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은 거대조직, 원칙 갖고 사심 없이 운영해야”

법인 안정화와 발전에 기여
축제 분위기에서 총장 선출
미화근로자 직접 고용 전환
유수 대학병원 교수 초빙해
의료진 보살정신으로 보살펴
일산·경주병원 경영실적 최고

학교법인 동국대학교는 거대한 조직이다. 동국대 서울, 경주, 고양, LA캠퍼스 외에도 동국대 의료원 산하 5개 병원이 속해 있다. 또 10개 초중고등학교와 유치원을 운영 중이며 동국대 전산원과 만해마을수련원, 일산사업소를 두고 있다. 초중고 및 대학과 의료원, 수익사업체를 모두 아우르는 자리가 바로 법인 이사장이다. 제39대 이사장으로 임기만료 한 달 여를 앞둔 자광스님을 지난 6월11일 동국대에서 만났다. 지난 3년간 대학 안정과 의료원 발전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자광스님은 “법인은 거대한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조직”임을 강조하며 “구성원들과 머리를 맞대 합리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7월20일 임기만료를 앞둔 학교법인 동국대 이사장 자광스님은 지난 3년간 대학 안정과 의료원 발전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오는 7월20일 임기만료를 앞둔 학교법인 동국대 이사장 자광스님은 지난 3년간 대학 안정과 의료원 발전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지난 3년간 학교법인 동국대를 이끌어온 스님에게 중요하게 여기는 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학규정>이고 또 다른 하나는 <불교성전>이다. 두 권의 책은 스님이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항상 놓여 있다. <대학규정>은 스님이 법인을 운영하는 데 중요한 잣대였다. “대학과 학교, 병원 등 다양한 조직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운영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임을 강조하는 스님은 “대학 규정에 근거해 사심 없이 공명정대하게 결정하면 무리 없이 조직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교성전>은 지혜와 자비의 보고(寶庫)이다. 아무리 바빠도 출근하면 <불교성전>을 몇 줄이라도 읽는다는 스님은 경전에서 지혜와 자비를 찾는다. 불교에서 말하는 지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의 근본을 바로 아는 것이다. 스님은 “유신론자는 신이 만들었다고 하지만, 불교는 연기법을 이것과 저것이 서로 의존하고 협력한다는 것을 일찌감치 밝혔고 과학이 이를 증명했다”며 부처님 가르침의 탁월함을 설명했다.

연기법에 따라 세간을 살펴보면 삼라만상이 하나이고, 나는 곧 너이기 때문에 내가 귀하면 남도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이 곧 자비다. 스님은 “여러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지혜로운 것”이며 “법인을 운영하는데 있어서도 부처님께서 가르쳐주신 지혜와 자비를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부처님 지혜와 자비를 근간으로 한 원칙운영의 결과 지난 3년 대학과 의료원은 적지 않은 성과를 얻었다. 조계종 스님으로서, 동국대 동문으로서 책임감과 애정으로 법인을 이끌어 온 결과 동국대는 대외적으로 역대 최고 평가를 받았다. 2018년 QS 세계대학평가 국내 13위를 기록했고, 2년 연속 700억 대 연구비를 수주했다. 올 초에는 국내 유수대학을 제치고 링크플러스 사업에 선정돼 110억 원을 지원받으며, 취업창업 역량평가에서는 지난해 사립대 가운데 6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19대 동국대 총장 선거를 축제 분위기 속에서 민주적으로 치러낸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선거기간 동안 법인은 학생, 교수, 직원 간 4자 협의체를 구성해 총장선거방법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고,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에서 최종 후보자 3명을 선출하기까지 전 과정을 구성원들에게 공개했다.

후보자 공개토론회를 유튜브로 실시간 생중계하고, 이사회에서 후보자 소견발표도 했다. 그 과정에서 스님은 눈에 핏줄이 두 번이나 터질 정도로 노심초사했다. “총장선출 과정을 지켜보면서 혹시라도 잡음이 생길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던 것 같다”며 “이번에는 구성원들이 마음을 모아준 덕분에 민주적으로 총장을 선출했고 덕분에 처음으로 총장 이취임식도 한 자리에서 가질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내 대학 사상 최초로 환경개선 근로자들의 직접고용을 결정한 것은 자비심의 발로다. 2018년 초 환경개선 근로자들이 직고용을 요구하며 시작한 파업을 장기화 하면서 스님은 자비와 상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직접 고용에 따른 비용 부담이 가장 큰 문제로 다가왔지만, 학교와 노동자가 상생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스님은 결단을 내렸다. 환경개선 근로자 9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이다. “학교재정이 탄탄하지 않지만 상생차원에서 용단을 내렸다”는 스님은 “동국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주인의식을 갖고 일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스님의 자비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환경개선 근로자들뿐만 아니라 경비근무자, 주차 관리자 등과 자주 만나 대화하고 선물도 전했다. 미세먼지 많은 날은 야외에서 근무하는 주차관리 담당자들을 위해 마스크를 구입해 직접 나눠주기도 했다. 고공농성 하는 학생이 혹시 추울까 이불을 사서 올려줬고, 천막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위해 간식을 사다주기도 했다. 당장은 의견이 다르지만, 합일점을 찾아가는 과정 동안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준 것이다. 또 스님은 학교발전기금으로 6000만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동국대 숙원사업이기도 한 로터스관 건립도 가시화해 9월 중 실시설계에 착수한다.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6번 출구 앞에 건립될 로터스관은 지하 6층, 지상 3층 규모로 연면적 2만5341㎡에 달한다. 로터스관에는 대학박물관을 비롯해 1000명을 수용할 정도의 컨벤션센터, 각종 행정기구와 총동창회 등이 들어선다. 건축비용이 대략 725억 원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3분의1가량을 모연했다.

