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전문의의 ‘숙고 명상’ 설명서
‘에고’의 껍질 깨야만 진정한 나를 만난다

내 마음을 안아주는 명상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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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동 지음 담앤북스

1년에 연인원 60만 명 가까이가 신경정신과를 찾는다고 한다. 마음의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 자연스럽게 정신과 의사들이 현대인들에게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그래서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정신과 의사도 있고 베스트셀러 저자가 된 정신과 의사도 있다.

불교와 명상을 접목한 심리치료를 하고 있는 최훈동 한별정신건강병원장이 책을 냈다. 신간 <내 마음을 안아주는 명상 연습>은 자신의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고 통찰과 치유의 실마리를 찾도록 돕는 심리에세이다. 마음의 문제에 해박하다는 직업군의 저술이어서, 그만큼 관심이 가고 기대하게 한다. 

‘세파(世波)’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진학에서든 취업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끊임없이 거치 파도가 몰아치는 게 삶이고 그걸 이겨내야 하는 게 삶이다. 마음의 병이란 것도 세파에 지쳐 쓰러져 일어날 힘을 영영 잃게 됐을 때 걸리고 마는 것이다.

“파도를 피할 수는 없지만 두려워하지 않을 순 있다.” <내 마음을 안아주는 명상 연습>이 제시하는 화두는 그 힘을 내포하고 있다. 삶이 파도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분명히 직시하고 파도를 견뎌낼 수 있는 용기를 선사하는 명상에 대한 권고다.   

책은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자비와 지혜의 품성을 깨우는 길을 안내한다. 1부에서는 마음과 에고(ego, 자아)의 작동 방식을 명상과 정신치료를 통해 살펴본다. 2부에서는 살면서 직면하는 고통을 명상적 성찰로 극복하게 되는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이다.

3부에서는 명상을 통해 마음의 상처가 어떻게 치유되는지 살펴보며, 4부에서는 마침내 에고(가짜 나)의 껍질을 깨고 진정한 나로 사는 삶을 다뤘다. 특이한 점은 명상안내음성을 따라 스마트 폰을 통해 쉽게 명상을 체험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는 것이다. 숙고명상 노트로 명상 중 느낀 감정을 기록해 감정을 잘 갈무리할 수 있게도 했다. 
 

불교와 명상을 접목한 정신치료 전문가인 최훈동 한별정신건강병원장이 심리에세이를 내놨다.
불교와 명상을 접목한 정신치료 전문가인 최훈동 한별정신건강병원장이 심리에세이를 내놨다.

‘숙고 명상’이란 개념이 신선하다. 우리는 삶의 역경과 부정적인 생각을 회피하는 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쓴다. 하지만 생각은 초대하지 않았는데도 찾아오는 손님과도 같아서(25쪽), 거부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다면 반갑게 맞으라는 게 저자의 충고다.

고통스러운 생각과 감정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대신 감정을 손님처럼 친절하게 대하고, 감정과 연관된 사건에서 받은 상처를 안아 주라고 조언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통찰과 지혜를 제공하는 것이 ‘숙고 명상’이다.

숙고 명상으로 내면의 상처를 똑바로 용감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아무리 괴로워도 자애와 연민을 갖고 자신을 대할 수 있다. 파도에 휩쓸리는 건 불행이지만, 파도를 ‘타는’ 일은 즐겁다.

“어떤 생각이 일어나건, 자연스럽게 지켜보세요. 일어나서 사라지는 걸 인위적으로 없애려 애쓰지 않습니다. 애씀은 번뇌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일입니다. 끌어당기지도, 밀쳐내려고 애쓰지도 마세요. 이러한 노력은 에고를 강화시킬 뿐입니다(34쪽).”

글쓴이는 서울대 의대 출신이다. 마음의 홍역을 깊게 앓던 중고교 시절 정신과 의사가 되리라 결심했다. 대학교 2학년 시절에 불교를 접하고 선(禪)과 정신치료를 연구했다. 한국 고유의 민족 사상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각종 명상도 섭렵했다. 서울대 의대 외래교수이며 <정신의학 이야기>, <나를 넘어선 나> 등의 저서가 있다.

일생의 주제는 오직 ‘마음’에 집중되어 있다고 말한다. 일체유심조. 마음의 문제를 해결해야 세상을 밝힐 수 있다고 믿기에 그렇다. 마음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종교와 정신의학을 섞고 명상과 심리치료를 아우른다. 그중에서도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또는 돈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명상이 가장 좋다고 믿는다. 인간은 자기성찰을 통해서만 치유 받고 새롭게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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