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에서 어린 아이가 물이나 불 속에서 큰 소리로 울면 부모가 듣고 급히 달려가 구원하나니, 이처럼 사람이 임종 시에 고성으로 염불하면 부처님이 신통력으로 반드시 와서 그를 영접하리라. 

- <선가귀감> 중에서
 

버찌가 까맣게 익고 있었다. 손을 뻗어 낮게 달린 열매를 따서 입에 넣어보았다. 구원의 맛이 이런 거였구나 하고 혼자 미소를 지었다.

지난 4월이었다. 할매 보살님 한 분이 차도로 뛰쳐나와 손을 흔들었다. “구원이라예. 구원!” 차마 지나칠 수 없어 차를 세우고 보살님을 태웠다. “구원이라고요?” 보살님은 내 물음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막무가내 차에 타면서도 연신 큰 소리로 “구원!”이라고 외쳤다. 귀가 쩡쩡하게 울렸다. 구원으로 가는 내내 할머니는 내 질문에는 대답도 없이 자기 하고싶은 말만 했다. 그제서 눈치를 챘다. 귀가 어두운 게로구나.

“저 밑에 터서리 가는 길 있고요. 그 밑에 구원이라예.” 구원 마을의 유래가 자못 궁금하였다. 절에서 스님의 차를 얻어 타고 구원에 다다른 할머니는 차문도 힘껏 닫으며 소리쳤다. “시님. 데려다 줘서 고맙심다. 살펴 가시요.” 구원 마을 입구에 늘어선 벚꽃이 순간, 화들짝 밝았더랬다. 

[불교신문3502호/2019년7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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