스님은 “지금까지 동국대를 상징할만한 건물이 없던 차에 로터스관을 건립함으로써 교육연구 인프라 확충은 물론 학교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학교를 상징하는 로터스관 건립을 위해 동문들과 불자들이 동국 발전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후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스님은 불교종립대학으로서 동국대 정체성을 살리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처음 이사장 소임을 맡고 보니 대학이 목표를 잃고 항해하는 배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며 “부처님께서 남기신 팔만사천법문 속 가르침이야 말로 우리대학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했다”는 스님은 구성원들에게 부처님 법을 전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불교를 높이 평가하고 있음에도 정작 대학 구성원들은 자신감과 확신이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스님은 교직원들이 모인다는 소식을 들으면 시간 장소를 마다않고 찾아가 연기법과 인연법을 설했다. 

스님은 동국대가 불교대학을 중심으로 세계 인문학을 주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철학과 종교, 문학, 과학, 윤리, 도덕을 포함하고 있는 불교는 그 가치를 헤아릴 수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갖고 있고, 인문학 속에서 답을 찾게 마련이다. 존재의 문제를 다룬 불교가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다. 불교가 그 역할을 하려면 대중성을 높여야 한다.

먼저 부처님 법을 쉽게 해설한 책을 만들어야 하고, 현대사회 인간들이 고민하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상담기관인 가칭 ‘행복연구센터’ 같은 기관도 필요하다. 스님은 “재임 기간 중에 쉬운 불서를 발간하고, 상담센터를 만들고 싶다는 뜻이 있었는데 한계가 많았다”며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정각원 앞에 선 자광스님의 모습.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정각원 앞에 선 자광스님의 모습.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이와 함께 의료원의 성장도 눈에 띈다. 가장 큰 변화는 진료수익이 대폭 늘어났다는 점이다. 2016년부터 2년 사이 진료수익이 459억 원 가량 증가했다. 스님은 의료진 확충 및 구성원 복지 증진을 위해 직접 나섰다. 유수 대학병원 교수들로 의료진을 구성했고, 양한방 통합의료정보시스템을 통해 환자들에게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독려했다.

인근 대형병원 대비 복지와 근로환경이 뒤처지지 않도록 관심과 애정을 쏟았다. 요 사이에는 노후한 의료기기들을 교체 중으로, 수술 전용 로봇기계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동국대 일산병원은 4년 연속 건강보험심사평가원 4대암(대장, 유방, 폐, 위) 치료 1등급 기관으로 선정됐다.

최근에는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를 개원하는 등 불교계 유일의 종합병원으로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스님은 “의료진들은 보살정신으로 환자들을 보살피고 병원 법당 스님들 또한 환자와 가족들을 위로하고 헌신해온 까닭에 지금의 성과를 이룬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재활병원 건립과 병원 부근에 명상 및 산책코스 개발을 미처 하지 못한 것은 후임 이사장의 과제로 남겼다.

스님은 1906년 동국대 전신인 명진학교는 종단주요 사찰들이 삼보정재를 출연해 설립한 교육기관으로, 동국인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조계종단과 동국대는 불가분의 관계로, 종단 발전이 곧 동국대 발전이며 동국대 발전이 곧 종단 발전이란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종단과 동국대는 종속관계가 아니라 상호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회향에 앞서 스님은 남은 사람들에게 당부도 잊지 않았다. 스님은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은 물론 초중고등학교 역시 학생 모집이 쉽지 않아지면서 문을 닫는 학교도 나올 것”이라며 “법인 산하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까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법인 산하 모든 기관은 시스템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 시스템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며 “공심을 갖고 정직하게 운영하다보면 구성원들로부터 인정받게 되고 법인은 더 안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불교신문3498호/2019년6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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