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쓰는 화두 ‘한국불교’] <53> 승가공동체를 생각한다(上) - 승가 운영원리와 원칙
[함께 쓰는 화두 ‘한국불교’] <53> 승가공동체를 생각한다(上) - 승가 운영원리와 원칙
  • 박부영 상임논설위원
  • 승인 2019.07.05 15: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승가는 해탈 목적으로 모인 수행공동체”

함께 먹을 것 구하고 나누며
같은 공간서 사는 생활공동체
똑같은 권한을 갖고 행사하는
민주적이며 평등한 운영원리
스님들 승가공동체 자긍심 커
지난 2015년 승가공동체 회복을 위한 방안을 놓고 종단의 주요 스님과 재가자들이 모여 진행했던 제7차 100인대중공사 모습.
지난 2015년 승가공동체 회복을 위한 방안을 놓고 종단의 주요 스님과 재가자들이 모여 진행했던 제7차 100인대중공사 모습.

 

“출가 승려는 역사적으로 사찰을 근거로 공동체 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종단은 다양한 이유로 승려의 공동체 생활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대에 관계없이 승려의 공동체 생활은 필수인가?”

승가고시 논술 주제 ‘승가공동체’

승가고시 논술 문제다. 문제를 받아든 스님들은 승가공동체를 자랑스러워하면서 잘 유지돼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한 스님은 “지금 시대적인 흐름, 사회적 분위기로 승가공동체가 흔들리지 않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시대 분위기로 승가공동체는 더욱 더 소중하고 가꾸어 나가야 할 대상”이라고 적었다.

이 스님은 승가공동체의 훌륭한 점으로 “때로는 개인의 공간, 개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서로 서로 갈마, 탁마할 수 있는 서로에게 아름다운 수행의 기회를 주는 멋진 공동체, 아름다운 민주주의의 전통이 있고 토론하고 자기 반성하는 문화가 있고 서로 배려하는 문화 전통이 남아있는 공동체”라고 정의했다. 

다른 스님은 승가공동체가 현 사회에서 유지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를 출가자 감소, 인구의 도시 집중화를 들었다. 이 스님은 “종교 인구와 출가 인구 감소로 승려가 공동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기본 숫자가 줄어들고 사찰은 산에 있는데 반해 인구는 갈수록 도시로 몰려들어” 공동체 유지가 어렵다고 보았다. 승가공동체는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본 이 스님은 현 상황에서 공동체를 유지하는 방안으로 안거와 교육을 제시했다. 

또 다른 스님은 토굴과 빈부격차를 승가공동체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로 지적했다. 스님은 “공동체 내부에서도 구성원들 간에 개인토굴을 빙자한 아파트 등의 주택 소유, 고급 승용차 보유 등 공동체 내부의 빈부 격차가 실재하고 그 정도가 갈수록 심해진다”며 “이러한 심리적 장벽은 결국 공동체 내부 생활에서는 스스로가 주체적 자신감과 소속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승가공동체 이탈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스님은 이에대한 대안으로 제도 측면과 인식 측면으로 나눠 제시했다. 제도적 면에서는 기본 교육과정 장소를 공동체 생활의 율의를 훈습할 수 있는 곳으로 단일화하고 안거 외에도 산철 수행기간 인정 등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스님들을 승가공동체 내부로 견인하려는 노력과 개인 용도 토굴이나 주택소유 제한을 제시했다. 심리측면에서는 “상구보리 하화중생한다는 출가수행자로서의 본분사를 자각할 수 있도록 공동체 생활이 가져다주는 이익과 행복에 대한 지속적 교육 연구 프로그램 개발”을 들었다. 

