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식 ‘천도재’ 현대음악으로 새롭게 태어나다
불교의식 ‘천도재’ 현대음악으로 새롭게 태어나다
  • 박인탁 기자
  • 승인 2019.07.09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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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천도재 음악 ‘왕생가’ 제작

천도재 의식을 현대음악화한
‘고혼청 노래’ 등 11곡 수록
7월15일 봉정식 및 제작 발표
‘화엄21 천도법회’ 등서 합창
뮤지컬과 오페라로 승화 기대
해인사는 천도재 의식 전체를 현대음악화한 ‘왕생가’를 제작해 선보였다. 사진은 해인사 화엄21 천도법회 모습.

천도재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고 고인의 명복을 기원하는 불교의식이다. , 죽은 이로 하여금 생전에 지어놓은 악업이나 원한 관계 등을 부처님의 법력에 힘입어 떨쳐 버리고 청정한 마음을 회복해 좋은 곳에 태어나길 발원하는 의식이다.

천도재는 이처럼 중요한 의미가 담겨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신도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법주(法主) 스님이 전통식 염불을 통해 천도재를 정성껏 집전하지만 독실한 불자가 아니고서야 재주(齋主)는 염불 내용조차 모른 채 2시간 넘게 꼼짝없이 앉아 지루함을 참아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다만 법주 스님이 정성껏 재를 지냈으니 돌아가신 분(영가)이 좋은 곳으로 가셨으리라 믿을 뿐이다.

지난 2001년부터 화엄21 천도법회를 봉행하고 있는 해인총림 해인사(주지 향적스님)는 천도재 전체를 처음으로 현대음악화한 왕생가(往生歌)’를 선보였다. 왕생가는 누구나 그 의미를 쉽게 알고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대중화해 천도재 음악 11곡을 담은 CD와 악보집으로 제작(조계종출판사)됐다.

왕생가는 해인사 주지 향적스님의 제안으로 시인인 도정·동명·의정스님과 김형미 시인이 작사가로서 노래가사를 만들었다. 이어 동민호·최인영·김강곤·이용재·유태진 작곡가가 가사에 맞춰 곡을 썼다. 천도재의 내용과 의미,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승려시인들은 어느 부분에서 장엄하고 화려해야 하며, 어느 부분이 흥겹고 애절해야 하는지를 지도함으로써 천도재의 본래 의미가 왕생가에 오롯이 담아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노래는 바리톤 김기환 선생과 국악가 서동률 선생이 독창을 맡았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참여한 왕생가 합창단이 합창부분을 맡아 노래했다.

왕생가는 천도재 의식 순서에 맞춰 11곡이 수록돼 있다. 천도법회를 열게 된 인연을 부처님과 염라전에 고하는 수설대회소(修設大會疏) 의식을 담은 수설대회소 노래를 시작으로 돌아가신 분을 초청하는 고혼청(孤魂請) 노래’, 영가를 모셔다 목욕시키고 새 옷을 입히는 관욕(灌浴)과 착의(着衣) 노래’, 모든 법문의 요체를 함축적으로 영가에게 설하는 착어(着語) 노래’,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조금 빠른 템포로 산스크리트어 그대로 노래로 담은 신묘장구대다라니 노래등이 담겨져 있다.

또 영가에게 공양을 올리고 잔치를 벌이는 노래인 잔칫상 노래’, 영가가 받은 공양을 두루 회향하도록 이끄는 보공양진언(普供養眞言)의 노래’, 서방극락세계의 아미타불을 찬탄하면서 반야용선을 타고 고해의 바다를 건너 열반의 언덕으로 가는 장엄염불 노래’, 영가가 남은 이들을 위로하는 마지막 위로의 노래’, 재가 끝나 위패를 사르며 영가를 극락세계로 보내드리는 봉송(奉送)의 노래등으로 이어진다.

덕 높은 스님이 열반했을 때 지내는 종사영반(宗師靈飯) 의식을 담은 종사영반 노래도 마지막곡으로 수록돼 있다.

