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 청량소’ 완역 나선 반산스님

불교의 궁극적 진리 담은
화엄경 최고의 주석서
금년 연말 대장정 완료
불교학 발전 이바지 ‘원력’


화엄경 청량소

청량징관 지음 반산스님 역주 담앤북스
청량징관 지음 반산스님 역주 담앤북스

 

30여 년간 승가대학 교수로 일하며 경전 연찬에 매진해온 학승인 반산스님(양산 원각사 주지)이 대작불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전의 왕(王)이라 불리는 <화엄경>에 대한 최고의 주석서 <화엄경 청량소> 완역에 나섰다.

전체 34권 가운데 제15권(도솔천궁법회 4편)이 최근 발간됐다. 빠르면 금년 연말에 대장정이 마무리된다. 20년에 걸친 역경(譯經)의 길도 조금씩 끝이 보인다. “승가대학 강사 스님들을 비롯해 화엄경 연구자들의 필독서를 만들겠다”는 원력에서 시작된 필생의 과제다.  

‘청량소(淸凉?)’는 중국 당나라 청량징관 국사가 해석하고 주석을 단 책이다. 자세한 설명과  방대한 분량으로 화엄경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인 논서라는 역사적 위상을 갖는다. 불교의 궁극적 진리를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으로 통한다. 반산스님은 강백(講伯) 양성을 위해 종단이 전략적으로 만든 조계종립 은해사 승가대학원 1기 출신이다.

그만큼 한국불교의 젊은 인재였던 스님은 승가대학원 학인 시절 출가수행자로서 밥값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청량소 번역에 나섰다. 젊어서 대구와 부산의 시장 통을 돌며 1주일 간 탁발을 해 화엄경 교재비를 마련할 만큼 화엄경에 대한 애착도 강했다.

우리말로 옮긴 한 글자 한 글자를 컴퓨터에 입력하기 위해 하루 8시간씩 모니터만 들여다보다가, 심각한 눈병에 걸리기도 했다. 1999년 첫 결실을 냈고, 부처님 가르침의 모든 것을 현대인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펼쳐 보일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화엄경'을 강의하고 있는 반산스님. 화엄경에 대한 최고의 주석서로 평가되는 청량소의 완역을 앞두고 있다.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화엄경'을 강의하고 있는 반산스님. 화엄경에 대한 최고의 주석서로 평가되는 청량소의 완역을 앞두고 있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번역을 게을리 하지 않은 이유는 일찍이 <화엄경>의 묘미를 맛봤기 때문이다. 화엄경은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의 줄임말로, 거대하고 무한한 자비광명을 한없이 내뿜는 부처님의 깨달음을 온갖 꽃으로 장식한다는 의미다. 모든 중생이 본래는 꽃처럼 아름다운 부처님이라는 찬사를 품고 있다.

특히 화엄경의 본의를 가장 정확하게 풀이했다고 하는 청량소를 모국어로 옮기는 것이 궁극적 포교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더구나 단일 경전으로는 최다 분량을 자랑하는 화엄경 역주는 불교에 어느 정도 통달한 학자에게만 가능한 도전이다. 곧 스님의 청량소 번역에는 뛰어난 학승으로서의 자부심도 서려 있다.

꾸준히 출간되는 반산스님의 <화엄경청량소>는 서울 강남 봉은사 소장 목판 80권 화엄경소초회본을 원본으로 삼았다. 직접 화엄경 원문을 입력하고 원문에 대한 해설인 소(?)와 초(?)를 번역했다.  더불어 이에 대한 스님의 견해를 덧붙였다. 직역(直譯)을 원칙으로 하여 원본의 진면목을 그대로 보여 주고자 노력하였다. 

반산스님은 청량소에 대해 “짤막한 게송 구절 하나하나마다 왜 이런 문장을 썼는지 경전적 근거를 세세하게 밝혀놓을 만큼 그 구성이 철두철미하다”며 “역사상 가장 뛰어난 화엄학 사전”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경-소-초’를 순서대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부처님의 가르침과 이후 역대 선지식들이 이를 어떻게 해석해왔는지를 비교 분석할 수 있다.      

현재 봉은사에서 화엄경을 강의하며 신도들과 함께 화엄경의 참맛을 새삼 음미하는 중이다. “화엄경을 떠올릴 때마다 기쁘고 여유로운 마음이 넘쳐흐른다”는 게 스님의 소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넓고 넓어서 범부와 성인, 부자와 서민, 벼슬 높은 사람과 시골의 촌부들에게까지 부처님의 지혜광명이 안 미치는 곳이 없음을 밝히는 최고의 경전입니다.” 본인이 번역하는 ‘화엄경 청량소’가 불교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승가대학 강사 스님들에게 좋은 나침반이 되리란 확신으로 오늘도 경전을 펼친다.    

명정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반산(盤山)스님은 1980년 통도사에서 월하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82년 범어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해인사 승가대학, 중앙승가대 불교학과, 은해사 승가대학원을 졸업하고 1993년부터 교수사의 길을 걸었다.

봉선사 조실 월운스님으로부터 전강(傳講)했다. 쌍계사 승가대학장을 비롯해 통도사 쌍계사 해인사 승가대학 강사, 봉선사 능엄학림 학감 등을 지냈다. 현재 양산 원각사 주지로서 경전강의와 함께 대중포교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 <화엄경 청량소>를 비롯해 <재미있는 화엄경> <재미있는 법화경> <재미있는 금강경 강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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