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서원’도 세계문화유산 등재 확정
신라 숙수사지 자리잡은 영주 소수서원
"사찰 터에 세워진 역사적 사실 전해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미얀마 바간. 불교신문 자료사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미얀마 바간. 불교신문 자료사진

3500여 개에 이르는 사원(寺院)과 탑(塔)이 자리해 ‘불교유적의 보고’로 여겨지는 미얀마 바간(Bagan)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확정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6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43차 총회에서 바간을 비롯해 한국의 서원과 이라크 바빌론 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올렸다.

이번에 세계문화유산이 된 바간은 미안먀 최고의 불교 유적지로 1000여 년 전 세워진 사원과 탑이 자리하고 있다.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Angkor Wat),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Borobudur) 사원과 더불어 세계 3대 불교유적지로 손꼽히는 바간은 미얀마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불자와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승지이다.

이라와디 강 동쪽에 자리한 바간은 만달레이에서 남서쪽으로 140km 떨어진 고대도시이다. 불교 유적 대부분은 11세기에서 12세기에 세워졌으며 버마(미얀마)의 정치 경제 문화 종교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했다. 12세기~13세기에 는 인도, 스리랑카, 태국, 크메르 등 주변 국가에서 많은 스님들이 찾아와 수행 정진했다.
 

미얀마 바간.   불교신문 자료사진
미얀마 바간. 불교신문 자료사진

이에 앞서 지난 5월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미얀마 정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한 바간을 현지 조사한 결과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다.

한편 이번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확정된 ‘한국의 서원’ 가운데 소수서원과 옥산서원 등이 불교와 인연이 깊은 사실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賜額)서원인 영주 소수서원(紹修書院)은 숙수사(宿水寺)가 있던 곳이다. 정확한 창건과 폐사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사지에서 출토된 불상과 당간 등 유물을 종합할 때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돼 고려를 거쳐 조선 시대에 폐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통일신라 숙수사터에 세워진 소수서원. 당간 지주를 비롯한 석조물 등이 많이 남아있다.
통일신라 숙수사터에 세워진 소수서원. 당간 지주를 비롯한 석조물 등이 많이 남아있다.

원나라에서 성리학을 들여온 고려 후기 학자 안향(安珦, 1243~1306)이 숙수사에서 공부해 18세에 과거에 급제하고, 아들과 손자도 이 절에서 수학했다. 숙수사와 인연이 있었지만 안향은 그의 시문집 <회헌실기(晦軒實記)〉에서 중국 주회가 선불(禪佛)을 물리친 공이 공자에 비할 수 있다며 불교를 배척했다.

소수서원은 조선 중종 36년(1541) 주세붕(周世鵬)이 풍기군수로 부임한 후 안향을 배향하기 위해 1543년 설립한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에서 비롯됐다. 서원을 세우며 숙수사에 있던 석재 등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소수서원에는 보물 제59호 ‘숙수사지 당간지주’ 등 각종 석조물이 남아있고, 1953년 인근에서 청동불상 25구(軀)가 출토됐다.
 

조선 중종 때의 성리학자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1491~1553)을 제향한 경주 옥산서원(玉山書院)은 정혜사(定慧寺) 인근에 세워졌다. 조선 최고의 명필로 인정받는 한석봉과 김정희가 쓴 편액이 걸려 있다.

통일신라시대 창건된 정혜사는 조선 중기에 폐사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지에 ‘정혜사지 13층 석탑’이 남아있다. 13층이나 되는 다층탑은 국내에서 매우 드문 사례이다. 지난 5월에는 옥산마을에서 모내기 행사를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정혜사지 13층 석탑을 찾기도 했다.

세계유산목록 등재가 최종 결정된 ‘한국의 서원(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 △소수서원(경북 영주) △도산서원(경북 안동) △병산서원(경북 안동) △옥산서원(경북 경주) △도동서원(대구 달성) △남계서원(경남 함양) △필암서원(전남 장성) △무성서원(전북 정읍) △돈암서원(충남 논산) 등 총 9개로 구성된 연속유산이다.
 

정혜사지 13층 석탑.

한국의 서원이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된 것은 마땅히 축하할 일이다. 다만 사찰 터에 세워진 역사적 사실 등을 안내문에 명확히 밝혀 불교와 유교의 관계를 있는 그대로 알리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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