하다.

부산=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유진상 부산울산지사장 kbulgyo@ibulgyo.com 

[불교신문3503호/2019년7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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