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발간된
베스트셀러 ‘철학만화’
‘덜돼지’가 일상에서
깨달아가는 이야기

‘부처와 돼지’ 시리즈

고이즈미 요시히로 지음 김지룡 옮김 들녘
고이즈미 요시히로 지음 김지룡 옮김 들녘

1. 답은 나에게 있어!
2. 있는 그대로 좋아!
3. 아무 일도 아니야!


돼지처럼 생긴 사람이 진정한 인생을 깨우쳐가는 과정을 그렸다. ‘부처와 돼지’ 시리즈는 일본의 유명한 베스트셀러다. 4컷 짜리 카툰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쉽고 담백하게 전달한다는 게 매력이다. 그러면서도 긴 여운이 남는 ‘철학적 만화’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1권 <답은 나에게 있어!> 2권 <있는 그대로 좋아!> 3권 <아무 일도 아니야!>가 개정판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주인공 ‘덜돼지’라는 평범한 캐릭터가 아등바등 부대끼는 현실은 우리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사랑에 얽매였다가 실연에 고통 받는 모습은 애처로우면서도 낯익다. 좋은 대학,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마치 전쟁과 같은 경쟁을 치르다가 끝내 실패하고 자신을 탓하는 장면은 우리 주변 청년들의 모습이고 나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책의 원제목은 ‘붓타와 싯타카붓다.’ ‘붓타’는 부처님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인 ‘붓다’와 돼지를 가리키는 일본어 ‘부타’를 동시에 연상할 수 있도록 한 조어(造語)다. ‘싯타카’도 절묘한 단어다. 부처님의 출가 전 이름인 ‘싯다르타’를 연상시키지만 일본어로는 ‘잘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곧 ‘어설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결국 아직은 어설픈 돼지가 행복과 불행, 슬픔과 고민의 정체를 찾아가는 여행 이야기다. 덜떨어진 돼지가 좌충우돌하는 우여곡절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머지않아  그것이 바로 나의 어리석음이고 아픔이라고 여기게 되면 가슴에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1993년 일본에서 초판이 발행되고 10년 후인 2013년 신장판이 발행된 ‘부처와 돼지’ 시리즈는 2019년 현재 일본에서만 200만 부를 넘어서는 판매고를 올렸다. 광고회사 아트디렉터로 일하던 저자 고이즈미 요시히로는 시리즈에 대한 독자들의 뜨겁고도 꾸준한 호응에 힘입어 아예 전업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책의 최대 강점은 발랄함과 진솔함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겪게 되는 생활 속 고민을 솔직하고 꾸밈없이 담고 있는데, 이에 대한 불교적 해법을 전혀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게 제시한다.

사람들의 이런저런 고민은 잘못된 마음버릇에서 비롯된 편견임을 일러준다. “우리는 사물을 자기도 모르게 부분적으로 본다. 선입견이나 편견도 있고, 말이라는 편리하지만 불완전한 도구를 사용해 생각한다. 꼼꼼히 보는 것을 게을리 하거나 한곳만 주시해버리면 좀처럼 사물을 전체적으로 볼 수 없다. 자신의 일이나 주위 사람의 을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래야 한다’ ‘이래서는 안 된다’라는 선입견으로 보거나 평가되는 잣대로 한 면만 보기도 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3권 ‘아무 일도 아니야!’ 178~179쪽).” 마음버릇을 버리면 한결 숨통이 트인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일에만 신경 쓰다 보니, 스스로 자신을 인정하는 걸 잊어버리고 있었지. 진정한 나를 인정하고 나니까 모든 것이 편해졌어. 나 자신을 좋아할 수 있게 되었지(1권 ’답은 나에게 있어!‘ 144쪽).”

책은 직접적인 해답이나 뾰족한 해결책을 주지는 않는다. 사실 그럴 수도 없다. 인생은 본질적으로 길고 고단한 여행이다. 그래서 책에 더 신뢰가 간다. “끝도 없는 물속. 물가도 없고, 바다도 없고, 수면도 없는 맑은 물속에서 물고기가 헤엄쳐 갈 때 어느 정도 갔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단지 앞으로 갈 뿐(3권 203쪽).” 쉽다고 해서 시시하지는 않다. 만화책 형식이지만 철학서이기도 하다. 뛰어난 선사들 못지않은 지혜와 안목이 곳곳에서 번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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