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스며든 헤세

강은교 외 지음 전찬일 기획 라운더바우트
강은교 외 지음 전찬일 기획 라운더바우트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독일의 소설가 헤르만 헤세(1877~1962)가 쓴 소설 <데미안>의 첫 구절이다. 헤세는 부처님의 일대기를 그린 싯다르타를 저술할 만큼 불교적 사고를 했던 문호다. 성장소설의 정석으로 손꼽히는 고전 <데미안>이 올해로 출간 100주년을 맞았다. 영혼이 맑은 소년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은 수많은 한국 청소년들의 가슴을 울렸다.

물론 어쩌면 그 옛날 문학청년들에게나 낯익은 이름일지 모른다. 글로벌 슈퍼스타 BTS(방탄소년단)가 그 이름을 소환하면서 다시 유명해졌다. ‘피 땀 눈물’의 뮤직비디오를 만들면서 “데미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데미안’이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내 삶에 스며든 헤세>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만들어진 기획 상품이다. ‘헤세 문학이 내 삶에 어떻게 스며들었는가?’를 주제로 사회명사 58인이 각자 원고를 썼다.

시인 영화감독 평론가 국회의원 시장 대학총장 독문학자 사학자 목사 등등 정말 다양한 직업군이 자기 기억 속의 데미안과 헤르만 헤세에 대해 돌아봤다. 그리고 삶의 중요한 길목마다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친구 데미안처럼, 어린 시절 등불이 되어준 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데미안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알았다. 지금의 방황이 나중을 위한 고상한 분투라는 것을(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어두운 골목에서 울어본 사람은 안다. 어둠 속으로 걸어갈 때까지 한 사람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시간이 얼마나 길고, 상처는 또 얼마나 깊고 아득한지를(오거돈 부산시장).”

불교계에선 명법스님(은유와마음연구소 대표)이 필자로 참여했다. 스님은 ‘데미안을 읽는 법’이란 제목의 글에서 “네다섯 살 너무도 이른 나이에 도달했던 ‘절대적인 무(無)’에 대한 생각을 다시 일깨운 책이 데미안이었다”며 “엄청난 집중력으로 자신을 직시하도록 하는 것, 그리하여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꾸어놓는 파문을 일으키는 것, 이것이야말로 헤세가 혼신의 힘을 다해 전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그것은 불성(佛性)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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