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엔 ‘이열치열 사찰수련회’ 도전!

철야정진 단기출가 1080배
수행 도반과의 인연은 덤
힘겹지만 여운길어 평생 자산

“휴대폰, 지갑, 차키를 반납하고 수련복과 고무신을 받고 나니 ‘어어~~장난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나를 찾아서 이 몸뚱아리를 이끄는 이뭣고의 험난한 여정이 시작됐다. 반복되는 참선은 고질병인 허리와 무릎관절을 압박했고 아무리 화두를 떠올려도 5초 10초면 달아나버렸다.

그 자리는 망상과 졸음으로 채워질 뿐 절망감으로 가득했던 4일째 되던 날, 더 이상 못하겠다고 지도 스님께 포기의사를 밝혔더니 좀 쉬면서 하라고 배려해 주셨다. 덕분에 철야정진과 수계를 마치고 수료식에 동참할 수 있었다. 발우공양은 참 독특한 사찰 문화라 생각했는데 몇 번 해보니 익숙해지면서 그 참 뜻을 알게 됐다. 돼지처럼 먹고 마시고 버리던 나의 사고에 변하가 있을 듯하다. 스님들께서 자주 말씀하신 하심(下心), 그 의미도 잊지 않겠다.”

순천 송광사 여름수련회를 다녀온 한 참가자가 4박5일간의 빡센 수련을 마치고 사찰 홈페이지에 직접 올린 후기 가운데 일부이다.

올 여름 불교의 집중 수행을 통해 흐트러진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습관적인 삶과 단절하고 싶다면 사찰 수련회를 추천한다. 지친 심신을 쉬어가는 휴식형 템플스테이가 각광받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산사하면 수련회를 빼놓을 수 없다.

1080배, 철야정진 등과 같은 프로그램이 힘겨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여운이 길어 ‘수련회 도반은 평생 간다’는 말도 있다.

수련 좀 했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송광사 여름수련회는 대표 성지로 꼽힌다. 묵언과 차수는 기본이고 발우공양에 오후불식을 하는 4박5일간의 힘든 여정이지만, 올해 49회째를 맞을 정도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투철한 출가정신으로 임하자’,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하자’, ‘지도법사를 은사로 받들자’, ‘한 가지라도 제대로 배워가자’, ‘인연을 소중히 여기자’는 수련오계를 기본으로 새벽3시에 일어나 예불과 좌선, 도량청소로 아침을 맞는다. 오전, 오후, 저녁 참선과 기초교리, 계율, 반야심경, 보조사상 등 강의도 이어진다. 회향을 앞두고 1080배 정정진을 갖고 그 다음날 수계식과 소감문 작성 등을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한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점도 자랑거리다. 송광사 수련법회는 1971년 당시 조계총림 방장 구산스님이 ‘수련원’을 설립하고 문을 열면서 시작했다. 사찰에서 스님들과 같이 정진하는 재가자 수련법회로는 전국에서 처음이었다.

그래서 올해도 정진력 높은 불자들이 대거 참여할 전망이다. 1차 일반 수련법회는 오는 7월20일부터 24일까지, 2차는 7월27일부터 31일까지, 3차 선 수련법회는 8월3일부터 7일까지 열린다.

조계총림 최장수 포교국장 소임을 맡고 있는 각안스님은 “세상을 살면서 대부분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고 있다. 하심하고 화를 내지 않으려 하지만 작심삼일을 되풀이 한다”면서 “올 여름에는 묵언과 좌선, 절 수행 등으로 자기를 점검하고 내 마음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출가학교로 유명한 평창 월정사는 7월26일부터 28일까지 직장인 수련회를 시작으로, 8월2일~4일, 8월9~11일, 8월16~18일 등 2박3일 일정으로 총 네 차례 실시한다. 주제도 흥미롭다. ‘몸을 깨끗이, 지구를 맑게 몸에서 마음으로, 나에서 지구로’. 이 기간 동안 청소명상, 달빛포행 등을 체험한다.

자연을 벗 삼아 행복과 자아를 찾아 떠나는 통도사 여름 수련 템플스테이(수행형)도 오는 8월9일부터 11일까지 열린다. 집중 명상과 경내 총림문에서 대웅전까지 진행하는 삼보일배를 통해 자신을 낮추고 겸허한 모습을 되찾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통도사는 이번 수련을 통해 참가자들이 단시간의 현실 잊음이 아닌 돌아가서도 여운을 마음속에 담아 오랜 동안 삶의 활력소가 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이다.

무소유를 실천한 법정스님의 발자취가 서려 있는 서울 길상사에서도 불교 수행의 정수를 체험할 수 있는 수련회가 시작된다.

길상사는 오는 8월8일부터 10일까지 ‘2019 길몽(吉夢) 선수련회’를 개최한다. 첫날 입재식과 참선이론 및 참선실습 강의에 이어 새벽예불, 나를 깨우는 108배, 도량 울력, 발우공양, 참선 및 요가, 스님과의 대화, 도량포행, 북악하늘 숲길 걷기, 수계식 등을 체험한다.

수련회가 좋아서 동문들끼리 모임을 결성해 수행을 지속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해인사와 송광사, 통도사 수련회 불자들이 10년 20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수행도반’이 되어 정례적인 정진과 자비행을 실천하기 위해 발족한 ‘삼보종찰수련동문연합회’가 바로 그것.

템플스테이에 밀려 예전만 못한 수련회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똘똘 뭉친 이들은 지난 3월 창립총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이들은 매달 한번 각자의 삼보종찰에서 용맹정진을 하고, 정기 수련회를 통해 진정한 불제자로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오는 9월에는 해인사에서 수련연합대법회를 봉행할 예정이다.

김현조 해인사수련동문회장은 “나를 있게 해준 버팀목이 부처님 법이고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 해인사”라며 “그래서 갈 때 마다 초발심이 샘솟고 정진에 매진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님들과 일과를 똑같이 하면서 절제를 통해 생활 속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나가다 보면 몸과 마음에 변화를 느낀다. 각자 터전으로 돌아가서도 변화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불자들이 많다”며 수련회를 적극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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