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에 무릎 쑤셔도, 공양물 짊어지고, 지팡이 짚고…
관절염에 무릎 쑤셔도, 공양물 짊어지고, 지팡이 짚고…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9.07.01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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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60주년 맞이 특별기획’
불교는 ‘초고령화 사회’ 어떻게 준비하는가
① [진단] 사찰은 노인배려 하고 있나

대한민국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 인구로 구분되는 65세 이상 노인이 해마다 48만 명씩 늘 것이란 분석이다. 2025년엔 전체인구의 노인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를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에선 이를 대비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그렇다면 불교는 얼마나 노년층을 배려하고 어떤 현실적인 대안을 준비하고 있는지 총 5회에 거쳐 짚어본다.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들은 사찰 일주문에서 법당까지 가는 짧은 길도 힘들어보였다. 노보살님이 지팡이에 의지한 채 걸어가는 모습.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들은 사찰 일주문에서 법당까지 가는 짧은 길도 힘들어보였다. 노보살님이 지팡이에 의지한 채 걸어가는 모습.
 

음력 5월 초하루 법회가 열린 지난 6월3일, 일흔다섯의 김진순 어르신은 불공을 올리기 위해 서울 시내 A도량을 찾았다. 지팡이에 의지해 법회가 열리는 법당으로 향하는 어르신의 발길이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한 손에 들고 있는 공양물 가방은 어르신의 발걸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A사찰은 규모가 큰 도심 속 전통문화 도량으로 꼽힌다.

그러나 일주문부터 법당까지 올라가는 오르막길에는 어르신이 의지할 수 있는 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매번 이렇게 절을 찾아오기가 불편하지 않냐’고 묻자 어르신은 “힘들어도 부처님께 기도하러 오는 건 빼먹을 수 없다”면서도 “법당까지 올라가는 길에 잡고 갈 수 있는 손잡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날 김 어르신 같은 이들은 한 두 명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은 지난해부터 고령사회에 돌입했다. UN 기준으로 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가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화 사회’로 분류한다. 쉽게 말하자면 현재 우리나라 국민 7명 중 1명은 65세 노인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앞으로 불과 7년 뒤면 마지막 단계인 초고령화 사회까지 도달한다는 예측이다. 무엇보다 이웃나라 일본은 고령화에서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 24년이 걸렸지만, 우리는 1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나이 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불교로 범위로 좁혔을 땐 노령화된 우리 모습이 더욱 뚜렷하다. 2015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인구 총 조사에 따르면 전체 불교인구 761만9332명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70만여 명에 달한다. 이미 불교는 ‘초고령화 사회’인 셈이다. 문제는 이와 같이 사찰을 찾는 노인들을 위한 배려는 미흡하다는 점이다. 
 

서울 시내 한 사찰의 대웅전 입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어르신 모습.
서울 시내 한 사찰의 대웅전 입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어르신 모습.

“부처님 만나러 가는 고단한 길”

부족한 노인 배려시설은 A사찰뿐 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 달에 절반 이상 기도·법회가 열려 신도들로 항상 북적이는 서울 도심 B사찰도 마찬가지였다. 지장재일, 영가기도 등이 열린 지난 6월18일 B사찰에서 눈에 많이 띈 이들은 다소 걸음이 불편한 여성 신도들이었다. 그나마 B사찰은 계단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턱없는 경사로가 설치 돼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돌아가야 되는 경사로 대신 다리가 다소 불편하더라도 계단을 이용했다.

어르신들 쉴 수 있는 공간 ‘부족’

불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A사찰과 B사찰도 모두 비슷했다. 두 사찰은 도심 속 대형사찰인 만큼 신도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그러나 사찰을 찾는 신도들의 비해 규모가 작았다. 앉을 수 있는 의자도 부족했다. 무엇보다 야외에 노출 돼 있어서 날씨와 환경에 영향을 받았다. 대웅전 근처에 걸터앉아 쉬고 있는 이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B 사찰에서 만난 여든넷의 이종두 어르신이 그러한 경우다. “부처님한테 절하러 간 안사람을 기다린다”는 이 어르신은 20여 분 정도 더 대웅전 입구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변변한 휴식 공간 없이 사람들이 발길을 잦은 대웅전 출입문에 쉬고 있는 어르신의 모습은 불안해 보였다. 물론 최근 사찰 내 카페 같은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지만, 유료 공간인 점 등을 감안했을 땐 이용 접근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서울 시내 한 사찰을 찾은 어르신이 가족의 도움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사찰을 찾은 어르신이 가족의 도움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노인 배려하는 ‘인식 전환’부터”

이런 상황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 희유스님은 “다행스럽게 몇몇 사찰에서 예전과는 달리 노인 불자들을 위한 긍정적인 움직임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라며 “주지 스님들이 먼저 변화된 상황을 인지하고 노인 불자들을 배려하는 사찰 환경을 만들어야겠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희유스님은 “본인이 살던 곳에서 욕구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이 노인복지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며 ”사찰도 지역사회의 일원인 만큼, 다가오는 초고령화 사회에 실버세대를 위한 돌봄 서비스에 함께 나설 것”도 주문했다. 

이수경 아우내은빛복지관 관장은 ‘실천’에 방점을 찍었다. 이 관장은 “일반적인 법당 구조상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들이 절을 하고 장시간 앉아있기가 불편한 점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이들을 위해 법당 뒤편에 의자를 구비해 놓는 등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장은 “전체적인 사찰 구조를 바꾸는 것만이 노인을 배려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작은 배려만으로도 노인 불자들의 만족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대전 광제사는 20년 전부터 노인 불자들을 위한 법당 내 의자를 설치해 신도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광제사 법회 모습.
대전 광제사는 20년 전부터 노인 불자들을 위한 법당 내 의자를 설치해 신도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광제사 법회 모습.

■ 20년 전부터 노인 ‘우선’…대전 광제사 ‘눈길’

“배려는 또 하나의 포교방편”

노인 불자들을 배려하는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릎이 좋지 않은 노인들을 위해 법당에 의자를 배치한 대전 광제사는 더욱 특별해 보인다. 물론 최근 몇몇 사찰에서 노인 배려 시설을 마련하고 있지만, 광제사는 20여 년 전부터 시작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광제사가 이런 움직임에 나선 이유는 명확했다. 고령화된 신도들의 상황에 맞춘 것이다. 광제사 주지 범우스님은 “전임 주지 경원스님이 목제 장의자를 설치한 이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며 “최근엔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접이식 1인용 의자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봤던 주변 스님들도 이제 광제사의 모델을 따라한다는 전언이다. 

당연히 신도들의 호응은 높아졌고 많은 이들이 광제사를 찾고 있다. ‘배려’가 곧 포교 방편이 된 셈이다. 범우스님은 “노령화된 신도 등 우리가 살고 있는 생활환경이 바뀐 만큼 사찰에서도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절을 찾는 이들도 다시 발길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금 더 신도들에게 다가가는 역할에 충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광제사는 올해 가을엔 고령의 신도들을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를 할 예정이다. 3층에 있는 법당을 걸어 올라가기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쓴다면 사찰 외형을 해치지 않고서도 노인들을 위한 시설을 만들 수 있다는 범우스님은 “사찰 주지 스님들이 대부분의 신도 층을 구성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한 번 더 생각하고 배려하는 데 앞장섰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불교신문3500호/2019년7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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