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성

펄벅의 소설 <대지>의 주인공 왕룽은 땅에다 목숨을 걸고 살아가는 소작농이다. 그는 대지주 황가의 종이었던 오란과 결혼한 뒤 악착같이 일해 부자가 된다. 반면 대지주 황가는 안주인의 마약중독과 가족들의 낭비로 재산을 탕진하고 몰락한다. 소설은 몇 차례 마약장면을 삽입함으로써 근대중국사회가 마약에 얼마나 취약했던가를 보여준다. 왕룽에게는 비적들과 내통하는 건달 삼촌이 있는데 그를 몰락시키려고 마약을 권하는 장면도 그중 하나다. 

실제로 19세기 중국은 이른바 아편전쟁으로 홍콩을 할양할 만큼 마약의 폐해가 극심했다. 심지어 마약을 구하려고 처자식까지 팔아넘긴 예도 있었다. 국가는 마약으로 인한 사회적 타락과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공개처형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마약범죄가 근절되지 않은 것은 복용하는 사람에게 조건 없는 즉각적인 쾌락을 제공하는 강력한 중독성 때문이다. 

이른바 ‘버닝 썬’ 사건으로 드러난 클럽문화와 마약범죄에 관련된 사람들의 뒷모습은 문제의 심각성을 짐작케 한다. 부러울 것 없는 부유층들일수록 노동으로 얻는 즐거움보다 마약에 의한 몽롱한 향락을 특권처럼 누리려 한다. 이런 현상은 사회가 건강하지 못할 때 기승을 부린다. 요즘 뉴스에 자주 나오는 유명인들의 마약중독은 우리 사회의 정신적 건강지수가 위험수위에 와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백유경> 92번째 에피소드에는 마약중독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비유가 나온다. 어떤 부잣집 소년이 여행을 하다가 도둑들의 꾐에 빠져 환희환(歡喜丸)이라는 환각제를 먹었다. 소년은 자신의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몽롱해졌다. 도둑들은 이때를 기다려 소년이 가지고 있던 패물과 쓸 만한 물건을 챙겨서 사라졌다. 여기서 패물이란 인생의 모든 가치 있는 것을 뜻한다. 마약(痲藥)은 정신건강을 해치는 마약(魔藥)이다. 

부처님은 정신건강을 지키라고 불음주계까지 가르친 분이다. 불교가 마약중독에 빠진 사람들에게 계몽과 치료 등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이유다. 

[불교신문3502호/2019년7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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