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마음 닦달하지 말고 내 마음부터 닦읍시다”
“남의 마음 닦달하지 말고 내 마음부터 닦읍시다”
  • 장영섭 기자
  • 승인 2019.06.28 13: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선(禪)의 교과서’
현대어로 새롭게 해석
불교 핵심 명쾌히 제시

월호 스님의 선가귀감 강설

월호스님 지음 조계종출판사
월호스님 지음 조계종출판사

 

<선가귀감(禪家龜鑑)>은 서산대사로 널리 알려진 조선시대 청허휴정(淸虛休靜, 1520~1604) 선사의 저작이다. 스님은 임진왜란 당시 조국을 멸망의 위기에서 건져낸 승장(僧將)으로 유명하지만, 본래 안목이 탁월했던 선지식이었다. 숭유억불의 국가체제에서 불교의 명맥을 온전히 이어온 선구자라는 역사적 위상도 갖는다.

조선 명종 19년(1564년), 불교를 공부하는 이들의 자세와 승풍을 바로잡고 정진과 교화를 당부하기 위해 선가귀감을 썼다. 오늘날까지 한국 선(禪)의 교과서라는 명성이 자자하다. 예로부터 수많은 선승과 학승이 이에 대한 주석서를 펴냈는데, 이번에는 행불선원장 월호스님이 샅샅이 살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쉽고 친절하게 법문하고 저술하며 대중포교에 앞장서온 스님이다. 선가귀감 강설에도 평소의 실력이 묻어난다.

선의 궁극적 목표는 결국 내가 바로 부처임을 알자는 것이다. 나의 성품 안에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가 갖춰져 있으니, 그것을 알아채어 지금 당장 꺼내어 쓰면 바로 부처라는 가르침으로 정리된다. <선가귀감>의 메시지도 이것이다. “버리겠다는 둥 구하겠다는 둥, 그게 다 자기를 더럽히는 짓이다. 바른 법을 구하겠다는 마음이 바르지 못한 것이다.”

본성을 보면 부처님이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선문(禪門)에서 말하는 수행인 견성법(見性法)이 곧 성품을 보는 것이다. 여기서 성품은 바로 ‘본마음’, ‘참 나’로, 항상 크고 밝고 완전하다. 우리의 본마음 자리는 이미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을 다 갖추고 있다. 성품은 그 자체로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아니며 공(空)한 것이다. 이 마음이 공한 줄 알고, 집착 없이 걸림 없이 자유롭게 살잔다. 
 

행불선원장 월호스님이 서산대사의 '선가귀감'을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냈다.
행불선원장 월호스님이 서산대사의 '선가귀감'을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냈다.

앞서 밝힌 대로 청허 선사는 동시대 불자들의 의식개혁을 위해 선가귀감을 집필했다. 월호스님 역시 “현대 불자들의 해이해진 정신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정곡을 찌르는 글들로 선가귀감 강설을 새로 엮었다”고 한다.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삶에서 맞닥뜨리는 온갖 괴로움과 스트레스 등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불교의 가르침을 통해 올바른 길을 제시하며 그들의 마음공부를 돕는다. 이해하기 어려운 원본의 구절들은 스님 특유의 명쾌한 문체로 풀어내 남녀노소에게 다가가고자 했다.

자기에 대한 무한한 긍정이 참선의 시작이고 행복의 시작이다. ‘참나’는 무아(無我)이며 대아(大我)다. ‘고정된 나’는 없으며, 그렇기에 어떠한 나도 만들 수 있다. 부처의 행(行)을 하면 부처가 된다. 그러므로 성품을 단박에 보고, 그 공(空)한 자리를 ‘선으로 채울 것인가 악으로 채울 것인가’는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바로 내가 결정한다. 내 작품이다.

아울러 세상이 바뀌기를 기대하지 말고 나 자신부터 변화시켜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자고 강조한다. “남의 마음, 남편 마음, 아이들 마음, 부인 마음 등을 닦아주려고 안달하지 말고 내 마음부터 닦자. 내 마음부터 닦아서 궁극적으로는 주변 사람들의 마음이 바뀌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불자의 자세이다. 그래서 남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행복의 충만함을 느끼고 남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 이것이 바로 행복 창조자이다. 진정한 불자라면 행복을 창조당하는 이가 되지 말고, 행복을 창조하는 이가 되어야 한다(237쪽).”

동국대 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행불선원장 월호스님은 동국대 겸임교수, 해인사 승가대학 교수, 쌍계사 승가대학 학장을 역임했다. <당신이 주인공입니다>, <문안의 수행, 문밖의 수행>, <월호 스님의 천수경 강의>, <삶이 값진 것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월호 스님의 화엄경 약찬게 강설>, <월호 스님의 십우도 강설> 등의 저서로 불교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행불선원의 ‘행불(行佛)’은 나 스스로 부처가 되어 부처의 삶을 살자는 격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