좋은 전통 유지 못하는 현실 지적

스님들은 공통적으로 승가공동체가 훌륭한 제도며 전통임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데 대해 안타까워했다. 스님들이 갖고 있는 문제인식은 다른 스님이나 학자들의 견해와 다르지 않다. 승가공동체는 무엇이며 왜 스님들은 이를 복원하려 애쓸까? 또한 현실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승가공동체를 상가(Sangha), 한자(漢字)로 승가(僧伽)로 적는다. 원래는 고대 인도사회에서 공화적 정치결사체를 의미했다. 부처님이 자신의 교단을 ‘상가’라고 한 것은 그 집단이 수행을 통한 해탈을 목표로 하는 수행 공동체라는 의미에서였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뒤 녹야원에서 콘단야 등 5명의 수행자에게 최초의 설법(初轉法輪)을 하여 다섯 비구를 제자로 맞이하면서 승단이 출발했다. 이를 일러 삼보(三寶)의 성립이라고 한다. 진리를 깨달으신 부처님(佛),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진리(法), 부처님을 따르는 수행자(僧)로 교단이 구성됐다.  

이후 야사와 그의 친구, 그를 아는 젊은이 등과 합쳐 60명, 카샤파 3형제와 그의 제자 1000명이 귀의하는 등 승단은 급속도로 늘어난다. 부처님 재세시 2만여명으로까지 규모가 늘어났다고 한다. 초기에는 출가 수행자 비구 비구니만 일러 출가수행공동체로 지칭했지만 대승에 이르면 재가자까지 포함하여 남성 신도 우바새, 여성신도 우바이를 합쳐 4부중으로 늘어났다. 

그래서 대승의 전통을 계승하는 조계종은 종헌에 구성원을 일러 ‘본종은 승려(비구 비구니)와 신도(우바새 우바이)로서 구성한다’고 규정한다.

여느 조직처럼 상가 구성원도 자격과 권한 의무를 부여 받는다. 자격은 해탈을 목적으로 출가한 수행자다. 구성원이 되기 위한 조건은 처음에는 간단했고 조직이 커지면서 복잡해졌다. 처음에는 부처님을 친견하고 설법을 들은 후 교단원이 되었다. 부처님으로부터 “어서 오라. 착한 비구여(善來比丘)”라는 말을 듣는 것으로 입단이 승인됐다. 

불교 교세가 지역적으로 확장되고 인원도 늘어나면서 모두 부처님을 친견하고 출가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부처님을 대신하여 제자를 받아들이고 교육하는 화상(和尙)제도가 생겼다. 절차도 복잡해졌다. 세 사람의 스승(三師)과 일곱 사람의 증명자(七證) 앞에서 서약을 해야 했다. 이 제도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구성원이 되면 지켜야할 규칙이 있다. 비구와 비구니가 지켜야할 율(律)이 이에 해당 한다. 율에는 반드시 지켜야하며 어길 경우 파문을 당하는 아주 엄격한 규정에서부터 소소한 일상생활 규정까지 다양했다. 그리고 교단의 규율이 미치는 공간에 머물러야 한다. 이를 결계(結界)라고 한다. 

그러면 이러한 승가공동체는 어떻게 규정지을 수 있을까? 첫째 해탈을 목적으로 하는 이념 공동체다. 부처님께서 최상의 목표로 제시한 열반을 지향한다. 두 번째는 생활공동체다. 수행자들은 함께 먹을 것을 구하고 똑같이 나누었으며 같은 공간에 머물렀다. 

세 번째 탈속공동체다. 집단을 이루어 생활하되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떠돌았으며 걸식과 탁발로 최소한의 의식(衣食)을 해결했다. 정주(定住)하며 부와 권력을 축적하는 세속과 철저하게 반대되는 생활이다. 

네 번째 민주·평등공동체다. 수행자들은 나이나 출가 전 신분과 관계없이 모두 동일한 지위와 권한을 누렸다. 공동체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갈마에 똑같이 한 표를 행사했다. 다섯 번째 자유공동체였다. 승가공동체 안에서 개인은 공동체의 일원이면서 철저히 독립되고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절대적 자유가 보장됐다. 선택과 탈퇴 목표 달성은 개인의 책임아래 진행됐다. 규율은 단지 공동체를 유지하는 조건이었다. 

