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공사’ 5년째 지지부진
서, 남쪽 석축 제거 위험 ↑
철구조물에 갇힌 ‘보물 석불’
충주시 “위험 요소 제거 최선”

고려시대 조성된 미륵리 석불과 석굴을 보수하기 위해 설치한 가림막, 5년 가까이 불자들의 참배와 관광객의 관람을 어렵게 하고 있다
고려시대 조성된 미륵리 석불과 석굴을 보수하기 위해 설치한 가림막, 5년 가까이 불자들의 참배와 관광객의 관람을 어렵게 하고 있다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둔 가운데 국가사적 제317호 ‘충주 미륵리 사지’의 보수 정비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 자칫 유실, 붕괴 등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4년 7월 10일부터 시작한 충주시의 ‘미륵리 석조여래입상 보수정비공사’가 다음 달이면 만 5년이 되지만, 서쪽과 남쪽 석축을 해체한 상태에서 사실상 답보 상태다. 현장 안내판에는 공사 내용을 ‘입상보수 및 석굴 해체 보수’라고 적어 놓았다. 보물 제96호 석조여래입상과 주변 석굴은 거대한 가림막으로 외부와 차단된 채 불투명한 아크릴판을 통해야 겨우 볼 수 있다.

16개의 감실(龕室)을 갖춘 미륵리 석굴은 6미터 높이의 석축이 북쪽을 제외한 동, 서, 남쪽에 조성돼 있다. 십 수년전부터 석축의 틈이 벌어지고 기울어지는 현상이 발생해 보수 정비에 들어갔다.

지난 13일 취재차 방문한 현장은 공사 발주자인 충주시청과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문화재청이 제 역할을 하는지 의문을 갖게 했다. 더구나 가림막 안의 석조여래입상은 석축 해체 과정에서 낙석 등 위험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촘촘하게 설치한 철구조물로 둘러 싸여 있었다.

문제는 이뿐 만이 아니다. 석축을 해체하면서 나온 석재들이 현장 주변에 방치돼 있었다. 가림막 뒤쪽 현장에는 석재를 무질서하게 쌓아 놓았고, 일부는 비닐로 덮어 놓았다.
 

보수 이전의 미륵시 석불과 석굴 전경. 고색 창연한 모습을 본 외국인들이 “마야문명에 견줄만하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보수 이전의 미륵시 석불과 석굴 전경. 고색 창연한 모습을 본 외국인들이 “마야문명에 견줄만하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미륵리 석조여래입상은 지난 1963년 1월21일 보물 제96호로 지정된 고려 초기 석불이다. 국내 불상 가운데 유일하게 북쪽을 바라보고 있으며, 돌로 쌓은 석굴은 전례가 없을 만큼 가치가 뛰어나다. 석조여래입상 서쪽에는 충주호까지 이어지는 작은 개울이 자리해 집중호우시 심각한 안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10미터가 넘는 웅장한 규모로 팔각형의 갓을 쓰고 있는 석조여래입상은 갓을 제외하고 커다란 암석을 쌓아 조성했는데, 부처님 상호만 이끼가 끼지 않아 신비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석굴 보수공사를 진행하면서 서쪽과 남쪽의 석재를 모두 들어내면서 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동, 서, 남쪽의 석축이 1000년이 넘는 동안 힘의 균형을 이뤄왔는데, 3분 2가 되는 규모의 석재를 제거했기에 훼손 우려가 있다.

미륵세계사에 참배 온 불자 강순원씨는 “2~3년이면 공사가 끝나 석굴이 본래 모습을 찾고 부처님도 친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기간이 계속 연장되는 이유가 궁금하다”면서 “불자 입장에서 부처님이 철구조물에 갇혀 있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객이 줄어 미륵리 뿐 아니라 수안보와 송계 등 주변 상권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조속한 원상 복구와 보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가림막 안의 석조여래입상. 안전을 이유로 설치한 철구조물이 답답해 보인다.
가림막 안의 석조여래입상. 안전을 이유로 설치한 철구조물이 답답해 보인다.

지지부진한 보수정비 공사를 지켜봐야 하는 미륵세계사 주지 정덕스님(중앙종회의원)의 마음은 타들어가고 있다. 정덕스님은 “불자와 시민뿐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경외의 대상이었던 미륵부처님(석가여래입상)이 하루 빨리 세상으로 나오길 바란다”면서 “특히 안전을 이유로 부처님 주위에 철구조물 설치해 마치 몸을 꽁꽁 묶어 놓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이진섭 충주시청문화예술과 주무관(공사 감독관)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석축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검토를 하고 자문을 받아야할 부분이 생겨 시간이 걸리고 있다”면서 “석축은 2020년에 쌓기 시작할 예정이며, 석불의 경우 보수가 필요할 수도 있어 공사 마무리 시점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장마철을 앞두고 석실 옆 하천을 정비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외부적 요인의 위험요소를 제거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석축에서 나온 석재들이 가림막 뒤쪽에 사실상 방치돼 있다.
석축에서 나온 석재들이 가림막 뒤쪽에 사실상 방치돼 있다.

문화재청은 본지가 보낸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통해 “해체 전에 알 수 없었던 지반침하 원인과 석실을 구조적 특징 등을 파악했다”면서 “원형보존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신중한 검토를 통해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공사 마무리 시기에 대해선 “석재의 수급과 가공 등 완료 시점을 특정하여 예측하기 곤란하다”면서 “집중호우 등에 대비해 인접 개천을 정비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총무원 문화국장 효신스님은 “미륵리 세계사 석실과 석불은 선조들의 영혼이 깃든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성보문화재로 온전하게 후손들에게 전해야 한다”면서 “발주자인 충주시가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고, 문화재청이 책임있게 관리 감독하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 종단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선조들이 물려준 소중한 문화유산이면서 동시에 불자들의 귀의처인 거룩한 성보가 장마철을 무사히 보내고, 조속히 보수 정비돼야 한다는 여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충주=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이시영 충청지사장 lsy@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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