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철학도와 함께 공부한 부처님
미국인 철학도와 함께 공부한 부처님
  • 장영섭 기자
  • 승인 2019.06.28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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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본질 탐구한 치열한 토론수업
불교의 깊은 묘미 생생히 느껴져

미네소타주립대학 불교철학 강의 

홍창성 지음 불광출판사
홍창성 지음 불광출판사

 

저자는 강의 첫 시간을 이렇게 회상한다. “수업에 참가한 사람 가운데 백인이 아닌 사람은 교수인 나밖에 없었다.” 한국인 철학자가 미국인 대학생들에게 불교를 가르쳤다. <미네소타주립대학 불교철학 강의>는 구도만으로도 독특한 책이다. 미국 미네소타주립대에서 이루어진 불교철학 강의를 주제로 한 교수와 학생 간의 토론 내용을 담았다.

특히 저자인 홍창성 교수는 지난 2015년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스님이 촉발해 화제가 됐던 ‘깨달음 논쟁’ 당시 누구보다 많은 분량(8편)의 글을 기고하며 논쟁의 중심에 섰었다. 이번 책에서도 불교에 대한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는 현란하다.  

책 속에 정리된 강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교수나 학생들이나 불교를 논리적으로 철저히 ‘따져 가면서’ 바라본다는 점이다. ‘합리성’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미국인들답다. 더구나 어려서부터 서양철학의 사고방식을 교육받고, 그러한 잣대로 평생을 살아온 학생들인 만큼 뭐 하난 얼렁뚱땅 넘어가는 법이 없다.

물론 서구적 사고방식은 이미 우리 생활의 바탕이 된 지 오래다. 한국에도 불교를 신앙이 아니라 심오한 철학이자 가치관으로 대하는 지성인들은 많다. 곧 <미네소타주립대학 불교철학 강의>는 국내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유효한 불서(佛書)라 할 만하다.
 

홍창성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교수가 현지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홍창성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교수가 현지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알다시피 미국인들의 이성은 기독교적 이성이다. 게다가 저자는 기독교 전통이 강하기로 유명한 미국 바이블 벨트(Bible Belt) 북부에 있는 미네소타주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앞에 섰다. 명석한 재원들이지만, 불교에 관한 그 어떤 것도 접해 본 적 없는 백지상태의 재원들이다.

홍창성 교수는 책에서 불교에 대해 문외한인 이들에게 누구나 이해하고 수긍할 만한 보편적 개념과 방법으로 불교에 다가가는 법을 일러준다. 서양철학적 시각에서 ‘무아(無我)’, ‘윤회(輪廻)’, ‘연기(緣起)’ 등의 기본 교리부터 불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경지인 ‘깨달음’, ‘열반(涅槃)’에 대해 논한다. 불교를 정교하고, 지적이며, 논리적인 방향으로 접근해 그 본질을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것이 장점이다. 

물론 불교의 ‘불’자도 모르는 이들에게 불교를 그것도 불교의 진리를 설명한다는 것은 매우 고역이다. ‘불교에선 영원불변하는 영혼이 없다면서 어떻게 윤회에 대해 인정하는가?’ 불교의 가장 기초적인 교리라 할 수 있는 ‘무아(無我)’부터 난제다. 저자를 두고 학생들이 ‘대학에 와서야 평생 처음으로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을 만났다’고 하는 학생들이 있을 정도이니 말 다 했다.

그렇게 처음 맞닥뜨린 ‘붓다의 철학’은 충격이고 신천지였겠으나, 신기하게도 강의가 개설된 지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학생들의 수강 신청은 끊이지 않고 있다. 치열한 토론을 유도하며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것이 매력의 하나일 것이다.

“자네들은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에 들어와 이 자리에 앉아 있으니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워 좀 달리 생각할 기회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한 학기 동안 불교를 통해 새로운 인생관과 새로운 세계관을 한번 마음껏 경험해 보기 바란다(33쪽).”

저자인 홍창성 교수는 서울대학교 철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브라운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20여 년간 미국 미네소타주립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형이상학과 심리철학, 불교철학 분야의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다. 현응스님의 저서 <깨달음과 역사>를 부인이자 동료 교수인 유선경 교수와 공역했고, 함께 저술한 <생명현상과 불교>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현재 <Buddhism for Thinkers(사유하는 사람들을 위한 불교)>를 집필 중이기도 한 저자는 마음과 물질세계의 관계를 주제로 한 전공 분야 논문을 영어와 한글로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불교의 연기(緣起)의 개념으로 동서양 형이상학을 재구성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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