천도재 의식이 죽은 자를 위한 대서사시와 같은 만큼 왕생가 또한 웅장하면서도 서사성이 가미된 한 편의 오페라나 뮤지컬과 같은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특히 가사 또한 천도재의 법주와 재주가 서로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담아냈다.

어떤 인연의 바람이 불어오는지/ 어떤 인연의 바람을 불러 오는지/ 우리는 알 수 없어요/ 내일은 알 수 없어요/ 그러니 눈물은 그만두어요// 낙엽을 밟으며 걷는 이 길이/ 정녕 아름답지 않으신가요/ 새봄 꽃향기 맡으며 정답게 걷는 이 길이/ 꿈처럼 다시 못 올 것 같은데/ 내일 흘릴 눈물도 미리 가져오지 말아요/ 아팠던 과거일랑 거기에 두어요/ 쌓이고 쌓여서 향기로울 때까지/ 그냥 그대의 기억 속에 두어요// 내게 부드러운 웃음을 주세요/ 이제 가서는 다시 아니 와도 좋겠소/ 정녕 그대 곁으로 다시 온다고 해도/ 난 이제 그저 좋다고 하겠소.”

이는 마지막 위로의 노래로 영가 또한 이별사를 하고플 것이라는 생각에서 만든 곡이다. 남겨진 가족들에게 더 이상 슬퍼하지 말고 먼저 떠난 자신을 기억속에 담아두고 웃음을 보내달라는 영가의 마음을 담아냈다.

한편 해인사는 오는 7월15일 오전940분 대적광전에서 왕생가 CD 및 악보집 봉정식 및 제작발표회를 갖고 본격적인 보급에 나선다. 왕생가 제작을 총괄한 월간 <해인지> 편집장 도정스님은 불교의 천도재 전체를 음악화한 예는 불교역사상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다면서 “11곡의 합창곡으로 승화된 천도재 의식을 통해 이제 누구나 그 의미를 쉽게 알고 함께 동참할 수 있는 대중화된 천도재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천도재 법주와 재주, 영가 모두가 소통해야

해인사 주지 향적스님 인터뷰

해인사 주지 향적스님
해인사 주지 향적스님

죽은 사람을 위한 불교 의식인 천도재는 의식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스님이 다같이 하는 거지, 재를 주관하는 스님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심지어 천도재 의식의 내용을 몰라 재 중간에 졸거나 법당 밖으로 나가기도 합니다. 스님과 신도, 더 나아가 참여한 사람들이 의식을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천도재 의식을 현대음악화했습니다. 그래야만 재의식이 더욱 성스러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천도재 음악의 현대화를 직접 제안하고 이끌어 온 해인사 주지 향적스님은 지난 7월8일 기자간담회에서 천도재 음악 왕생가제작이유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향적스님은 천도재에 있어 법주와 재주, 영가간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특히 법주 스님은 재를 주관하면서 재량을 발휘할 수 있는 만큼 왕생가 내 노래를 3~4곡 정도씩 부르길 제안했다.

제아무리 수승한 법문도 스님 혼자서면 안다면 아무 소용이 없듯이 천도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나 제반 여건상 왕생가 내 11곡 전부를 부르지 못하더라도 3~4곡이라도 부르며 법주, 재주, 영가 모두가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이같은 노력들이 점점 쌓인다면 불교 문턱이 한 단계 낮아져 젊은이들이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향적스님은 왕생가의 제작 못지않게 보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왕생가를 해인사 화엄21 천도법회 때마다 합창하고, 말사를 비롯한 불교합창단 등이 널리 부를 수 있도록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군법당과 불교종립학교에는 왕생가 CD와 악보집을 법보시하고, 인터넷을 통해 천도재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종단적으로 왕생가를 대형 오페라나 뮤지컬로 만들 수 있도록 제안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불교음악을 만들었지만 대부분 대중화에는 실패했습니다. 만들어 놨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많이 부르고, 더 나아가 수정하고 발전시키는 작업이 반드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불교의 사후 세계관을 담아낸 영화 신과함께가 큰 인기를 얻은 만큼 종단 차원에서 왕생가를 오페라나 뮤지컬 등으로 승화함으로써 불교포교에도 기여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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