규율 지키고 화합 원칙

이자랑(동국대)교수는 지난 2016년 발표한 ‘초기불교 승가의 운영 원리와 지도자의 역할’에서 초기불교의 승가 운영원리를 평등과 화합으로 정의했다. 평등은 물질 분배에 해당하는 원칙이다. 당시 승가는 기본 생활에 필요한 옷 도구와 음식 등 ‘보시물’을 공평하게 나누는 공동분배 경제였다. 

이 교수는 “승가에 바쳐진 가분물(加分物)은 모두 현전승가의 소유가 되며, 이는 일정한 분배 원칙을 통해 동일한 현전승가의 구성원들에게 분배된다”며 “가장 중요한 기본 원칙은 공평한 분배로 구성원들 사이에 불만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전승가 안의 비구 숫자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가능하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똑같이 분배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강제규정이다. 당시 규정을 오늘날에 대입하면 교구에 들어온 수입, 현금 부동산 물품을 모두 승납이나 맡은 소임과 관계없이 정확하게 n분의1로 나눈다는 뜻이다. 

화합은 의사결정 원칙이다. 화합은 ‘동일한 경계 안에 속하는 비구들이 올바른 방법으로 함께 갈마를 실행하는 것’이다. 의견을 나누고 하나로 모으는 과정이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똑같은 원칙을 적용하여 만장일치 결의함을 말한다. 요즘 말로 치면 ‘법 앞에 만인 평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초기 승가공동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에 따라 바뀐다. 대승에서는 재가자가 승단의 일원으로 포섭된다. 중국 선종에서는 총림가람 체제를 형성하고 이를 유지 운영하는 새로운 규율, 청규(淸規)를 만들었다. 방장 장로 주지에다 소임별로 역할을 따로 부여했다. 평등이 원칙이지만 사실상 인사권 재정권을 지닌 계급구분이 일어났다. 중국의 선종가람과 청규는 그대로 한국에 도입돼 오늘에 이른다. 

시대 따라 공동체도 변모

시대에 따라 승가공동체의 운영 원칙이나 외형은 변모한다. 그러나 절대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바로 승가를 구성하는 수행자의 역할과 자세다. 공동체 운영 규칙은 공동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며 보조이기 때문에 외형은 변형을 거듭하지만 수행자는 변하지 않는다. 출가자의 역할에 대해 홍사성 <불교평론> 주간은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첫째 ‘진리의 상속자’로서 부처님이 계시지 않는 시대에는 부처님을 대리하는 존재다. 둘째 진리를 가르치는 설법자로서의 역할이다. 부처님은 깨달음을 성취한 뒤 얼마 안 되어 제자가 60여 명에 이르렀을 때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전도의 사명을 부촉했다. “나와 그대들은 인천(人天)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이제 그대들은 이웃의 이익과 안락을 위하여 전도여행을 시작하라. 두 사람이 한 길로 가지 말며 처음과 중간과 끝이 좋은 설법을 하라. 나도 우루벨라 병장촌으로 가리라.” 이 전도부촉은 바로 ‘출가비구’에게 내려진 교화와 설법의 명령이다. 

셋째 복전(福田)으로서 역할이다. 출가비구는 경제적인 면에서 보면 생산노동에 종사하지 않고 재가자의 공양으로 생활하는 수행자다. 걸식은 기능적 측면에서 보면 공양을 올리는 사람 즉 재가자가 선행과 보시의 공덕을 짓도록 하는 행위다. 선행을 하고 싶어도 선행의 대상이 있어야 한다면 그 대상자로서 수행자는 가장 훌륭한 복전이다.(홍사성, ‘미래불교의 향방’, 2000)

오늘날 우리 종단의 승가공동체는 부처님 당시처럼 ‘성원은 서로 평등하며’ 진리의 상속자, 설법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불교신문3501호/2019년7월6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