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할 물을 지고 가는 어느 아이의 지친 눈망울이 희망으로 가득차기를 발원하며 오늘도 이 곳 케냐에서 수행자로서 마음을 다시 한 번 다 잡습니다.
사용할 물을 지고 가는 어느 아이의 지친 눈망울이 희망으로 가득차기를 발원하며 오늘도 이 곳 케냐에서 수행자로서 마음을 다시 한 번 다 잡습니다.

처음 국제개발협력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가 떠오릅니다. 주위에서 격려보다는 수행이 아닌 다른 길을 가는 것에 질책이 많았습니다. 출가 수행자로서 모든 걸 내려놓을 나이에 다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일을 하겠다는 원력을 세웠습니다. 

이런 제 단순하지만 무식한 용기로 현장에서 일을 시작하고 보고 나니 많은 걸 깨닫게 됩니다. 주중에는 지부 사업장을 돌아다니면서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합니다. 또한 모니터링에 따른 업무일지와 보고서 작성 등으로 컴퓨터와 한동안 씨름을 합니다. 무엇보다 영어로 진행된 모니터링과 회의 등을 통해 다른 단원들이 일상적인 업무를 하는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프리카는 제가 2001년 9개월에 걸쳐 여행한 대륙이기도 합니다. 그때 잠비아에서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곳에 머문 적이 있습니다. 봉사와 항상 어려운 이웃에게 베푸는 삶을 보며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달하는 일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마 그때 했던 작은 생각의 씨앗이 인연이 되어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 왔는지도 모릅니다. 

20여 년 전 경험으로 인해 아프리카 하면 늘 떠오르는 기억을 몇 가지로 추릴 수 있습니다. 낮은 하늘과 붉은 땅, 붉은 먼지, 물 길러 다니는 아이들과 가난함 입니다. 지금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여전히 지쳐 보이는 표정과 삭막한 풍경이 눈에 띄지만 그래도 예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밝게 웃어주는 얼굴들이 이제는 조금 정답게 보이고 있습니다.

뜨거운 햇빛은 사람들을 쉽게 게을러지게 만듭니다. 이를 아는 까닭에 이들에게 “왜 가난하냐”고 감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이들의 삶이 변화하기를 부처님께 간절히 기도하며, 기억 속에 존재하는 물을 지고 가는 어느 아이의 지친 눈망울이 희망으로 가득차기를 발원해 봅니다.

케냐에 온 저는 이곳에서 ‘Nenkai’라는 마사이 이름을 받았습니다. 이름의 뜻은 “하늘에서 온 사람”으로 희망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단순히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다 함께 행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오늘도 마주치는 한 분 한 분을 부처님같이 대하려 합니다. 이곳 사람들과 회향하는 삶 속에서 희망으로 가득 찬 진정한 수행자의 삶을 살기를 다시 한 번 발원해 봅니다.

[불교신문3502호/2019년7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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