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재

현대인은 치열한 경쟁 속에 놓여 있다 보니 성공한 사람들의 이른바 처세술이나 자기개발서 같은 실용서적이 책시장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특성이 다르고 능력의 차이가 나는데 그런 책들이 지나치게 출세지향주의나 물질만능주의만을 내세우고 있어, 어느 때부턴가 되레 거부감마저 일었다. 

그러한 때, 우리의 ‘속담’ 책이 더 친근하고 유용하게 여겨졌다. 속담은 우리의 조상들이 생활 속에서 체득한 삶의 지혜나 해학을 비유적으로 압축해 만들어 낸 말들이다. 주로 서민층에 의해 만들어진, 서민층의 격언이라고 할까.

속담에는 우리 삶의 모습이 총 망라되어 있어 그 내용만도 수만 개나 된다는데, 내용 하나하나가 어렵지 않아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관용구처럼 옛 말 그른 게 하나도 없다고 하는데 그게 속담을 통해 여실하게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속담은 서민층의 것이어서 진솔하고, 해학적이고, 성적인 표현에서는 노골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체면과 격식을 중시하는 사대부 층에서 그걸 비하해 세속에 떠도는 속된 언어라는 뜻에서 속담이라고 칭했다.

하지만 서민층이야말로 삶의 희로애락을 몸으로 체험하고, 그 축적된 체험들을 진솔하게 말로 표출했을 때 보편성을 띠고서 그 효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한 사람의 지혜가 평범한 열 사람의 머리를 당해낼 수 없다고 본다. 속담의 진정한 가치가 바로 거기에 있다. 

나는 속담 책을 가까이 하고부터 좋은 습관이 생겼다. 사람들과 얘기를 나눌 때 적절하게 속담을 이용함으로써 내가 전하고자 하는 애기에 설득력과 재미를 곁들이는 효과를 보는 것이다. 

어느 분야의 전문가들의 주의나 주장을 내세운 글과 말이 아닌,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가 담긴 속담을 가까이 해서 다용도로 활용해보면 어떨까. 역사책에서 배울 수 없는 우리 조상들의 이모저모 생활상을 엿보게 되는 깨알재미는 보너스다. 

덧붙이자면, 속담이라는 단어에는 비하의 뜻이 담겨 있으니 서민들의 말이라는 뜻의 ‘민담’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불교신문3502호/2019년7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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