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원이 지난 4월 시행한 3급 승가고시 논술고사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스님들을 한 자리에 모아 한국불교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3급 승가고시는 승납 10년 이상 스님들을 대상으로 치르는 시험이다. 합격하면 중덕(비구니 정덕)의 법계를 받고 말사 주지 자격을 부여받는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관문인 셈이다. 

고시 논술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스님들이 종단 초청으로 한 자리에 모여 토론회를 개최한 사실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장차 종단을 이끌 스님들이 생각하는 불교관 종단관을 엿볼 수 있어 더 뜻깊은 기회였다. 스님들은 논술시험 주제인 대승불교의 종교성과 초기불교 자력수행과의 관계, 깨달음과 자비 이타심의 발현, 승가공동체 등 결코 쉽지 않은 주제를 놓고 토론을 펼쳤다.

모두 스님들의 수행, 포교, 종단 활동에서 끝없이 고민하며 지침으로 삼아야하는 중요한 주제였다. 우수 답안으로 선정된 스님들은 대승의 불보살 신앙과 무아 열반의 수행이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현재 젊은 스님들이 한 때 한국불교계를 강타했던 ‘대승비불설’을 부정하고 한국불교 신앙과 수행의 중심인 정토신앙의 자력 수행관을 지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깨달음과 자비이타심의 관계 역시 최근까지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오랜 논쟁 주제다. 깨달음이 무엇인가에서부터 그 방식 등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논쟁이 벌어졌지만 여전히 합의가 되지 않은 주제다. 토론에서도 각기 다른 논지를 펼쳤다는데 깨달음의 성취 여부와 별개로 자비이타심이 출가수행자의 본분사라는데는 의견을 같이 했다고 한다. 

승가공동체에 관한 주제는 젊은 스님들이 우리 종단의 현재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우수 답으로 뽑힌 스님들은 승가공동체 생활이 초발심 시절 짧은 경험으로 그치는 현실을 아쉬워하면서 승가사회에 깊숙이 들어온 자본주의 폐해를 우려했다. 스님들 사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대한 질책도 있었다. 

스님들의 논술 답안과 토론에서 한국불교와 종단의 밝은 미래를 본다. 불교교리는 초기 부파 대승으로 이어지며 때로는 모순된 주장도 섞여 있어 공부가 지난한데도 스님들은 혼돈에 빠지지 않고 자비이타심이 출가자의 본분사임을 확고히 인식했다. 종단 현실을 정확하게 바라보면서 해답 역시 갖고 있어 이 스님들이 종단을 책임지는 미래에는 승가공동체 본래 모습으로 회복될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더 욕심을 낸다면 몇몇 스님들의 일회성이 아니라 전국의 기본교육관과 스님들 연수장에서 같은 주제를 놓고 토론이 활발히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신앙 수행 포교 종단관을 놓고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상대방 의견을 듣는 공사(公事)가 활발발하게 전개된다면 우리 종단의 혁신도 저절로 이루어 질 것이다. 

의미 있는 토론회를 개최한 교육원 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한국불교의 미래가 승가교육에 달려있음을 절실히 깨닫고 불철주야 진력하는 교육원장 현응스님을 비롯한 교육원 스님과 종무원들의 고민이 낳은 훌륭한 토론회였다.

[불교신문3499호/2019년6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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