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74%가 여성으로 집계
아들에게 학대받는 비율 높아
고령 부부간 학대도 점차 증가
노인 스스로 자존감 높이고
건강, 재정관리가 가장 중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했던가. 노인학대에 대한 뉴스가 심상치 않게 들려온다. 얼마 전 고령의 한 요양원에서는 요양보호사가 팔순이 넘은 노인에게 이불을 뒤집어씌운 뒤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문을 닫는 일이 있었다. 또 재산 상속에 불만을 품고 70대 노모를 폭행한 아들, 밥을 적게 준다며 폐암 말기의 팔순 노모를 폭행해 실형을 선고 받은 아들 등 하나 같이 처연한 사연들이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한국사회에서 노인문제는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6월15일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노인학대 현황과 예방법에 대해 살펴봤다.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노인학대는 노인에 대해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학대유형은 크게 7가지로 분류되는데, 첫째는 신체적 학대다. 밀어서 넘어뜨리고 때리는 등 폭행하고, 집에서 나오지 못하게 가두거나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묶어두는 등이 해당된다. 흉기로 노인을 위협하고 협박하거나, 원치 않는 노동을 시키는 것도 학대다.

둘째는 정서적 학대로 비난, 모욕, 위협 등을 하며 심리적 고통을 야기하는 것이다. 노인을 쳐다보지 않고 무시하고, 대화를 하지 않고, 의사결정에서 배제하는 것 또한 학대에 해당한다. 셋째는 성적학대로 성폭력을 비롯해 기저귀 교체시 가림막을 사용하지 않는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등 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적으로 행하는 모든 성적 행위를 포함한다.

경제적 학대는 노인으로부터 재산과 권리를 빼앗는 것이다. 허락 없이 임금, 연금, 임대료, 재산 등을 가로채거나 임의로 사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부양의무자들이 책임이나 의무를 거부하거나 이행하지 않는 방임도 학대다. 필요한 생활비, 병원비 및 치료,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는 모든 행위들이 포함된다.

보호자 또는 부양의무자가 노인을 버리는 유기, 노인 스스로가 의식주 제공 및 의료 처치 등의 최소한의 자기보호 관련 행위를 의도적으로 포기하는 자기유기 등도 학대다.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경제적 학대, 방임, 자기방임 등은 두 가지 이상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발간한 <2018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해 노인학대 신고건수는 1만5482건으로, 이 중 5188건(33.5%)이 노인학대로 판정됐다. 피해자 중 74%에 달하는 3800여 명이 여성이며, 70세 이상 노인이 30%로 가장 많다. 

노인학대는 발생장소에 따라 구분되는데 가족구성원인 배우자, 성인자녀 외에 부양의무자 등 친족들에 의한 가정학대와 요양원 양로원 등 시설종사자들에 의한 시설학대가 있다. 이 중 가정학대가 89%로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생활시설(7.3%)과 병원(1.3%) 순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를 보면, 놀랍게도 아들(37.2%)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배우자(27.5%)가 그 뒤를 잇고 의료인 또는 노인복지시설 종사자(13.9%)와 딸(7.7%)에 의한 학대도 20%가량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노노(老老) 학대 비율도 높아지는 추세로, 전체 학대행위자 가운데 2000여 건(36.2%)에 달한다.

노노학대는 65세 이상 고령의 학대행위자가 노인을 학대하는 것으로, 고령의 부부간 배우자 학대, 고령의 자녀에 의한 학대, 고령 노인 본인이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 방임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배우자의 비율은 매년 증가해 2014년 15.2%에서 2016년 20.5%로 늘었고, 2018년에는 27.5%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 됐다.

학대가 노인들의 삶에 얼마나 부정적인 역할을 미치는 지는 두말할 여지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가운데 노인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매년 증가하고 있는 노인학대도 그 원인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노인학대를 예방할 수 있을까. 우선 노인학대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노인학대가 가정, 시설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개선과 학대로 고통 받는 피해노인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자는 의미를 담아 ‘나비새김’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국민 개개인 또한 노인학대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주변사람들과 공감하는 한편, 주변에 학대를 받는 노인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노인학대를 발견하면 주저하지 말고 상담전화(1577-1389)로 신고하는 것도 중요하다. 노인복지법상 가족이나 신고의무자가 아니더라도 노인학대를 알게 됐다면 누구든지 노인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고, 신고자 신분을 보호하도록 돼 있다.

무엇보다 노인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고, 재무관리를 직접 하는 게 중요하다. 연금이나 국가보조금이 본인의 은행계좌로 직접 입금되도록 하고, 부양을 이유로 자녀에게 모든 재산을 상속하지 않아야 한다. 폭력적 행위나 알코올 중독, 약물 중독의 경험이 있는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 또한 신중해야 할 일이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제시한 노인학대 7대 예방수칙도 기억하자. △누구도 노인을 학대할 수 없음을 확실히 알고 △가능한 건강을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자기소유의 재산을 스스로 관리하고 △여가 및 사회활동을 지속할 것을 권한다. △변화하는 사회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야 말로 학대를 피하는 최선의 방법임을 잊지 말자.

[불교신문3498호/2019년6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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